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장동 의혹 허우적, 윤석열 정책 이해도 부족 드러내…안철수·심상정 장점 살렸지만 결정타 없어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에서 여전히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나타냈고, 윤석열 후보는 여러 정책에 대한 학습이 아직도 부족한 ‘초보’의 한계를 보여줬다. 양강 후보를 따라잡아야 하는 3지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장점을 잘 살려냈지만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낼 한방은 날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장동을 어찌하나
예상대로였다. 윤석열 후보를 비롯한 3명의 야권 후보들은 일제히 ‘아픈 손가락’인 ‘대장동 의혹’으로 이재명 후보를 몰아세웠다. 부패 범죄를 주로 수사해온 특수부 검사 출신 윤 후보는 토론회 첫 주제인 부동산부터 작심한 듯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파고들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께서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들어가는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한 것은 맞나”고 캐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께 실망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일단 머리를 숙였다. 이 후보는 이내 “언론도 검증했고 검찰도 수사하고 있는데 시간 낭비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민생과 경제 이야기를 많이 하면 어떠냐”고 언급하면서 대장동 토론에서 벗어나려 했다. 대장동 의혹을 더 끌고 가면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역시 이 후보 속셈을 눈치 챈 듯 물러서지 않고 “특정인 또는 몇 사람에게, 3억 5000만 원을 투자한 사람에게 배당받을 수 있는 최상한선인 캡을 씌우지 않고 이렇게 설계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추궁을 이어갔다.
이 후보 역시 수세적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반격에 나섰다. 이 후보는 “윤 후보는 이익을 줬고 저는 이익을 빼앗았다”며 “국민의힘이 (민간업자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그렇게 난리를 치지 않았나”고 받아쳤다. 또한 검찰 재직 당시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과 김만배 씨 누나의 윤 후보 부친 자택 구매 사실까지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저는 아무런 이익이 없었던 점을 보면 오히려 윤 후보가 더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3억 5000만 원밖에 리스크는 없지만 남은 거는 다 먹게 설계해준 것이냐”고 다시 이 후보를 몰아세웠고, 이 후보는 “(김만배 씨가) ‘내 카드면 윤석열은 죽는다’는 말을 왜 할까”라고 맞섰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는 안철수 후보나 심상정 후보도 윤 후보와 동맹을 형성하면서 1 대 3의 공격 구도가 만들어졌다. 안철수 후보는 “1조 원에 가까운 이익이 민간에 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질타했고, 심상정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투기세력과 결탁한 공범이냐, 활용당한 무능이냐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의혹으로 호되게 당한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이슈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완전한 차별화를 시도하며 탈출구를 모색했다. 이 후보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점수로 매겨달라는 안 후보 요청에 “숫자로 매기긴 어려운데 매우 잘못된, 부족한 정책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재인 정권의 후계자 맞느냐’는 안 후보 질문에는 “후계자는 아니다. 새로운 이재명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갈라서는 모습을 통해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면서 동시에 대장동 늪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읽혔다.
#윤석열, 초보딱지 못 뗐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 약점으로 꼽히는 낮은 정책 이해도를 공략했다. ‘초보 윤석열’의 민낯을 사정없이 드러내려는 듯 ‘작심 질문’을 퍼부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윤 후보 약점 공략에 성공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미래 산업과 일자리·성장 등 분야에서 RE100(알이백), EU택소노미, 블루수소 등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면서, 윤 후보가 머뭇거리거나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자문자답 식으로 한껏 개인기를 부각시켰다.
이 후보는 일자리·성장 분야 주도권 토론에서 윤 후보를 향해 “RE100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 글로벌 캠페인이다. 윤 후보가 못 알아들은 듯 “네? 다시 한 번”이라고 말하자, 이 후보는 “RE100”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결국 윤 후보는 “RE100이 뭐죠”라고 묻고 말았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전 세계 유수한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채택해서 재생에너지 100%로 생산하지 않은 부품을 공급받지 않겠다고 했지 않나”라며 “안 후보는 잘 알 것 같다. RE100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럴 때 재생에너지 포션(부분)을 늘리지 않으면 나중에 화석연료에 의존했다가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발동되면 어떻게 대응하나”라고 질문을 쏟아냈다.
