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75% 기준 득표율 47% 지지율 43% 안정권…양강 비호감 마지노선 65%, 안철수 추가 상승 여부 ‘촉각’
다시 원점 승부다. 3자 구도로 재편된 3·9 대선판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 하락에 힘입은 데드크로스에 성공하자 소멸했던 ‘안풍(안철수 바람)’이 재부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한계론’에 따른 반사체를 오롯이 이어받은 셈이다. 그 후 윤석열 후보는 ‘이준석 매직효과’를 등에 업고 다시 반등했다. 대권 여의주를 향한 물고 물리는 싸움이 시작됐다.
복수의 여야 전략가들이 분석한 이번 대선 ‘매직 넘버’는 다자구도 기준 ‘지지율 43%(지지율)’ 선이다. 득표율로 환산하면 46∼47%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투표율 75% 기준, 득표율 47% 안팎이면 당선권”이라고 했다. 여야 선대위 관계자들도 매직 넘버 조건으로 ‘투표율 75%·지지율 43%’를 꼽았다. 양자 구도일 땐 지지율과 득표율이 각각 3∼4%포인트(p) 더 올라간다. 대선 투표율이 75%라고 가정하면, 양자 구도의 매직 넘버는 ‘지지율 47%·득표율 50%’라는 얘기다.
제14대부터 역대 대통령 득표율을 보면,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1.1%를 기록했다. 당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24.0%) 안철수 국민의당(21.4%) 유승민 바른정당(6.8%) 심상정 정의당(6.2%) 후보 등 5자 구도였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51.6%를 기록했다. 양자 구도였던 당시 대선에선 2위 득표율도 48.0%(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달했다. 18대와 함께 양자 구도로 꼽히는 16대 대선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48.9%를 기록했다. 제3지대 돌풍이 불었던 14∼15대 대선에선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이 42.0%와 40.3%를 각각 얻었다. 다자 구도 땐 ‘최소 43% 지지도’를 올려야만 당선 안정권이라는 뜻이다.
현재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30%대 중후반에 머물러 있다. 최근 반등 모멘텀을 확보한 윤 후보 지지도는 30%대 중후반에서 40% 초반을 오간다. 한때 15%를 돌파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0% 초반대로 조정기를 거쳤다. 3자 후보 중 누구도 매직 넘버 이상의 지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여의도 한 인사는 “이 후보의 역컨벤션과 윤 후보의 컨벤션이 끝물인 지금이 대선의 진검승부”라고 했다. 컨벤션이란 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역컨벤션은 지지도가 되레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후보는 2021년 10월 민주당 대선 경선 이후 지지도가 하락했었다. 윤 후보 지지도는 같은 해 11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이후 상승하다가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에 고꾸라졌다.
다급한 쪽은 여권이다. 설 연휴 전 ‘데드크로스를 넘어 골든크로스’를 목표로 삼았던 이 후보 측은 최근 지지도 정체에 초비상이 걸렸다. 여당 한 당직자는 “윤 후보의 설화 등 야권 악재에 의존해 버틴 지지도”라며 “이기는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국면전환 카드의 ‘부재’다. 지지도 정체에 선대위 개편론이 재부상했지만 “진짜 위기는 따로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후보도 최근 선대위 단체 채팅방에 ‘국면전환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의 지역 조직 메시지를 공유했다. 당 지도부는 지지도 박스권 표현 자제령을 의원들에게 내렸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일부 인터뷰에서 “언론은 박스권이라고 하지만 저는 비등점을 향해 끓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당 내부에는 ‘이준석 효과’로 지지도가 역전되자 “야권발 이대남(20대 남자) 전략에 허를 찔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후보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중반 출생자) 당수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을 봉합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 원’ 등의 단문 메시지로 이대남을 공략했다. 이 대표가 주장한 2030세대와 60대 이상을 묶는 이른바 ‘세대 포위론’ 전략의 일환이다.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단문 메시지 전략을 보고받은 뒤 “이제야 제대로 간다”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것은 원톱 권영세 총괄선대본부장이나 원희룡 선대본 정책본부장이 아닌 MZ세대 이준석”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대표는 이재명·윤석열 후보 지지도가 엇갈리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틀 걸렸군”이라고 적었다. 