김종인 선대위 합류 앞두고 ‘견제구’ 홍준표 청년세대 앞세워 ‘뒤끝 행보’ 이준석 자기 목소리 내며 ‘딴지’
하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 이준석 대표와의 불협화음에, 패장 홍준표 의원의 잇따른 공격성 발언은 윤석열 후보의 후방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후보를 향한 전방주시뿐 아니라 후방경계가 큰 숙제로 떠오른 셈이다.
#‘김종인’의 견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회 합류에 일단 ‘오케이’ 사인을 낸 것으로 보이지만, 마뜩찮은 표정이 분명히 관찰되고 있다. 모든 결정 권한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원톱형’, 이어 원톱을 중심으로 의사전달체계가 빠르게 이뤄지는 작은 조직을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요구했지만, 본인의 구상과는 다른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러 조직이 들어섬으로써 권한이 상당 부분 분산됐고, 조직이 커지면서 의사전달체계도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구조도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구조를 구성하는 사람도 ‘이 사람은 깐부가 아닌데…’라는 김 전 위원장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우선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김종인 전 위원장 관계를 보면 두 사람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향해 독설을 내뿜은 바 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SNS에 김종인 전 위원장을 겨냥해 ‘뇌물 받은 전과자’로 직격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2억 1000만 원을 뇌물 수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김종인 전 위원장은 김병준 전 위원장을 향해 “진짜 하류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확 깎아내리며 맞받았다.
4·7 재보궐 선거 직후 퇴진한 김종인 전 위원장이 당 중진들의 당권 경쟁을 가리켜 “아사리판”이라고 하자, 김병준 전 위원장은 “어린애 같다”고 되받아쳤다.
과거 앙금도 그러하지만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 김병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들어오면 김종인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정책과 메시지에 강점이 있는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김병준 전 위원장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 김종인과 김병준의 이미지가 겹친다는 것이다.
김병준 전 위원장이 대구·경북(TK) 출신이라는 점도 김종인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경계심이 발동할 수 있다. TK가 본거지인 국민의힘에서 TK 인사가 한자리를 차지한다면 당내 기반이 약한 김종인 전 위원장으로서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수도 있다.
선대위에서 독립된 조직인 국민통합위원회에 김한길 전 대표를 영입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대놓고 기자들 앞에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11월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름만 내건다고 국민통합이 되는 건가”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국민대통합위원회에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영입했던 사례에 빗대면서 “한광옥이라는 사람을 데려다가 부위원장을 해서 국민통합이라는 게 요만큼이라도 된 게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통합위원회라는 구조의 결함을 얘기했지만 결국 김한길 전 대표라는 사람이 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김 전 위원장과 김 전 대표가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김 전 위원장이 가장 호평을 하지 않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는 손을 잡고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으며 이후 민주당을 탈당, 국민의당에 함께 합류한 바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은 안철수라는 이름만 나오면 기겁하는데 안 대표와 손잡았던 김한길 전 대표가 들어온다고 하니 김 전 대표를 곱게 보려야 절대 곱게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대위 인선 과정 상당 부분이 윤석열 후보 의중을 반영한 그림이지만, 향후 ‘원톱 김종인’이 윤 후보에 대해 내부 견제구를 쏟아낼 것으로 보여 윤 후보 측근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일부 측근들은 김종인 배제를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우려의 눈길이 많은 것은 그의 전력 탓이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당시 여당인 박근혜 후보를 도와 대통령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이별했고, 야당으로 옮겨가 자신을 영입했던 문재인 당대표를 도왔지만 문재인 대표가 대선 후보로 출마한 2017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서는 문 후보를 비판하면서 당을 박차고 나왔었다.
윤 후보 측 한 현직 의원은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특히 김종인 전 위원장처럼 학식이 두텁고 경험까지 많은 사람은 더 그렇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들어와 선거를 돕겠지만 끊임없이 쓴소리를 할 것으로 보여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홍준표’의 뒤끝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한 홍준표 의원이 자꾸만 목소리를 키우는 모습도 윤 후보 입장에서는 경계심이 발동하는 대목이다. 전당대회 당시 “결과에 승복하겠다”며 통 큰 모습을 보여주면서 ‘원팀’으로 윤 후보를 도와줄 것 같았던 홍 의원이 최근 다른 길을 엿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윤 후보 측 사람들의 얘기다.
무엇보다 홍 의원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윤 후보에 대해 험담을 퍼붓는 모습에 대해 윤 후보 측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홍 의원은 11월 16일 ‘막장 드라마 대선이 곧 온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치 26년 동안 여섯 번째 겪는 대선이지만 이번처럼 막장 드라마 같은 대선은 처음 겪는다. 국민 모두가 후보 선택에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대선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어쩌다 선진국 시대 이런 ‘양아치 대선’이 됐는지 ‘여의도 정치 26년’을 보낸 제가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자신이 만든 청년 플랫폼 ‘청년의꿈’ 게시판에 11월 17일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올라오자 “대한민국만 불행해지지요”라고 답변을 남겼다.
이처럼 홍 의원은 대선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음에도 불구, 자신의 SNS와 ‘청년의꿈’ 플랫폼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관련기사 “이미 역할 끝났다”면서 왜? 홍준표 ‘청년의꿈’ 오픈 포석). 이런 행보를 두고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 “뭔가 다른 계획이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 의원이 청년 세대와 소통하며 독자 세력화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한 2030 청년층을 교두보 삼아 다음 정치 행보를 펼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당장 홍 의원 자신도 SNS에 “메시아(구세주)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그들과 함께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26년 정치를 해본 홍 의원이 5년 뒤 미래 권력을 결코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이번 대선이 0선들의 대결이고, 후보는 물론 그 가족들을 둘러싼 사법적 판단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는 만큼 여러 변동성을 홍 의원이 노리는 것 같다. 어찌됐든 당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자꾸 나온다는 것은 당이나 후보에게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이준석’의 딴지
윤석열 후보 측은 이준석 대표가 후보 측에 대해 ‘뒤끝’을 갖고 있다는 서운함도 드러낸다. 당헌에 따라 대선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갖는데도 불구하고 윤 후보는 이 대표와 여러 당무에 대해 상의를 해왔지만, 이 대표가 좋은 말은커녕 자꾸 후보를 향해 비판을 가한다는 것이다.
그 밑바탕에는 윤 후보 입당 당시부터 이 대표가 윤 후보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고, 최근까지도 뒤끝이 작용하고 있다고 윤 후보 측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11월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가) 입당할 때 패싱하긴 했다”며 “우리 (윤석열) 후보가 정치를 처음 하다 보니까 여러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못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건 다시는 정당사에 반복되면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7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기습 입당했다. 당시 이 대표는 전남 여수·순천을 찾아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여름휴가 중이었다.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패싱’ 얘기가 돌았다.
윤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최근에도 윤 후보의 최고위 참석 문제를 둘러싸고 이 대표 측에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언론에 과도하리만큼 자주 얼굴을 비추는 당 대표 목소리가 후보 목소리보다 더 큰 것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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