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 본사에서 직원들이 창단 준비를 위해 수집한 해외 야구 관련 자료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이상구 단장 선임 배경
2월 8일 9구단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엔씨소프트는 컨설팅 업체의 보고서와 야구계에서 추천한 단장 후보들을 상대로 치밀한 검증에 들어갔다. 특히나 외부 입김과 선입견을 배제하고자 자문단 성격의 인사들에게 검증을 부탁했다. 자문단은 단장 후보들의 이력과 능력을 나름대로 조사해 엔씨소프트에 전달했고, 엔씨소프트는 자문단의 조언을 참고해 후보군을 압축했다.
시간이 흐르며 단장 후보는 10명에서 4명으로 압축됐다. 이상구 전 롯데 단장, 이영환 전 LG 단장과 2명의 야구인이 그들이었다. 이 전 단장은 27년 동안 롯데 구단에 근무했던 최장수 프런트로 2002년부터 2010년 2월까지 롯데 단장을 맡았다. 여기다 특유의 친화력과 부드러운 조직 관리로 야구인들의 신망을 얻었다.
이영환 전 단장은 2008년 9월부터 2010년까지 LG 단장을 역임했다. 현장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모그룹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내 능력 있는 단장으로 통했다. 특히나 이 전 단장은 과거 창원 LG 세이커스 농구단 단장을 맡으며 창원시 고위층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전 단장이 강력한 후보로 떠오른 것도 창원시의 적극적인 추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의 후보도 야구계에서 좋은 평을 들었던 이들이라, 엔씨소프트는 장고를 거듭했다. 그러나 2명의 후보가 면접 이전 고사의 뜻을 밝히며 이상구, 이영환 전 단장만 남았다.
결국, 3차 면접까지 가는 다면 평가 끝에 김 대표는 이상구 전 단장을 최종 낙점했다. 엔씨소프트는 “오랜 야구단 운영 경험과 창원 지역 문화를 잘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이상구 단장을 선임했다. 원만한 성품으로 조직 내 화합과 단결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며 선임 배경과 기대감을 설명했다.
“왜 빼가나” VS “접촉 안했다”
이상구 단장이 낙점되자 야구계는 술렁였다. 마침 이 단장 선임 발표가 나던 날은 KBO 이사회가 9구단 창단을 승인했던 날이었다. 야구계는 “엔씨소프트가 본격적인 창단 작업에 시동을 걸게 됐다”며 “야구인들의 대이동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게 엔씨소프트는 프로스포츠 구단을 운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9구단 선정 작업을 지휘했던 사내 인사들도 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장 창단을 하려면 최소한 프런트라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창단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경험 많은 프런트가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야구계는 “이 단장 선임을 시작으로 기존 구단 핵심 인력들이 차례로 엔씨소프트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항간엔 엔씨소프트가 모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구체적으로 접촉 대상자의 이름이 떠돌기도 했다. 정규 시즌을 눈앞에 둔 기존 구단들이 반발한 건 당연했다. 모 구단 단장은 “선수 수급을 도와주려던 우리에게 감사함을 나타내진 못할망정 오히려 등에 칼을 꽂는 배신 행위를 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구단은 엔씨소프트가 자기 팀 스카우트를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 때문에 급격히 흥분한 상태였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이재성 대외협력 상무는 “우리가 되레 소문의 피해자”라며 억울하다는 태도다. 이 상무는 “단장 선임 때도 현직 구단 관계자는 후보 리스트에서 제외했다”며 “지금껏 어느 구단 현직 프런트와 만나거나 영입 의사를 타진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모 구단 스카우트를 영입하려 시도 중’이란 소문에 대해서도 “정규 시즌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우리가 기존 구단을 흔들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스카우트를 포함한 프런트 구성은 아직 백지상태”라고 강조했다.
창단 감독 논란의 배후세력
이상구 단장 선임 이후 언론의 최대 관심사는 엔씨소프트 초대 감독이 누가 되느냐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올 시즌이 끝나고서 결정하겠다”며 일찌감치 감독 선임을 시즌 뒤로 미뤘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엔씨소프트가 김성근 SK 감독과 김경문 두산 감독을 염두에 두고 영입 의사를 우회적으로 타진했다”며 ‘감독 내정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유력하다는 소문도 끊이질 않는다. 한 술 더 떠 현직 모 감독은 “엔씨소프트 초대 감독은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이 돼야 한다”며 이른바 ‘김인식 대세론’을 주창했다.
엔씨소프트는 이와 관련해 일체의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야구계의 의혹이 증폭되며 급기야 “어떤 현직 감독과도 접촉한 사실이 없으며, 현재로선 감독 선임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발표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어째서 엔씨소프트의 부인에도 ‘내정설’과 ‘대세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일까. 한 야구인은 “특정 세력이 자신들이 미는 야구인을 감독으로 앉히려고 그런 소문을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야구인은 “과거에도 특정 세력이 ‘누가 감독이 될 것’이란 내정설과 대세론을 앞세워 구단을 압박한 적이 많다”며 “구단이 이러한 설들을 여론으로 오인하고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는 야구인을 감독으로 선임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야구계엔 모 야구인이 언론사와 유력 야구인들을 찾아다니며 “엔씨소프트 초대 감독으로 선임되는 데 힘을 써 달라”며 로비에 나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이러한 소문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A 야구 해설위원은 “특정인을 지목해 이 사람이 감독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자체가 엔씨소프트에 대한 무례”라고 말했다. A 위원은 “감독 선정은 구단의 고유 권한”이라며 “역대 감독 선임을 봐도 불필요한 소문이 돌면 돌수록 당사자에겐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