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0년 전 한 젊은 PD가 망망한 바다를 건너 동쪽으로 향했다. KBS 최훈근 PD였다. 독도로 향한 목적은 분명했다. 독도의 겉모습이 아니라 진짜 모습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 그리하여 최훈근 PD는 직접 1년 동안 독도에 머물면서 독도의 육상은 물론 바닷속까지 속속들이 영상에 담아내기로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당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독도 365일'이었다.
그로부터 30년 후 오늘날 독도는 매년 2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독도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 것일까. 30년 전 독도의 모습과 오늘의 독도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육상과 수상 생태계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또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독도는 수심 2000미터가 넘는 깊은 해저로부터 솟아오른 거대한 화산체의 작은 봉우리에 불과하다. 독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이유다. 때문에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에게 독도연안은 말 그대로 '바다의 오아시스'다. 육상도 마찬가지다.
광대한 동해를 건너야 하는 철새들에게 독도는 없어서는 안될 징검다리 휴게소일 수밖에 없다.
독도 주변 바다 밑은 어떤 모습일까.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독도 바다에는 총 180여종의 어류들이 살고 있다. 감태와 대황이 숲을 이루고 그곳에서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태어나고 성장한다. 독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새로운 이름을 얻는 해양 생물들도 많다. 독도를 일컬어 한반도의 갈라파고스 '어류의 박물관'으로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바위섬인 독도. 이런 독도를 푸른 섬으로 만들기 위해 30년 전 사람들은 육지에서 1만 2000그루의 나무를 가져다 심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나무는 겨우 30여 그루. 이는 흙이 거의 없는 지질과 거센 바닷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독도를 지키고 있는 식물들이 존재한다.
독도사철나무를 비롯하여 참소리쟁이, 섬초롱꽃 등이 그것이다. 바람을 이기기 위해 키를 낮추고 바위에서 양분을 얻기 위해 납작 엎드려 옆으로 뻗어가는 독도 식물들의 독특한 생존전략을 카메라에 담았다.
독도의 상징인 새, 괭이갈매기. 최근 괭이갈매기가 독도에서 알을 낳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동해의 수온이 높아지면서 괭이갈매기의 주된 먹거리인 물고기들이 예전보다 일찍 독도 바닷가에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드물게 발견됐던 아열대성 어종은 이제 독도 바다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난류의 힘이 점점 세지면서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멀지만 가깝게 느껴지는 섬, 작지만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섬. 앞으로의 독도도 지난 30년처럼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을까.
30년 전 '독도 365일'에서 큰가제바위를 찾았던 오윤식 교수. 그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바다숲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감태와 대황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던 자리는 지금 석회조류로 덮여 하얗게 변하고 있다.
제작진은 갯녹음에 시름하는 독도 바다의 사정을 알기 위해 독도 해양 정기조사에 동행했다. 해조류라곤 찾아볼 수 없는 흰 바닥. 그 곳엔 성게들이 가득했다. 앞으로의 독도 해양생태계가 우려되는 이유다.
독도는 결코 작은 섬이 아니다. 30년간 독도와 함께해 온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으로 독도는 우리에게 '큰 섬'이 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독도. 앞으로도 독도를 보다 깊이, 보다 넓게 알아야 하지 않을까.
독도가 품은 생명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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