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바라기가 광활한 들판을 가득 메운 구와우마을. |
해발고도 700m의 고원도시. 험산준령에 둘러싸인 태백은 한여름에도 열대야가 없는 곳이다. 고도가 높다보니 낮 동안에도 그리 덥지 않지만, 해가 저물면서는 공기가 서늘히 식어 내린다. 여름의 평균기온이 섭씨 19도에 불과하다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이 시원한 천혜의 피서지에는 볼거리도 많다.
우선 여름의 상징꽃인 해바라기가 구와우마을에 활짝 피었다. 이 마을에서는 올해 7회째를 맞은 해바라기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축제는 이달 28일까지 계속된다. 황연동에 자리한 구와우마을은 태백시내에서 검룡소를 향해 가는 35번국도 변에 자리하고 있다. 길을 달리다보면 오른쪽으로 자작나무숲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노랗게 꽃물 든 구와우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구와우마을에는 5만 평에 달하는 대지에 100만 송이의 해바라기꽃밭이 조성돼 있다. 야트막한 구릉과 구릉 사이에 해바라기꽃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보는 순간 탄성이 나올 만큼 장관이다. 마을에는 해바라기꽃길, 전나무숲길, 낙동정맥길로 이어진 총 7㎞의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귀가 번쩍할 소식이다. 축제장에서는 해바라기뿐만 아니라 각종 다양한 꽃들도 볼 수 있다. 해바라기 다음으로 가장 흔한 것이 나리꽃이다. 히말라야 산기슭에서만 핀다는 붉은 꽃 메밀은 귀하신 몸이다.
마을에서는 축제 기간 동안 각종 전시와 행사를 개최한다. 철암프로젝트(철암은 태백의 탄광촌으로 채광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이후 마을이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는 곳이다. 할아텍은 미술을 통해 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를 진행했던 할아텍의 그림과 조형이 전시되고, 평일 오후 7시에는 특설무대에서 세계걸작영화시리즈가 무료 상영된다. 주말에는 7080와인뮤직카페가 준비돼 있다. 해바라기는 뛰어난 제독능력으로 화제가 된 꽃이기도 하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을 최대 43%까지 정화했다는 보고도 있다. 구와우마을에서는 해바라기를 심어 환경을 가꾸고 희망을 나누자는 취지로 ‘해바라기꽃씨나눔’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 수십만 평의 배추밭이 장관인 매봉산풍력발전단지. 작은 사진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
매봉산을 두고 갈 수 없는 이유는 거기에 대단위 고랭지채소밭이 있기 때문이다. 1962년 한미재단에서 화전민 정착촌 사업의 일환으로 개간을 시작하면서 형성된 이곳 고랭지채소밭은 그 넓이가 무려 40만 평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 삼수동 귀네미마을에도 고랭지채소밭이 있는데, 그보다 조금 더 넓다. 매봉산 정상에 서면 푸른 물결의 배추밭에 압도되고 만다. 하나 더 이곳에는 풍력발전기가 있는데, 그것이 또 볼 만하다. 2003~2006년 설치된 것으로 모두 8기가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제작 공급된 것들이다. 이 풍차 설치 이후 매봉산은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도 새로 얻었다.
그런데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매봉산 고랭지채소밭으로는 도로가 잘 나 있다. 그러나 8월 중에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여행차량의 빈번한 출입으로 농민들이 배추농사에 방해를 받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내렸다. 다만, 태백시에서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설렁설렁 한 시간쯤 걸어가도 무방하겠지만,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것도 괜찮겠다.
태백은 백두대간의 분기점이라는 것 말고도 굉장히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다. 한강, 낙동강, 오십천이 태백에서 발원한다. 35번국도 매봉산 들머리의 고개가 삼수령인데, 이곳에서 서쪽으로 흘러내린 빗방울은 한강, 남쪽으로 흘러내린 빗방울은 낙동강, 동쪽으로 흘러내린 빗방울은 오십천을 이룬다.
이 중 검룡소는 1987년 국토지리원에 의해 한강의 시원으로 공인받은 곳이다. 삼수령 빗물이 모이고 모여 콸콸 솟아나는 한 지점이 바로 검룡소다. 창죽동 금대봉골에 자리한 검룡소는 둘레 20여m에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샘이다. 석회암반을 뚫고 올라오는 지하수가 매일 2000~3000톤씩 솟아난다. 물은 사계절 변함없이 섭씨 9도를 유지한다. 물이 솟는 지점에서부터 아래쪽으로 마치 용이 몸부림을 치는 것처럼 물이 끊임없이 흐른다. 검룡소 주변에는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다. 이끼를 보호하기 위해 시에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검룡소의 이끼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크게 훼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데크 설치 이후 이끼는 완전 복원되었다.
▲ 매봉산에서 바라본 운해 낀 태백시내. |
검룡소 이상으로 감동을 주는 물줄기가 하나 더 있다. 구문소의 계곡이다. 구문소는 태백의 남쪽에 자리한 큰 석문(石門)계곡이다. 황지에서 출발한 물이 동점동에 이르러 바위 산줄기를 뚫고 지나며 크고 깊은 소를 이루었는데, 이것을 구문소라고 한다. 구문소는 구무소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구무는 구멍을 뜻하는 고어다. 태백 사람들은 구문소를 뚜루내라고도 부른다. 산을 뚫고 흐르는 물이라는 뜻이다.
구문소의 석문은 높이가 30m에 이른다. 이 석문은 약 1억 5000만 년에서 3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문 자체도 대단하지만, 이 석문 바로 위쪽의 계곡에도 말문이 막힌다. 삼형제폭포, 통소, 여울목, 용천 등의 구문팔경이 좌르르 펼쳐진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중앙고속국도 제천IC→38번국도→영월→정선→태백
▲먹거리: 구문소동 태백기계공고 맞은편에 태백한우직판장(033-581-8787)과 태백산도립공원 입구 맞은편에 태백산한우(033-552-9393)가 있다. 태백에서 키운 한우만 취급하는 곳으로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바로 옆 식당에서 자릿세(1인당 4000원)를 내고 구워먹으면 된다. 밑반찬과 채소 등이 준비된다. 황지동 일대에는 한우고기식당들이 즐비하다.
▲잠자리: 태백산도립공원 내에 자리한 태백산민박촌(033-553-7460)과 철암동 금광골 일대에 조성된 고원자연휴양림(033-550-2849)을 추천한다. 가격도 모텔급으로 비싸지 않고 깔끔하다.
▲문의: 태백시문화관광과 033-550-2081. 태백시관광안내소 033-550-2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