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애의 ‘공작도시’로 반전 시작…손예진 ‘서른, 아홉’과 박민영 ‘기상청 사람들’로 확실한 재기 노려
2022년 초 JTBC는 다시 초강수로 승부수를 던졌다. 수애를 투입한 ‘공작도시’가 3~4%대 시청률을 기록하다 최종회에서 4.7%까지 찍었다. 후속 드라마인 손예진의 ‘서른, 아홉’은 첫 방송부터 시청률 4.4%를 찍고 2회에서 바로 5%대를 넘었다. 박민영의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 역시 4.5%로 시작해 2회에서 5.5%를 기록했다.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은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큰 성공을 거둔 손예진의 2년여 만의 복귀작으로 기대치가 높은 작품이다. 손예진은 확실한 시청률 메이커다. 출연 드라마 대부분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선보였다. ‘사랑의 불시착’ 이전 작품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JTBC 드라마다.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방송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최고 시청률이 7.3%를 기록할 만큼 시청률도 잘 나왔지만 화제성이 훨씬 더 컸다. JTBC 드라마의 중흥기를 이끈 이 드라마가 끝나고 6개월 뒤 JTBC는 ‘SKY 캐슬’을 통해 절정기의 정점을 찍는다. JTBC가 다시 손예진 카드를 꺼내든 데에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당시의 영광을 재현하길 바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2에 연이어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은 전미도를 투입해 화제성을 더욱 높였다. 뮤지컬 배우 출신 스타인 전미도에 또 한 명의 뮤지컬 배우 김지현을 추가해 스리톱 여주인공 구도를 완성했다. 최근 뮤지컬 배우들이 드라마에 출연하며 큰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많아진 흐름을 감안한 캐스팅으로 보인다. 김지현은 ‘공작도시’에도 조연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2월 16일 첫 방송에서 4.4%로 순조롭게 출발한 ‘서른, 아홉’은 전작 ‘공작도시’의 마지막 회 시청률 4.7%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17일 방송된 2회에선 5.1%로 소폭 상승하며 향후 시청률 상승의 동력을 확보했다.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로 스리톱 여주 시스템이다.
최근 몇 년 새 화제가 됐던 스리톱 여주 드라마로는 2019년 8월 JTBC에서 방영된 ‘멜로가 체질’, 2021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등이 있다. ‘멜로가 체질’은 비록 1%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 드라마를 인생드라마로 손꼽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좋은 평을 받았다. 현재 ‘멜로가 체질’은 티빙,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의 OTT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데 본방의 낮은 시청률과는 달리 OTT에서는 꾸준한 시청 시간을 기록하는 스테디셀러다.
‘술꾼도시여자들’은 티빙에서 공개돼 티빙의 유료 가입자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tvN을 통해서도 방송된 ‘술꾼도시여자들’은 최근 시즌2 제작을 공식화했고 세 여주인공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산꾼도시여자들’까지 방송되고 있을 정도다.
‘멜로가 체질’의 세 여주인공 나이는 서른, ‘술꾼도시여자들’의 세 여주인공은 30대 초반, 그리고 ‘서른, 아홉’은 제목처럼 서른아홉 세 친구의 이야기다. 달라지는 나이 대에 따라 공감하는 시청자 층도 달라지는 터라 시청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또한 ‘서른, 아홉’이 OTT에서 어느 정도의 시청 시간을 기록할지도 관심사다. 참고로 ‘서른, 아홉’은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서비스된다. 손예진 효과로 인해 일본 등 해외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서른, 아홉’을 시청하는 팬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3회가 방송되는 2월 23일부터다. ‘서른, 아홉’은 수목 드라마로 밤 10시 30분부터 방송되는데 23일부터 같은 밤 10시 30분에 tvN 수목 드라마가 방송되기 때문이다.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이 출연하는 ‘킬힐’로 역시 스리톱 여주 시스템이지만 앞선 드라마들처럼 동갑내기 친구들의 얘기가 아닌 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세 여자들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를 그린 드라마다.
일정 부분 시청자 층이 겹칠 수밖에 없는 드라마인 터라 ‘서른, 아홉’과 ‘킬힐’의 공존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드라마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 수밖에 없는 잔인한 편성인데, 손예진과 김하늘은 한국 연예계 청순가련형 계보를 잇는 스타들이라는 점에선 자존심 대결 양상까지 엿보인다.
JTBC의 또 다른 카드는 박민영이다.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큰 성공을 거둔 박민영은 2020년 초 방영된 JTBC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로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JTBC 토일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으로 명예회복에 나섰는데 첫 회 4.5%, 2회 5.5%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문제는 5회가 방송되는 2월 26일 이후 시청률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결방된 지상파 드라마들이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SBS는 금토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파트2를 2월 25일부터 방송하고, MBC는 26일부터 ‘트레이서’ 시즌2를 방송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밤 10시, ‘트레이서’는 밤 9시 50분으로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과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 30분부터 방송 시간이 겹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과 ‘트레이서’는 모두 7~8% 시청률을 유지해왔던 흥행작들이라 올림픽 결방 과정에 방송을 시작한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 4회까지 유의미한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 그 이후에는 상당히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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