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4월 26일 밤. 경상남도 의령군 궁류면 산속 깊이 자리한 오지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반상회에 참석 중이던 마을주민들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순식간에 공포에 질렸다. 바로 그때 누군가 반상회 자리에 뛰어 들어와 주민 전 씨를 찾았다.
"이보게 큰일 났네! 자네 여동생이 죽었어."
우체국 교환원으로 일하는 전 씨의 막냇동생이 죽었다는 것이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황급히 우체국으로 향한 전 씨의 눈앞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전 씨의 여동생이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근무 중이던 직원 모두가 사망한 상태였다. 게다가 우체국 옆 지구대는 누군가의 습격을 받은 듯 유리창이 깨져 있고 전화기는 완전히 부서져 있다.
마을에 끊임없이 울려 퍼지던 소리의 정체는 바로 총소리였다. 누군가 계속해서 마을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었다. 생후 1개월 된 아이부터 팔순 노인까지 범인의 총구는 그날 그곳에 있었던 모두를 향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당시 마을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그날의 비극을 조명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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