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채널 오디션 지지부진한 가운데 성과…TV조선 톱7 활용한 맞춤형 예능 기획중
#최고령 우승자의 탄생
23년차 무명 가수 박창근은 ‘국민가수’ 1회에서 고 김광석의 ‘그날들’을 부르며 첫 등장했다. 기타 선율에 맞춘 그의 청량한 목소리는 단박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곧바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이후 단단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 기복 없는 무대를 꾸미며 거침없이 각 라운드를 통과했다.
결승 1라운드에서는 부활의 김태원이 만든 록 ‘다시 사랑한다면’을 소화하며 장르를 넓힌 데 이어, 결승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자작곡 ‘엄마’를 선택했다. 대중에게 생소한 노래인 터라 불리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는 심금을 울리는 가사와 진심을 담은 노래로 결국 최종 우승자로서 왕관을 썼다.
박창근은 “저희 가수들이 국민을 만나게 해준 전 제작진과 마스터님, 김성주님 정말 감사드린다. 시작할 때 많은 갈등도 있었지만, 제가 이 나이 먹도록 참 변변치 않았다. 자존심 하나로 음악을 하면서 주변을 힘들게 했다. 그런데 엄마는 늘 응원해줬다”면서 “죽을 때까지 노래해서 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창근은 1972년생으로 2021년 나이 50세. 이는 TV조선 오디션을 비롯해 전 채널에서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틀어 최고령 우승자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게다가 박창근은 포크 가수다. 그동안 몇몇 오디션에서 포크 가수가 등장한 적은 있지만 박창근처럼 절대적 지지를 얻은 경우는 없었다. 심지어 중장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트롯 오디션에서도 20~30대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세대교체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박창근의 이번 우승은 ‘중년의 반격’이라 할 만하다.
#탈 트롯 신호탄 되나
‘국민가수’는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으로 대한민국에 트롯 광풍을 몰고 온 TV조선이 새롭게 내놓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글로벌 K-팝 가수’를 뽑는다고 기치를 높이 올렸다.
타 채널에서 방송되는 대다수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성적과 반응이 지지부진한 상황 속에서 ‘국민가수’의 성과는 남달랐다. 전국 시청률 16%로 출발한 후 15% 안팎을 유지해왔고, 마지막 회는 18.8%로 마무리됐다. 30%대 시청률을 기록한 ‘미스터트롯’, ‘미스트롯2’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트롯 열풍의 신호탄이 됐던 ‘미스트롯1’ 최종회 성적(18.1%)은 뛰어넘었다. 향후 ‘국민가수’가 배출한 인물들을 향한 대중의 관심과 그들이 일구는 성과가 다음 시즌의 폭발력을 배가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당초 ‘국민가수’가 내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K-팝 가수로 발돋움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통상 K-팝은 아이돌 그룹으로 대변된다. 그 외 장르나 인물의 해외 진출은 더딘 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개인으로 오디션에 참여한 신인급들이 즐비한 ‘국민가수’ TOP7이 글로벌 무대에 도전장을 낸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적잖다.
‘국민가수’ TOP7이 트롯 시장을 대체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방송 내내 화제를 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트롯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스타들의 지명도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TOP7 누가 주목 받았나
박창근과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툰 ‘숯총각’ 김동현(2위)은 본선 1라운드부터 결선까지 가장 안정되고 인상적인 무대를 펼쳤다. 박창근에게 우승을 내주기는 했지만 유력한 우승 후보로서 주목 받았다. 문학청년인 이솔로몬(3위)과 역도 선수 출신인 이병찬(5위)은 여성 팬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이솔로몬, 그리고 부상으로 인해 역도 선수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두 사람의 사연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전문적인 가수 트레이닝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국민가수’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박장현과 고은성은 10년 이상 현역 활동을 해온 가수로서 관록의 무대를 펼쳤다. 특히 공황장애로 인해 무대공포증을 겪던 박장현이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뮤지컬 시장에서 이미 완성형 배우로 손꼽히는 고은성은 매번 짜임새 있는 안무를 곁들인 무대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TOP7 가운데 유일하게 로커인 손진욱은 항상 실력으로 정면승부를 걸었다. 대중적이라기보다는 마니아적인 성향을 보이는 록이라는 장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며 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향후 이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TOP7은 갈라쇼를 준비하고, TV조선은 그들을 활용한 맞춤형 예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터트롯’ TOP6와 함께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학당’의 성공을 일궜듯,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그리고 2022년 2월부터는 결선 1라운드에서 탈락한 3인(김영흠, 조연호, 김희석)이 톱7과 함께 전국 투어를 시작한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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