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뿐 아니라 노년층 1인 가구도 증가…‘희망 여가 1위 여행’인데 세분화된 전략 부족
#1인 가구 선호 여가활동 1위는 여행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2.7%에서 2015년 27.2%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19년에 30.2%를 차지하면서 30%를 넘겼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분석 결과 한국은 2000년대 초부터 2025~2030년까지 1인 가구 성장률이 43%를 기록해 OECD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1인 가구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젊은 층의 1인 가구 증가 원인을 미혼·만혼·비혼주의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개인의 가치관 변화 등으로 분석했다. 또 중장년층의 만혼과 이혼을 비롯해 기러기 부부 증가 등이 1인 가구를 늘렸고 노년층에서는 배우자의 사망과 자녀의 독립 등에 그 원인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도 1인 가구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의 ‘포스트코로나 시대 도래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집 안 생활(stay-home)’이 확대되어 1인 생활 문화와 비대면 방식이 강화되는 사회·문화 여건이 형성되면서 향후 1인 가구 증가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1인 가구가 가장 선호하는 여가 활동 1위로 여행이 꼽혔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의 소형화가 관광 지출에 대한 여력도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관광 지출이 연평균 0.8%씩 증가해 2030년까지 여행소비 누적증가율은 11.8%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소형가구의 여행 소비가 국민 전체 여행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17.8%에서 2030년에는 54.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1인 가구의 여행지출액은 다인 가구의 1인당 평균 지출보다 높았다. 국내여행 시 1인 가구는 1회 평균 14만 4537원 소비했고, 다인 가구에 포함된 1인은 국내여행 1회에 평균 13만 1816원을 소비했다. 월 소득 500만 원 이상의 경우 특히 미식 여행과 휴식‧휴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1인 가구를 위한 여행시장 전략 필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표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관광시장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는 관광산업에서 주소비층이 될 1인 가구를 눈여겨보고 기존의 가족 중심 전략과는 다른 1인 가구를 위한 여행시장의 전략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의 성향과 요구에 맞춘 세분화된 상품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독립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일률적인 것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파악됐다. 편리성과 개인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스케줄을 그대로 따르는 여행보다는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여행을 선호한다. 패키지를 이용하더라도 많은 수가 움직이는 단체 여행보다는 소규모의 테마그룹 여행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1인 가구 중에서는 개인 소득이 높고 학력이 높을수록 여행 경험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1인 생활 문화 증가로 인해 ‘나홀로 여행족’도 늘어 혼자 항공권을 예약하는 인구도 증가했다. 모두투어 항공데이터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30~40대 1인 개별여행객의 비율이 50%를 넘었고, 여성의 개별여행객은 20대가 40%의 비중을 나타냈다. 1인 가구 관광의 핵심 시장으로는 20~30대 고학력 남성 직장인과 20대 미혼 직장인 여성이 주목됐다.
2019년 국민여행조사 결과에서는 1인 가구의 여행 경험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1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와 70세 이상의 1인 가구 여행 경험이 다른 세대보다 많았다.
한편 1인 가구에는 젊은층뿐 아니라 은퇴한 노년층도 포함된다. 60대 이상의 1인 가구도 점차 늘고 있다. 특히 70대 이상의 저학력 전업주부를 중심으로 한 1인 가구의 여행 인구도 함께 늘고 있다. 70세 이상의 경우 여성의 기대 수명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높은 것을 감안해 노년층의 1인 가구도 여성의 비중이 높음을 짐작할 수 있다.
1인 가구 내에서도 청년‧중년‧노령 등 연령별 특성을 고려한 상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퇴 세대이자 디지털에 약하고 신체적으로 취약한 70대 1인 가구를 잡기 위해서는 여행지의 편의성 제고와 함께 여행 서비스의 접근성 개발도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1인 가구의 특성 잘 잡아내야"
유럽에서는 이미 싱글 전문 여행사가 증가하고 있고 1인 가구를 위한 휴양 전문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1인 맞춤 기획 상품을 비롯해 싱글 전용 숙박시설 등 특성화된 서비스도 증가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호텔업계에서 1인 전용 패키지가 판매되고 있으며 메이저 여행사에서도 1인 전용 여행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여행시장의 소비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1인 여행자를 위한 여행 동반자 매칭 앱(애플리케이션)과 커뮤니티가 발달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1인 가구는 상품을 구매할 때 소형 및 소량을 구매한다는 측면에서 여행상품과 서비스에서도 1인 가구의 기호에 맞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1인 가구의 여행 소비를 끌어내기 위해선 여행 적금과 상품권 지원, 1인 가구 전문여행사 개설 및 1인 친화 숙박업과 식당의 인증제 도입 등 보다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여행 시장에 대한 업계 인식은 다소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있는 시장인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어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1인 가구는 2인 가구 및 다인 가구와 차별화된 관광 행태를 보이며 1인 가구 내에서도 연령별, 소득별, 결혼유무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세부 집단의 관광 행동 특성이 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1인 가구 관광객에 대한 시각이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연령대, 소득, 성별 등에 따른 세분화된 자료 구축 상황도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한 관광 전문가는 “자아실현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며 여가를 위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1인 가구의 특성을 잘 잡아내야 향후 여행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인 가구 특성에 맞는 실질적 수요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관광 인프라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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