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와이번스가 홈페이지 게시판을 없애고 소셜미디어로 대체했다. |
하지만 SK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는 최근 ‘팬과의 소통에 미온적’이란 평을 듣고 있다. 실제로 많은 SK 팬은 블로그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구단이 의도적으로 소통을 단절해 울화통이 치민다’는 내용의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도대체 SK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다른 구단과 차별화 명분
7월 29일 SK 구단 홈페이지에 공지문이 떴다. ‘앞으로 온라인 및 모바일 트렌드를 반영해 다른 구단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평소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을 이용하던 SK 팬들은 별다른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트위터 미투데이 등 소셜미디어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기존 게시판을 소셜미디어로 대체한다’는 부분에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날부터 구단 홈페이지에서 게시판은 완전히 사라졌다. SK는 ‘여러 채널을 통해 팬과 구단, 팬과 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SK 팬들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못했다. 한술 더 떠 기존 게시판 이용자들은 구단의 처사에 모종의 음모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SK 팬 김서연 씨는 소셜미디어는 게시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시판은 글자 수 제한이 없다. 그리고 게시물을 남기면 댓글과 답글이 자연스럽게 달린다. 무엇보다 언제든 원할 때 게시판을 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는 글자 수 한계가 있다. 150~200자로 자기 생각을 밝혀야 한다. 여기다 구단 소셜미디어에 글을 남기면 구단과 팬의 소통은 가능하지만 팬들끼리의 소통은 1 대 1만 가능하지 집단 소통은 불가능하다.”
역시 SK 팬인 윤필성 씨는 올 초부터 구단이 팬의 목소리를 무시해왔다고 주장했다.
“게시판 폐쇄 이전부터 SK 프런트는 구단 비판 게시글을 삭제하고, 몇몇 구단 적대 팬을 불량회원으로 등재해 아예 글을 쓰지 못하도록 막아왔다. 이에 항의해 구단 사무실에 전화하면 누구도 받지 않았다. 말로만 ‘팬 퍼스트’를 주장하고 이면에선 팬의 목소리를 감추기에 바쁜 구단이 바로 SK다.”
구단도 일부 게시물 삭제와 몇몇 회원의 불량회원 등재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구단 관계자는 “전혀 사실과 다르거나 원색적인 비난이 실린 게시글을 삭제하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든 게시판의 운영 원칙”이라며 “그런 게시글을 주기적으로 올린 이에게 글쓰기 제한 조처를 한 것도 특이할 게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악의적인 게시물로 선량한 다수가 피해를 본다면 그게 더 큰 문제”라며 “일부 팬들의 근거 없는 비난에 구단과 선수가 피해를 감수할 수만도 없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무엇이 근거 없는 비난이고, 어째서 몇몇 팬은 불량회원이 된 것일까.
#김성근 감독 재계약 논란
홈페이지 게시판을 두고 구단과 팬이 본격적인 갈등을 빚기 시작한 건 올 초였다. SK 김성근 감독의 재계약건이 발단이었다. 일부 SK 팬은 ‘올 시즌으로 계약기간이 종료하는 김 감독과 시즌 중 재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요지의 게시글을 올렸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번의 우승으로 명장 반열에 오른 김 감독과 재계약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게 일부 팬의 생각이었다.
당시 구단은 ‘재계약엔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시즌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재계약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6월 초 한 스포츠전문지에서 ‘SK, 김성근 감독과 재계약 확정’이라는 기사가 나오며 사태는 급반전했다. 당시 기사는 SK가 김 감독과의 재계약을 확정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구단은 “아직 재계약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보도를 부인했다.
SK 팬들은 구단이 부인하자 이를 김 감독과의 재계약 자체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SK 팬들은 게시판을 통해 ‘김 감독과 재계약을 맺으라’는 릴레이 게시글 시위를 벌였다. 구단 단장, 사장 등 특정인을 지목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고 피켓과 현수막을 동원한 장외 시위 계획도 발표했다. 실제로 6월 16일 문학구장엔 김 감독과의 재계약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재계약 논의’라는 구단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한 고위관계자는 팬들이 구단의 속내를 너무 몰라준다며 울상을 지었다.
