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1년 정희자씨(왼쪽)와 김우중 전회장이 경주힐튼호텔을 시찰하고 있다. | ||
정희자씨는 지난 2003년 필코리아리미티드 등기이사에서 물러났지만 필코리아리미티드에선 ‘정 회장’으로 불리고 있다. 필코리아리미티드는 경주힐튼호텔과 포천 아도니스컨트리클럽, 경남 양산의 에이원컨트리클럽, 힐튼외식사업부, 개관을 앞두고 있는 포천의 G&H호텔 등을 소유하고 있고 대우건설로부터 경영권을 위탁받은 하노이대우호텔을 운영해왔다. 여기에 장목로이젠컨트리클럽 추가를 눈앞에 둔 것이다.
지난 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6년여가 흐른 지금 대우그룹 오너 김 전 회장의 가족들은 레저그룹으로 이미 재기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 사업의 중심축에 서 있는 김 전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씨나 필코리아리미티드 계열사들의 자금 동원력과 출처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목면 골프장 건설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주)로이젠이다. 로이젠은 지난 4월 중순 거제시 장목면 송진포리 일대 28만4천여 평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며 허가 신청서를 거제시청에 제출했다. 로이젠은 골프장 사업을 주목적으로 자본금 20억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설립된 회사다.
일반에게 생소한 로이젠은 필코리아리미티드 계열이다. 이는 로이젠의 등기이사 명부에서도 확인된다. 로이젠의 본사 소재지는 필코리아리미티드와 같은 남산 힐튼호텔 옆 건물이다. 또 로이젠의 등기 이사진은 대표이사인 오원근씨와 최주완씨, 홍진후씨로 이뤄졌고, 감사는 유진무 필코리아리미티드 사장이 맡고 있다. 홍씨와 오씨는 필코리아리미티드의 등재이사이고, 홍씨는 필코리아의 재무임원이기도 하다. 오씨는 또 김 전 회장의 아들인 김선협씨가 사장으로 있는 (주)아도니스의 감사이기도 하다. 유 사장과 홍씨는 에이원컨트리클럽(주)의 등재이사이고, 최주완씨는 에이원의 대표이사다. 즉 유진무-홍진후-최주완-오원근으로 이뤄지는 인맥 고리가 필코리아리미티드의 핵심경영진인 셈이다.
필코리아쪽은 그동안 외부에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취재과정에서 로이젠의 오원근 대표이사를 찾자 “그런 사람 없다”고 주장하던 필코리아쪽은 오 대표가 필코리아의 등기이사라고 지적하자 “지금 자리에 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로이젠측은 거제로이젠컨트리클럽의 부지를 지난해 6월 지성학원쪽으로부터 매입했다. 지성학원측에선 이 부지 매각대금이 얼마인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밝히면 오해만 더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게 지성학원쪽의 해명이다.
‘밝힐수록 오해만 불러일으킨다’는 얘기는 지성학원 이사장이 정희자씨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지성학원은 지난 80년대 초반 세워져 거제 대우조선 직원들을 위해 대우초등학교-거제중-거제고를 운영하고 있다. 즉 정희자씨와 관련이 있는 재단법인과 사기업 간에 대규모 토지 매매가 이뤄진 셈이다. 지성학원쪽에선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매매가 이뤄졌고, 세무 관련 절차도 정상적으로 처리됐고, 교육부에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거제로이젠컨트리클럽의 전체 공사비 규모는 추정해 볼 수밖에 없다. 필코리아리미티드 계열의 아도니스와 에이원컨트리클럽은 대우건설에서 시공했다. 대우건설 출신의 한 인사는 “아도니스에 6백억~7백억원 정도가, 에이원에 6백억원 정도가 투자됐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각각 27홀 규모인 아도니스가 43만 평, 에이원이 51만여 평이라는 점과 로이젠의 부지가 30만여 평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5백억원 정도의 투자비가 들 것이라고 밝혔다.
▲ 아도니스 골프장 간판. | ||
하지만 이런 수백억원대의 사업비를 정희자씨 단독으로 조달할 수 있는지, 김 전 회장의 ‘역할’은 없는지에 대한 의혹도 일고 있다. 물론 법원에서 아도니스 등 정희자씨 명의의 재산이 정씨 소유가 맞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희자씨는 지난 5월 초에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사업자금이 김 전 회장의 해외자금 도피 의혹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 정말 섭섭하고 억울한 심정이다. 그럴 돈이 있었다면 대우를 재건하는 데 쓰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로이젠과 대우건설과의 ‘긴밀한 협조관계’다. 거제시 장목면 송진포리와 구영리 일대 1백만여 평의 장목관광단지는 외환위기 이전 대우건설이 민자 1조3천억여원을 투자해 관광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곳이다. 그러나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그러다 로이젠이 골프장 건설 파트너로 등장하면서 장목관광단지 프로젝트가 재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젠이 정희자씨가 실질적인 주인인 필코리아리미티드의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목관광단지 개발프로젝트가 김우중 전 회장가의 재기에도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 지난해 11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거가대교 기공식. 사진제공=경남신문 | ||
1조4천5백억원 정도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거가대교 프로젝트는 (주)GK해상도로가 시공을 맡는다. GK가 투자비의 69%를 떠안았고, GK의 지배주주는 GK의 지분 44.6%를 가진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장목관광단지 안에 콘도와 펜션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서를 거제시에 제출해놓고 있다. 거가대교가 없었으면 수익성도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애초 엄두도 내지 않았을 프로젝트가 로이젠컨트리클럽 프로젝트인 것이다. 거가대교 거제쪽 입구에 위치한 로이젠컨트리클럽은 거가대교를 통해 부산쪽 골퍼들이 쏟아져 들어와야 수지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골프장 건설을 추진할 당시인 지난 97년 장목관광단지 내 골프장은 대우건설이 추진했었다. 하지만 재추진하면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업주체가 로이젠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로이젠컨트리클럽의 완공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일단 일부 현지주민들의 반대가 일고 있다. 거제환경운동연합에선 골프장 건설이 거제지역 농민과 어민에 피해를 입힌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로이젠측도 지난 5월 초 신청서류를 되찾아갔다. 거제시쪽에서 교통영향평가 등 몇 가지 서류 보완을 요구하자 신청을 취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이젠측은 골프장 건립 포기가 아니라 서류를 보완한 뒤 재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젠컨트리클럽 건립 등 김 전 회장가의 사업확장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과 맞물리면서 김 전 회장의 재기행보와 어떤 상관관계를 맺을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