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10일 서울 한강공원. 강 인근을 순찰하던 방범대원의 눈에 이상한 물체 하나가 포착됐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그것의 정체는 바로 시신이었다.
5일 전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된 스무 살 '문철'군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 하지만 시신에 뚜렷한 외상이나 타살 정황이 없어 수사는 자살로 종결된다.
그러나 가족과 주변 지인들은 문철 군의 죽음에 강력히 의혹을 제기했다. 문철이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 당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지목한 용의자는 놀랍게도 '마약왕 쿤사'였다. '쿤사는 태국,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전 세계 헤로인의 약 70%를 공급해온 거대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이다.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거대 마약 조직과 문철 군 가족은 대체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문철 군의 아버지 문충일 씨는 가족들을 이끌고 쿤사의 '마약왕국'에 터전을 잡았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중국인 행세를 하며 지냈다는 문충일 씨 가족. 그러던 어느 날 중국인 행세를 한 것이 탄로 나며 온 가족이 공개 처형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목숨을 건 탈출이 시작됐다. 이동 거리만 총 1만km로 국경을 넘나드는 숨 막히는 여정이 이어졌다. 듣고도 믿기지 않는 기막힌 사연, 그리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마약왕국 대탈출이 시작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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