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고래모형과 포경유물 등이 전시된 고래박물관. |
울산은 고래의 고장이다.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암각화는 이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전부터 고래와 씨름해왔는지 보여준다. 암각화에는 배, 거북, 사슴, 범, 족제비, 멧돼지, 사람 등의 형상 외에 여러 종의 고래가 새겨져 있다. 돌고래, 향유고래, 큰고래, 혹등고래, 흰수염고래, 솔피 등 6종이다. 고래 중 일부에는 작살이 꽂혀 있기도 하다. 사냥한 고래는 버릴 게 없었다. 기름은 불을 붙이는 데 쓰고, 고기는 섭취했다.
고래사냥의 역사는 근대로 넘어와서도 이어졌다. 1891년 러시아황제 니콜라이 2세가 우리 정부로부터 포경권을 획득하여 태평양어업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장생포항을 고래해체 작업공간으로 이용했다. 1915년 러일전쟁 후에는 일본이 장생포항 포경산업의 중심에 있었다. 장생포항 포경산업은 1970년대에 최전성기를 이뤘다. 포경선이 스무 척이 넘었고, 장생포 거주 인구가 1만 명을 넘어설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간 과거일 뿐.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에서 상업포경금지를 결의하면서 장생포항은 영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 장생포의 주민 수는 3000명 정도. 대다수 포경산업 종사자들이 장생포를 떠났다.
비록 호시절은 끝났지만, 장생포에서 고래의 전통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이곳에는 고래고기를 파는 집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불법적으로 포경한 것은 아니다. 그물에 잘못 걸려 올라온 것들이다.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밍크고래는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한 해에 100마리 정도가 그물에 걸리는데, 큰 것은 1억 원을 호가한다.
고래고깃집 외에도 장생포에는 고래박물관이 있다. 고래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포경유물을 수집·보존·전시하는 곳이다. 2005년 5월 개관한 이 박물관은 지상4층 건물로, 1~3층이 전시에 사용되고 있다. 1층은 어린이체험관과 자료열람실, 2층은 포경역사관, 3층은 귀신고래관과 고래해체장 복원관이다. 야외에는 포경선이 떡하니 놓여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문의: 고래박물관(http://www.whalemuseum.go.kr) 052-256-6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