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폰카페들이 원조교제와 조건만남 등 성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
학원알선업체를 운영하던 이 씨는 ‘스폰카페를 개설해 성매매를 알선하면 인적네트워크 형성 및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2010년 7월 온라인 스폰카페를 개설했다. 2011년 6월까지 운영된 이 씨의 카페는 회원수 6000여 명에 달하는 대형 스폰카페로 성장했다. 이 씨는 회원들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81명의 여성회원을 직접 면접하며 여성들로부터 인적사항, 직업, 요구조건 등 50여 개 항목의 회원가입서를 작성하게 했다.
이 씨는 또 여성들에게 한 달에 3~4회 성관계만으로 1000만 원 이상을 줄 수 있는 돈 많은 VIP 스폰남을 소개시켜준다며 그 대가로 성상납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폰카페를 찾는 여성들의 목적이 돈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조건임에 틀림없었다. 실제로 검찰조사 결과 대학생 A 씨(여·24)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이 이 씨의 꼬임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 출신으로 연예인을 꿈꾸던 A 씨는 연예기획사로부터 “연예인으로 데뷔시켜 줄테니 준비금을 내라”는 말에 속아 수백만 원을 사기 당했다. 그 뒤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A 씨의 삶은 그야말로 궁핍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연예인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A 씨는 이 씨가 운영하던 ‘M 스폰카페’에 가입했다. 이 씨를 만난 자리에서 성매매를 권유받은 A 씨는 그 대가로 “300만~350만 원을 받고 싶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이 씨는 A 씨에게 “스폰남을 소개해 주는 대가로 나와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조사 결과 이 씨는 이렇게 모두 11명의 여성들로부터 성상납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A 씨는 이 씨로부터 VIP 스폰남을 소개받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애초에 이 씨의 카페에는 경제적 스폰이 가능할 정도의 능력남이 가입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달에 수백만 원 이상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남성들이 굳이 스폰카페를 통해 여성들과 성매매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그 후 피팅모델 일을 하던 A 씨는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모델소개업자 김 씨로부터 1회 70만 원의 스폰만남을 제안 받기도 했다. 김 씨 역시 “스폰서를 소개받기 위해서는 나에게 성관계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며 A 씨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더군다나 김 씨는 A 씨에게 “신고하면 끝까지 찾아가서 보복하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직업상 성공을 위한 방편으로 스폰서를 필요로 한 경우도 있었다. 지방의 모 방송국 리포터로 일하던 B 씨(여·26)는 리포터로서 성공을 꿈꿨으나 현실은 자신의 바람과는 달랐다. 그녀의 입지는 신입 리포터에게 밀려 나날이 좁아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신입 리포터와 담당 PD가 스폰관계였던 것이다. “스폰서를 끼고 방송 쪽에서 승승장구하는 애들이 있다”는 루머는 단순한 루머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B 씨는 스폰만남의 유혹에 흔들리게 된다. 유력한 스폰서를 만나면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녀는 이 씨의 카페에 가입했다. B 씨 역시 이 씨로부터 스폰서를 미끼로 성상납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수상히 여긴 B 씨는 스폰만남을 포기해 더 큰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일명 ‘나쁜 남자’에게 당해 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스폰카페에 가입한 사례도 있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던 C 씨는 부모의 사업 실패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장학금을 받던 착한 딸이었다. 하지만 ‘나쁜 남자’를 만나면서 그녀의 인생도 꼬이기 시작했다. C 씨는 남자친구의 요구에 따라 ○○저축은행으로부터 500만 원을 대출받아 남자친구에게 건넸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C 씨로부터 돈을 받은 뒤 이별을 통보했다. 대출금을 갚을 길이 막막했던 C 씨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결국 스폰카페에 가입했다.
놀라운 것은 C 씨가 스폰카페에서 만난 남자가 <일요신문>이 최근(1002호)에 보도한 ‘스폰카페 파렴치남 황당사기’ 사건의 당사자인 주 아무개 씨라는 사실이다. 주 씨는 C 씨에게 스폰만남을 조건으로 약속했던 돈을 주지 않고 도망갔다.
서울 모 여대에 재학 중인 D 씨 역시 주 씨에게 당한 피해자다. 그녀는 홀어머니 밑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만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D 씨는 친구들로부터 스폰만남에 대해 듣고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이 씨의 스폰카페에 가입했다. 이렇게 해서 만난 스폰남이 주 씨였다. 주 씨는 성관계 후 D 씨에게 가짜 금팔찌를 주고 “주차한 차를 가져오겠다”고 한 뒤 도망쳤다.
이처럼 스폰카페들은 원조교제와 조건만남 등 성매매의 온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스폰카페들은 ‘이색알바’ ‘애인대행’ ‘도움’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검찰이 적발해 강제폐쇄 혹은 블라인드 조치를 내린 스폰카페는 무려 118개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스폰카페가 활성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또 돈으로 성을 사려는 남성들과 여성들의 그릇된 욕구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한 여성들 중에서도 경제적 사정과 명품 구매, 성형수술비 마련 등 다양한 이유로 스폰카페를 기웃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도 스폰서를 구하는 여성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연봉 7000만 원이라는 전문직 여성이 스폰서를 구하는 메일을 이 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또 일부 여성은 먼저 누드사진을 보내라는 스폰남들의 요구에 응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