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왼쪽), 농협 | ||
현대백화점과 농협측이 각각 50%씩 투자해 설립할 합작법인 하나로·현대클럽(가칭)이 할인점 업계의 세력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분야에선 롯데와 함께 사실상 2강 구도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백화점 부문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할인점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긋자 현대백화점은 메이저 백화점 업체 중 유일하게 홈쇼핑채널을 갖고 있음에도 성장성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할인점 진출을 모색해 왔지만 이미 전국 중소도시까지 경쟁 할인업체들이 진출한 상태라 새로 진출하기에는 실기했다는 평을 들어왔다. 이는 현대백화점이 성장엔진 마련에 실패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결국 현대백화점은 농협과의 제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대백화점측은 농협과의 제휴가 부지확보나 경쟁력 확보면에서 일석이조의 카드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측이 올해 안에 수도권 지역 1호점 개점을 추진한다는 언론보도도 있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것이 백화점측 반응이다.
농협측과 할인점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대전제 합의가 이뤄졌을 뿐 아직 실무적 협의 절차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할인점 업계 1위 신세계 이마트를 비롯해 기존 업계 관계자들은 겉으로 현대백화점의 할인점 진출 파장을 과소평가하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그만큼 현대백화점측이 자리를 잡기 전에 ‘기선제압’차원에서 사세 확장에 가속을 붙일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를 비롯한 기존 할인점 업계에서 점포 신축 공사를 서둘러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1년 안에 대도시에선 할인점 건물을 세울 부지마저 찾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부지 선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업계 전망에 대해 현대백화점측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점포의 수보다는 내실이 중요한 것”이라며 차별화된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포화 상태이지만 천편일률적인 기존 시장에 신개념 할인점으로 승부를 걸면 시장 파고들기가 가능할 것이란 논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과 농협의 각기 다른 노하우가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 기존 할인점 업계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할인점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농협이 보유한 부지가 많다는 점은 하나로·현대클럽의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할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농협측 부지 사용 비중이 높아질수록 현대백화점측과의 이익 배분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고강도 다이어트’를 단행해 왔다. 2003년 말 3천3백60명에 이르던 임직원 수를 2천8백여 명으로 줄인 상태다. 2003년 성남 중동에 점포를 지은 이후 신규매장을 열지 않고 있다. 반면 올 2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울렛을 3백10억원에 매각했으며 지난달 4월엔 울산의 패션아울렛 ‘메이’를 1백25억원에 매각했다. 신입사원도 3년 째 뽑지 않고 있다.
한때 ‘까르푸 인수설’까지 나돌았지만 까르푸가 현대백화점에 매년 2천5백억원가량의 투자를 요구한 것이 인수 불발 요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신세계가 신규점포를 잇따라 열며 공격적인 ‘확장 경영’에 나선 것과 대조적 행보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몸집 줄이기에 주력해온 현대백화점이 돈을 가장 적게 들이면서 성장 발판으로 삼기 위한 파트너로 농협을 택했다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측과 초반에 이익 배분에 대한 협상을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할 경우 항해를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현대백화점측은 “다른 유통업체들이 외형적으로 커진 사이 우리는 내실을 키울 준비를 한 것”이라며 일축했다. 농협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기존 할인점들은 모두 단독출자로 이뤄진 것인데 그들이 다 성공했다고 볼 수 있나”라며 차별화된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곧 농협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세부 사안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번 할인점 업계 진출은 정지선 부회장 등 2세 체제에 대한 첫 공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