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콘서트 일정 거듭 연기되는 동안 억대 규모 수백명 피해…동종누범기간 또 사기 엄벌
피해자들이 강 씨에게 엮이게 된 건 2020년 3월쯤이다. 강 씨는 중고나라 사이트에 '미스터트롯'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때는 '미스터트롯' 다수의 팬들이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만 할 때다.
피해자 A 씨는 “티켓 판매 사이트에 사람이 너무 몰려 먹통이 되면서 예약에 실패했다. 사람들이 예약을 어떻게 했을까 궁금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강 씨는 전국 콘서트 일정 모두 판매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A 씨는 '한 장 구하기도 힘든 표를 어떻게 다 구했을까' 신기해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표 가격도 양도 시세보다 저렴했다.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략 가장 좋은 좌석인 R석이 약 12만 원, S석이 11만 원 정도였다. 당시 양도 받는 표 시세는 25만 원에서 30만 원 선이었다. 강 씨는 이를 15만 원이나 10만 원 후반대에 판매했다.
이런 의구심을 갖는 피해자들 때문인지 강 씨는 자신을 사업가라고 소개했다. 피해자 B 씨는 “강 씨는 자신이 전문적으로 표를 구해 양도하는 사업가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양도 방법으로 돈을 입금하면,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예매된 표가 발송될 주소를 입금자 주소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했다. 강 씨는 피해자들에게 주소가 바뀐 캡처 사진을 보내줬다.
B 씨는 “나는 중고거래에서는 굉장히 꼼꼼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치트(중고거래 사기 조회 사이트)에서 미리 확인을 해봤는데 돈을 받는 계좌나, 전화번호, 이름 등을 보고 의심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스터트롯' 콘서트 예매 직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 본격 확산되면서 콘서트 일정이 연기됐다. 이후 다시 일정이 잡혔지만 재차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극히 일부만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입금자 중 1~2%는 이때 환불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콘서트 일정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좌석 간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공연장에 최대 인원수가 제한됐다. 회당 최대 관객수가 줄어들자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모든 예매자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공연 회차를 늘렸다. 따라서 일정이 변경된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강 씨는 피해자들에게 좌석 변화나 일정 변경 관련 어떤 통보를 하지 않았다.
피해자 C 씨는 “사실 ‘설마 20만 원 가지고 사기를 치겠나’하는 안일한 마음이 컸다. 별 의심 없이 기다리면 알아서 해주겠거니 생각했다”면서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어 해서 재차 연기돼도 끝까지 기다리기로 했고 결국 공연이 확정됐다. 그런데 공연 2주 전에도 티켓이 오지 않으면서 의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강 씨는 공연 확정 이후 일정 연기로 인해 환불을 받아 간 사람에게 재차 접근하기도 했다. 일정이 확정됐는데 표를 구할 의향이 있냐는 것이다. 이때 강 씨에게 다시 티켓 값을 보낸 피해자도 있었다.
B 씨는 공연 2주 전에도 표를 받지 못하자 다시 더치트에 검색했고, 이때 사기를 호소하는 피해자들 글을 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피해자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모여 강 씨를 고소하기로 했다.
B 씨는 “강 씨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은 더 많다. 연로하신 분들 중에는 고소 자체를 포기하신 분도 많다”며 “더군다나 사기 피해자들 일부는 ‘과거 중고거래 사기를 고소했지만 제대로 처벌되지 않았다. 의미 없다’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채팅방에 모인 700명 가운데 약 300명이 강 씨를 상대로 고소를 했고 이 가운데 150명 정도는 엄벌탄원서를 작성했다. 포기한 사람을 제외하고 공소장에 적힌 피해 금액은 약 1억 9000만 원이다. 애초 '미스터트롯' 티켓 사기 사건 기사가 보도됐을 당시에는 피해 금액이 약 76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콘서트가 지역 순회로 열려, 강 씨에게 티켓을 받지 못한 사람들도 순차적으로 나오면서 일부 지역 피해자 기준으로 보도된 것이다.
지난 10월 부산지방법원은 강 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씨가 여러 차례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2018년 12월 사기로 1년 6월형을 선고받은 바 있음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동종누범기간에 다수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범행들을 저지른 점”을 이유로 5년형을 선고했다. 강 씨는 형벌이 무겁다며 항소한 상태다.
피해자 A 씨는 “강 씨는 이미 사기죄를 저지르고 수감됐지만 2019년 가석방을 받은 바 있다. 출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 씨가 또 다시 사기죄를 저지르고 다닌 만큼 이번에는 엄벌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0여 명 피해자들은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 B 씨는 “티켓값이 너무 저렴할 때 한번쯤 의심해볼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 이렇게 귀찮은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중고거래에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미스터트롯' 콘서트 관련 사기꾼은 강 씨뿐만이 아니다. 역대급 인기로 뜨거웠던 만큼 비슷한 사기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20대가 또 있었다. 지난 9월 창원지방법원은 '미스터트롯' '팬텀싱어' 등 유명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고 속여 약 100명에게서 3500만 원 상당의 티켓 값을 챙긴 20대 남성 D 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사기 규모 차이만 있을 뿐 D 씨와 강 씨는 공통점이 많았다. D 씨도 동종 전과로 2020년 1월 출소하는 등 여러 차례 관련 처벌 전력이 있었다. 또한 D 씨도 강 씨와 마찬가지로 동종 누범 기간에 또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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