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9일 2011대구세계육상대회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
“박근혜 전 대표가 상당히 영리한 결정을 했다. 총선 선거운동을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에 대한 부담감도 덜어내고, 그동안 박 전 대표가 줄곧 얘기해온 ‘선거는 당을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원리원칙도 지켰다. 더불어 대구 및 경북 지역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친박 후보들까지 독려한 셈이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박근혜 전 대표의 총선 지역구 출마 발언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다. 발언 이후의 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힌 데에는 영리한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박 전 대표가 ‘대구’에서 총선 출마 결심을 밝힌 것에도 전략적인 의도가 작용했다는 평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구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텃밭인 대구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에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준비하지 않은’ 발언은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박 전 대표이기에 그의 이날 발언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의 대구 방문 일정 역시 대구스타디움 방문 외에 성서5차 산업단지 내 SSLM(주) 플랜트 기공식 참석 등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사실상 한나라당 달성군지부 이종진 수석부위원장과 만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이종진 전 달성군수를 달성군지부 수석부위원장으로 위촉한 바 있다. 앞서의 친박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달성지역의 한나라당 조직을 재정비한 것은 총선과 대선 준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대구 방문 역시 지역구 관리가 주된 목적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 역시 이날 당협 운영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보다 더 큰 일의 시발점은 달성군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지역구가 자신의 대권행보의 중요한 발판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대구 출마 발언 이후 대구 지역에선 한층 분위기가 고조된 모습이다. 대구 달성 지역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88.57%의 표를 보냈을 만큼 절대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박 전 대표가 지원했던 한나라당 이석원 후보가 아닌 무소속 김문오 후보를 달성군수로 당선시키며 ‘민심’의 무서움을 보여준 곳이기도 하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이석원 후보와 김문오 후보가 박빙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대구에 내려가 감기 몸살에 걸릴 정도로 선거 운동을 도왔다. 그러나 결국 김문오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가에서는 “더 이상 박풍은 없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구 민심에 대해 “박 전 대표를 지지하지만, 한나라당을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정서다. 박 전 대표 역시 지역민심을 잘 읽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 대신 수도권 출마나 비례 대표 출마 등 ‘편법 출마’를 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안방’이나 마찬가지인 달성군에서 당한 패배로 인해 박 전 대표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한 ‘학습효과’ 때문에 결국 지역구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출마 발언 이후 당내에선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친이계인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당의 지도자가 당내 분위기 쇄신을 선도해주면 좋을 텐데 지역구에 출마한다니 좀 실망스럽다. 지도자는 자기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주장해온 ‘영남권 의원 물갈이론’을 강조했다. 정 소장 등은 박 전 대표가 당의 쇄신을 위해 수도권 출마를 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 총력 지원을 하려면 불출마 혹은 비례대표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당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친박계에선 “박 전 대표가 자신의 텃밭 지역구에 출마해야만 안정적으로 선거 지원에 나설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표의 ‘지역구 출마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내년 총선 대구 달성 출마가 ‘현실화’될지 여부에 대해서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까지 민심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을지 여부가 박 전 대표의 총선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박 전 대표에 대한 ‘압박’은 커질 것이다. 그러나 당이 어렵다고 유력주자인 박 전 대표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면, 둘 다 죽을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