이어 이 후보는 유럽연합(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도 소환했다. 이 후보는 “EU택소노미가 매우 중요한데, 원자력 관련된 논란이 있지 않나. 원전 전문가에 가깝게 원전을 주장하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가 “유럽을 봐도 지금 독일이 원전을 없앴다가 결국은 프랑스에서 수입하고 러시아에서 가스 들여오고 그렇게 하지 않나”라고 답하자, 이 후보는 “그런 뜻이 아니라”라며 윤 후보의 답변을 부정했다. 그러고는 “EU택소노미라는 새로운 제도가 논의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원전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건가”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가 “‘EU 뭔지’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가르쳐 달라”고 말하고 말았다. 이에 이 후보는 “EU택소노미는 녹색분류체계를 말하는데 여기에 원전을 포함할 거냐 말거냐가 논란인데 우리나라는 (원전을) 어디에 지을 것이냐, 핵폐기를 어떻게 할 거냐가 의제라서 이 두 가지를 해결하지 않으면 녹색에너지로 (원전이) 분류가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소위 그린수소, 블루수소, 그레이수소라고 하는 새로운 영역의 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블루수소 생산 산업과 관련된 비전이나 생각을 갖고 계시면 잠깐 말씀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미래 산업의 핵심은 데이터, AI(인공지능), 클라우드컴퓨팅 이런 것이지, 거기에 있지 않다고 본다”며 블루수소와 관련한 답변을 피해갔다. 이에 이 후보는 “알겠다. 블루수소는 사실 화석연료를 분해해 나오는 수소를 만들되,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말하는 건데 참고하시라”고 지적했고, 윤 후보는 “네”라고만 답했다.
윤석열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질문에도 진땀을 뺐다. 안 후보의 숫자 질문에 틀린 답을 내놓은 것이다. 안 후보는 부동산 토론에서 “윤 후보가 2030 청년을 위해 군필자에게 청약가점 5점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한 것으로 안다”며 “혹시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즉시 “84점인데요”라고 정정했고, 윤 후보는 “아, 예, 84점”이라고 고쳤다.
안 후보는 재차 “그러면 혹시 지난해 서울지역 청약 커트라인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는지”라고 물었고, 윤 후보가 “글쎄요. 거의 만점이 다 돼야 하지 않나”라고 답하자 안 후보가 “62.6점”이라고 바로 잡았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군필자에게 청약점수를 5점 더 주더라도 그 5점을 더 받아서 청약에 안 될 사람이 이렇게 당첨되는 그런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윤 후보 공약의 허점을 지적했다.
#3지대 후보들, 결정타 못 날려
대선 완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 연금개혁 문제를 꺼내들면서 ‘개혁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안 후보는 “국민연금 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하겠다고 우리 네 명이 공동 선언하는 게 어떤가”라고 물으면서 다른 후보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안 후보의 리더십이 부각되는 장면이었다. 안 후보는 토론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연금개혁에 대해 네 후보 다 즉석에서 동의한다는 것을 얻어낸 것만 해도 오늘 토론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심상정 후보는 제1야당 윤석열 후보를 몰아세워 사과를 이끌어내는 결기를 보였다. 심 후보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 전화 녹취록의 안희정 미투 관련 발언을 겨냥해 “정말로 성범죄자 안희정 씨 편인가”라고 윤 후보를 추궁했고, 윤 후보는 “사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건희 씨가 이른바 ‘7시간 통화’에서 “난 안희정이 솔직히 불쌍하더만.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되게 안희정 편이다”라며 피해자 김지은 씨보다 안 전 지사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 심 후보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첫 TV토론에서 여당과 1야당의 양강 후보들은 기존의 장단점만 그대로 재확인시켜줬고, 3지대 후보들도 자신의 기존 역량을 잘 알렸지만 상황을 역전시킬 한방은 없었다”며 “시선이 분산되는 4자 TV토론이 특별한 변별력을 가지지 못하면서 진영 결집이 더 강해지고 막판 네거티브 악재에 최종 판세가 휘둘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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