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 역풍 차단 등 범여권 진영 결집 노려…친문 강성 지지층 목소리 높아지면 중도 확장 난항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12월 26일 합당에 합의했다. 당명은 ‘더불어민주당’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양당은 합의문을 통해 “대선 승리와 정치·사회 대개혁을 이루기 위한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통합돼 국민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열린민주당 가치는 결코 빛이 바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당 통합은 2020년 4·15 총선 이후 정치적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꾸준히 제기돼왔다. 2020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나왔던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 모두가 열린민주당과 합당을 약속했지만, 전당대회 후 흐지부지됐다. 이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합당 논의는 다시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통합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재명 후보는 10월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개혁 진영이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어떤 형식이든지 힘을 모아야 한다. 열린민주당하고도 통합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11월 18일 당 대 당 통합이라는 원칙 아래 협상 계획이 발표됐고, 한 달여의 논의 끝에 합의점이 도출됐다.
지도부가 통합에 합의했지만 절차는 남았다. 열린민주당은 12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전 당원 투표에 들어갔다. 온라인투표에 당원 과반이 참여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합당 여부를 묻는 당원 토론 기간을 거쳐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최고위, 중앙위 등 의결 절차를 밟는다.
민주당 협상단장인 우상호 의원은 “양당의 공식절차를 거쳐 늦어도 (2022년) 1월 10일 전으로 최종 결론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당이 마무리되면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열린민주당 3석을 포함해 172석으로 늘어난다.
이번 합당 결정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 진영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12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결정으로 일고 있는 핵심 지지층의 불만과 이탈을 차단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 판도에 대한 분석이 쏟아질 새해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새해를 맞아 여론조사가 쏟아지는 등 1월 첫 주가 대선가도에 첫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재명 후보 측이 이를 의식해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기존 지지층 결집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중도층 공략에 한계를 보여 온 방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앞서 관계자는 “산토끼보다 집토끼 단속에 골몰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지지층을 총동원해 진영 대결을 치르려 한다는 계산”이라며 “이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실제 윤석열 후보도 새해를 앞두고 12월 29일과 30일 1박 2일 일정으로 TK(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메시지를 내면서 ‘보수의 심장’ TK 표심 다잡기 행보라는 해석이다.
범여권 지지층 결집이라는 효과는 있지만,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당내에 열린민주당 친문 강성 지지자들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경우 가뜩이나 쉽지 않은 중도확장에 더 큰 어려움이 봉착할 수 있다는 이유다.
열린민주당은 민주당 당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정치·사회 개혁의제 추진을 관철시켰다. 합의문을 통해 비례 국회의원 후보를 국민 무작위 투표로 선정하는 ‘열린공천제’ 실시, 국회의원 3선 초과 제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담았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양당 구성원이 5 대 5로 참여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검찰수사권 폐지, 포털사이트의 뉴스 편집·배열 금지,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부동산감독기구 설치 등 사회개혁의제 법제화도 합의했다.
열린민주당은 통합 후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내 별도로 ‘열린캠프’란 조직을 구성해 참여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기존 민주당과 다른 강경한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선정국에서 검찰수사권 폐지 등 검찰개혁이 다시 거론돼 사회적 논쟁이 붙으면, 중도·보수층이 떨어져 나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 기반을 협소하게 만들어 승리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이러한 우려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에서 활동하는 민주당 한 의원은 “개혁의제 논의를 이제 합의한 만큼 대선 이후까지 차근차근 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 합당은 후보와 당이 외연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린민주당에서도 대선정국에서 개혁의제를 강행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열린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정개특위를 함께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바로 절차에 들어가면 된다. 일단 테이블에 앉아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대선 과정에서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윤석열 후보에게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우리가 국민의힘 프레임에 빠질 필요 없다. 전체 대선일정을 깨면서 우리의 입장을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은 국회 회기가 열려야 진행할 수 있다. 대선 기간에는 회기가 안 열릴 것”이라며 “자연히 대선 이후로 미뤄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열린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중도 확장 우려에 대해 “기성 정치에 불신을 가진 분들이 중도층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정치개혁 과제를 1·2·3번으로 앞에 내세웠다. 그런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해나가면 중도층이 이재명 후보에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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