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해생가. |
전국적으로 만해를 기념하는 곳들은 크게 네 곳이 있다. 서울 성북동에는 그가 말년에 살았고, 일제가 주는 배급을 거부하면서 죽음을 택한 심우장이 있다. 만해는 조선총독부 쪽을 쳐다보지도 않겠다며 집을 북향으로 지었다. 그의 결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단출한 한옥에는 육필원고 등이 보관돼 있다.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내에는 만해기념관이 있다. 한평생 만해를 연구해온 전보삼 교수가 1998년 지은 것이다. 만해의 흉상을 비롯해 만해가 평소에 즐겨 보았던 수택본들과 <님의 침묵> 초간본, 옥중 투쟁을 보여주는 각종 신문자료, 만해 관련 연구 논문 등이 전시되어 있다.
강원도 인제에 있는 백담사는 만해가 젊어서 머물며 사상의 기틀을 마련한 곳이다. 이곳에서 ‘조선불교유신론’과 <님의 침묵>을 탈고했다. 1997년 이곳에도 만해기념관이 개관되었다. 백담사에서 남서쪽으로 조금 내려오다 보면 용대리가 있는데, 이곳에는 만해마을이 있다. 만해문학박물관을 비롯해 문인의 집, 서원보전 등이 들어서 있다.
우리가 찾아가 볼 곳은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 생가 터다. 이곳에는 생가와 사당, 만해체험관이 있다. 다른 기념관들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 하는 곳인데, 그가 태어난 곳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찾아가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만해는 이곳 성곡리 419번지에서 1879년 태어났다. 생가는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 손바닥만 한 마당을 갖춘 초가다. 방 안에 만해의 초상이 있고, 밖에는 ‘님의 침묵’이 쓰인 현판이 걸려 있다.
체험관에는 만해의 일대기와 작품을 비롯한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체험관 앞에는 만해의 어록비가 세워져 있다. “자유는 만인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생의 행복이라.” 평생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우다 간 만해의 신념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말이다.
위쪽으로는 민족시비공원이 조성됐다. 산책을 하면서 곳곳에 서 있는 비석의 시들을 감상하는 곳이다. 사당은 만해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1991년 건립됐다. 그의 영정이 안치됐고, 2001년에는 공약삼장비가 세워졌다.
체험관 맞은편이자 사당 왼쪽에는 야트막한 동산이 있다. 소나무가 숲을 이루는데,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다. 만해생가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다. ‘님의 침묵’이 그러한 의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왠지 스스로 조용히 해야 할 것 같은 묘한 느낌 때문이다. 다만, 그 와중에 수런거림이 들리니 솔숲 사이의 진달래가 범인이다. 연분홍 진달래들이 솔숲 가지를 뚫고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뒤늦게 온 봄을 꾸짖는 소리, 느린 걸음으로 왔으니 만개의 시간을 여유롭게 주라는 당부의 소리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문의 : 만해생가(041-642-6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