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를 사칭한 성추행 전과범이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수차례 성폭행을 시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
김 씨는 지난해 7월에도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편의점 직원이던 김 씨는 미스월드유니버시티 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A 씨(27)를 만나 “내가 제작하는 프로그램 리포터를 시켜주겠다”고 속인 뒤 서울 강북구 술집으로 불러내 A 씨의 몸을 만지는 등 같은 방법으로 20대 여성 3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PD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카메라 테스트를 핑계 삼아 약속을 잡거나 일부러 모 방송국 로비를 약속장소로 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재판부로부터 징역 10월 및 전자발찌 부착 5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가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것은 지난 5월 21일. 법무부 보호관찰 위탁소인 서울 면목동의 모 선교원에 머물던 김 씨는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김 씨가 가장 먼저 노렸던 대상은 지난 6월 아나운서 공채시험에서 탈락한 B 씨(여·23)였다. 김 씨는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방송국 PD라고 소개한 뒤 “이번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 탈락한 B 씨죠?”라고 물으며 “인턴 아나운서를 채용하려고 하는데 관심 있느냐”고 회유한 뒤 면접을 봐야 하니 만나자고 요구했다.
6월 29일 새벽 1시경 마포구 동교동의 모 호프집에서 B 씨를 만난 김 씨는 “인턴 아나운서로 일하면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리포터로 활동하게 해줄테니 나랑 같이 자자”며 모텔로 갈 것을 요구하는 등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외에도 아나운서를 준비하거나 연기자를 지망하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경기도 모 대학교에 다니는 연기자 지망생 C 씨(여·21)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신을 방송국 드라마PD라고 속인 뒤 “새로운 드라마에 신인 연기자를 뽑고 있다”는 미끼로 만남을 가졌다. 김 씨는 “개인 면접을 보려면 조용한 곳으로 가야 한다”며 C 씨를 ‘멀티방’으로 유인해 가슴과 다리를 만지고 강제로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 결과 김 씨는 지난 6월 29일부터 최근까지 이와 같은 수법으로 총 7차례에 걸쳐 피해 여성들을 성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의 범행은 상대를 잘못 고르면서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강남의 모 커피숍에서 김 씨를 만난 D 씨(여·22)는 김 씨가 자신을 방송국 PD라고 말하자 “해당 방송국에 전화해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고, 김 씨는 황급히 그 자리에서 도망갔다. D 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김 씨가 도망갈 때 놓고 간 가방과 신분증 등을 통해 김 씨를 검거했다.
김 씨는 현재 경찰의 추궁에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김 씨가 피해자들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것만 밝혀지면 여죄도 자연히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그들에겐 액세서리에 불과?
하지만 반대로 그 외 지역은 성범죄자들이 맘껏 활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PD사칭 사건의 경우처럼 제한지역 외에서 성범죄 전과자의 재범이 발생한다 해도 사전 차단은 어렵다. 이 경우 전자발찌의 범죄예방 효과는 거의 없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5월에 성범죄 전과가 있던 이 아무개 씨(34)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또 다시 여중생을 성폭행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씨는 2010년 12월에 출소한 성폭력 우범자였는데도 여중생 A 양(13)을 두 차례 성폭행하고, 범행 직후에 또다시 A 양의 친구인 B 양(14)을 자신의 집 옥상으로 데려가 성추행했지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전자발찌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성폭력 예방 및 재범 방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 5월 3일 서울대에서 열린 ‘성폭력 재범방지정책의 최신 동향’ 포럼 에 참석한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자발찌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김 연구위원은 “영·미권에서 전자발찌를 처음 도입한 것은 범죄자를 수감할 감옥이 모자라 대체 형벌로 도입한 것이지 우리나라처럼 발찌 자체를 예방 대책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