“감독 재계약은 구단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도 논의해야 할 문제다. 재계약 시 대우와 조건 등도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즌 중 재계약 발표를 했을 때 자칫 팀 전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넥센 김시진 감독과 삼성 선동열 전 감독을 제외하고 어느 구단이 감독을 시즌 중에 재계약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게시판의 하루 이용자가 2000명 이상이었지만 실제 게시판의 분위기를 주도하던 이들은 20명 남짓한 극소수의 팬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소수의 팬이 점령군처럼 게시판을 사유화한 바람에 진정한 소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근거 없는 비방과 비난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선량한 팬은 게시판에서 소외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SK는 “감독 재계약 여부와 게시판 폐쇄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세간의 의구심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소통 창구를 게시판에서 다양한 소셜미디어 활용으로 전환할 생각이었고, 프로야구단뿐만 아니라 전체 SK 스포츠단이 같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확인 취재 결과 프로농구, 프로게임단의 게시판은 그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벌집 건드리는 꼴 될 수도
SK는 앞으로도 게시판을 대신해 소셜미디어로 팬들과 소통하겠다는 자세다. 구단 홍보 관계자는 “애초부터 번복을 염두에 뒀다면 소셜미디어 도입을 계획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게시판 부활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야구계의 반응은 우려 일색이다. 한 야구인은 “4년 전 KIA의 교훈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07년 7월 KIA는 ‘유언비어와 허위사실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욱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홈페이지 게시판을 전격 폐쇄했다. 당시 게시판엔 구단 단장, 사장을 비난하는 팬들의 글들이 쇄도하던 참이었다.
‘초유의 게시판 폐쇄’로 구단 고위층에 대한 비난은 수그러드는가 싶었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떠난 KIA 팬들은 현대·기아자동차 홈페이지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로 무대를 옮겨 구단 수뇌부들을 격렬히 비판했다. 일부 열성팬은 기아자동차 중역의 개인 이메일로 항의 글을 보내기도 했다. 구단 사정을 몰랐던 기아자동차 고위층에서 팬들의 이메일을 보고 화들짝 놀란 건 유명한 일화다. 결국 그해 KIA 단장은 해임됐다. 이후 KIA는 성적부진으로 팬들의 비난이 쏟아져도 게시판을 폐쇄하는 일을 두 번 다시 하지 않았다.
당시 사태를 생생히 기억하는 KIA의 한 관계자는 “홈페이지 게시판 폐쇄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다”며 “구단은 팬들의 비난과 성토에도 진지한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팬들 역시 추측과 진실을 구별하고 구단을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상생의 길”이라고 조언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심판 알아서 충성? 판정 오히려 엄격?
▲ 뉴시스 |
학업에 전념하느라 경남고 진학 이후 야구선수의 꿈은 버렸지만 야구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유지했다. 2005년 자비를 털어 <사진으로 본 한국야구 100년사>를 발간하고 2007년 3500만 원을 들여 장충리틀야구장에 전자식 전광판을 기증한 것도 관심의 연장선상이었다. 구 회장이 KBO 총재 후보로 거론됐을 때 야구계가 두 손 들어 환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구 회장의 총재 등극이 확실해지면서 각 구단의 희비가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야구인들은 각 구단을 주식으로 빗대면서 LG를 최대 수혜주로 꼽고 있다. 그도 그럴 게 구 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친동생이자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한 구광모 LG전자 차장의 친아버지다. LG가의 적자 가운데 적자인 셈이다.
야구계에선 벌써부터 구 회장의 총재 취임으로 LG의 4강행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난무하고 있다. 한 야구인은 두산을 예로 들었다.
“두산그룹 회장이었던 고 박용오 총재 시절 ‘두산이 심판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설이 파다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심판들 스스로 알아서 두산에 유리한 판정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나머지 구단이 피부로 느낄 정도였다.”
실제로 두산은 박용오 총재의 실질적인 재임기간이었던 1999시즌부터 2005시즌까지 7년 동안 포스트 시즌 진출 5회와 한국시리즈 우승 1회를 경험했다. 하지만 두산이 심판진의 도움을 받았다는 구체적 증거는 없다. 여기다 구 회장이 원칙을 중시하는 성격이고 평소 LG 선수단에 페어플레이를 강조한 것을 고려하면 심판진의 ‘보이지 않는 손’을 스스로 경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 심판도 “LG에 유리한 판정을 했다간 상대 구단에서 재깍 눈치 챌 것”이라며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LG경기에선 더 공정하게 판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 구단 역시 구 회장의 총재 추대로 수혜주가 됐다는 주변의 평가에 “오히려 나머지 구단의 견제가 심해질 것 같다”며 “저가주가 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