이재명 후보가 젠더 갈라치기를 핵심으로 하는 세대 포위론을 비판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는 1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녀 세대 갈등을 언급, “정치, 선거에서 해서는 안 될 금기 같은 것”이라며 “이런 선거전략은 이전까지 듣도 보도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효과는 수치로 즉각 나타났다. 한때 윤 후보에게 등을 돌렸던 MZ세대는 최근 빠르게 윤 후보에게 이동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월 14∼15일 조사한 결과에서 윤 후보는 41.4%, 이 후보는 36.2%를 각각 기록했다. 윤 후보는 한 주간 6.2%p 상승한 반면, 이 후보는 1.4%p 하락했다. 희비는 MZ세대가 갈랐다. 20대(만 18세 이상 포함)에선 '윤석열 45.8% vs 이재명 16.9%'로 세 배가량 차이가 났다. 30대에서도 윤 후보가 38.2%로, 이 후보(27.0%)를 앞섰다. 40대와 50대에선 이 후보가 20%p가량 우위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분석가는 “아마추어 리더십과 선대위 비선 논란 등의 윤 후보의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후보 지지도가 40%대 중반을 치고 나가지 못한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약한 고리로 ‘문 대통령보다 낮은 지지도(이재명)’와 ‘정권교체 여론보다 낮은 지지도(윤석열)’를 각각 꼽았다. 당 인사들이 “중도 확장보다 집토끼(지지층) 결집 실패가 문제”라고 분석하는 것도 이 지점과 맞물려 있다. 그 사이 안철수 후보는 양당 비토층을 형성하며 10%대에 안착했다. 안 후보는 1월 18일 반문(반문재인) 성향의 철학자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원톱인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 중도실용 노선을 기치로 내걸고 정면 돌파를 시사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사실상 독자행보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며 “당분간 3자 구도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치열할 것”이라고 했다.
관전 포인트는 3자 구도 변곡점을 흔들 변수다. 정치권 인사들은 향후 대선판의 변수로 △양강 주자의 비호감 마지노선 △윤석열 자강론과 이재명 한계론 △안철수 대안론, 세 가지를 꼽았다. 양강 주자 비호감 마지노선은 ‘65%’다. 여당 한 의원도 “비호감 65% 이상이라는 것은 표 확장성의 문제와 직결한다”며 “당락만 놓고 보면 호감보다는 비호감이 더 중요한 지표”라고 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비호감도는 각각 65% 안팎에 걸쳐 있다. 윤 후보는 최근 또다시 무속인 선대위 비선 논란을 비롯한 ‘부인 리스크’에 직면했다. 당 내부에선 “지지도 상승도 득점이 아니라 실점한 것을 만회한 것에 불과하다”며 “매직 넘버를 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윤석열 자강론으로 독자 완주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재명 한계론도 만만치 않다. 이 후보는 지지도가 박스권에 갇히자 5·5·5(세계 5강, 국민소득 5만 달러, 주가 5000)를 핵심으로 하는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 등 경제 공약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여론의 주목을 받는 데 실패했다. 선대위 관계자들은 “그래도 실점은 안 하지 않았느냐”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그러나 선대위 위기의식 부재 논란과 함께 “후보 약점 보완 전략이 제로(0)에 가깝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선대위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원맨쇼를 하는 이 후보의 중구난방 메시지만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중재할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탄압’ 발언으로 ‘당 대표 리스크’만 부각시켰다. 송영길 대표는 1월 11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민주당은 대표가 송영길로 바뀌었고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을 받던 사람”이라며 “(이 후보는) 거의 기소돼서 죽을 뻔했다. 장관을 했느냐, 국회의원을 했느냐”고 말했다. 정청래발 이핵관(이재명 후보 핵심 측근) 논란도 연일 커지는 모양새다.
중위권을 형성한 안철수 후보의 바람이 양강을 흔들지도 관심사다. 안철수 선대위 원톱인 최진석 명예교수는 안 후보 지지도 전망에 대해 “20%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안 후보가 독자 완주를 택할지는 미지수다. 보수진영에선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며 윤석열·안철수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여야 인사들은 “안 후보의 지지도 상승 여부가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3자 구도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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