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 장기화로 단축시즌 가능성…‘류’ 연봉삭감‘ 우려, ’김‘ 소속팀 결정 미뤄져
MLB 직장 폐쇄가 결정되고 42일 만인 지난 1월 협상 테이블에서 만난 MLB 노사는 별다른 진전 없이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이후 양측은 다시 만나 긴 시간 회의를 가졌지만 소득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큰 진전 없이 교착 상태에 빠진 양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2월 22일부터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 모여 매일 협상을 가졌지만 여전히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노사단체협약의 최대 쟁점은 ‘서비스 타임’이다. 서비스 타임은 선수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된 일수를 의미하는데 선수가 자유계약(FA) 자격을 갖추려면 서비스 타임 6년을 채워야 한다. 선수 노조는 FA 취득 시기를 단축시키기 위해 서비스 타임을 줄이려 하는 반면 구단주 쪽은 강하게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자 FA 자격 요건은 기존 규정을 따르는 대신 양측은 보너스 풀을 통해 연봉 조정 자격이 없는 선수들이 받는 불합리한 대우를 개선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그 규모. 선수 노조는 150명에게 1억 1500만 달러를, 구단주 쪽은 30명에 한해 2000만 달러를 나눠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새롭게 선보이는 드래프트 추첨제와 사치세 관련해서도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하위 팀이 높은 지명권을 차지하기 위해 고의로 시즌을 포기하는 ‘탱킹’을 막기 위해 상위 지명권을 추첨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는데 구단주는 4라운드 지명권까지, 노조는 8라운드까지 추첨으로 지명 순번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핵심 쟁점인 사치세 관련해서도 구단주 쪽은 2억 1400만 달러를, 노조는 2억 4500만 달러를 제안했다. 노조 입장에선 사치세 기준을 크게 높여야 각 구단들의 적극적인 투자 유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좀처럼 의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
회의를 이어가도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MLB 사무국은 3월 1일까지 협상이 체결되지 않으면 정규시즌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노조 측에 통보했다. 즉 3월 1일을 162경기 정규 시즌 개최를 위한 데드라인으로 못 박은 것이다. 사무국 대변인은 단축 시즌으로 치르지 못한 경기에 대해선 선수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당연히 선수 노조 측은 사무국의 이런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선수 측을 옹호하는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전문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을 통해 ‘곰을 잡으려고 덫을 놓는다면 곰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말로 사무국의 강경한 대응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모든 게 ‘돈’과 얽혀 있는 터라 그 매듭을 풀기가 쉽지 않다. 만약 정규시즌 단축이 현실화된다면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축소됐을 때처럼 선수들의 연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례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에 8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2년 만에 다시 2000만 달러의 연봉을 다 받지 못하게 된다.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로 인해 스프링캠프가 문을 열지 못하면서 메이저리그의 ‘해외파’로 분류되는 코리언 메이저리거들의 상황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해마다 1월 정도에 일찌감치 미국으로 들어가 개인 훈련을 하다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류현진은 2월 말인 지금도 한국에 남아 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한 이래 2월 말까지 한국에 머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류현진은 비시즌 동안 개인 훈련을 이어가다 친정팀인 한화 이글스에 부탁해 후배들과 함께 거제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지금은 대전구장에서 진행 중인 2차 캠프에 합류했는데 류현진이 대전구장에서 훈련하는 건 LA 다저스로 떠나기 전인 10년 만의 일이다.
류현진은 매년 정규시즌 개막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비시즌부터 철저히 계산된 스케줄로 훈련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금은 시즌 개막 시기가 불투명하고, 류현진의 전담 트레이너인 장세홍 코치도 토론토 구단 소속이라 류현진 훈련에 참여할 수 없다. 이럴 때 친정팀의 배려로 한화 후배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는 부분이 류현진한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류현진은 MLB 노사협상이 마무리되는 걸 보고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김광현의 상황은 MLB 노사 협상이 길면 길어질수록 안타까움을 더해가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2년 계약을 마무리하면서 FA 신분이 됐다. MLB의 직장 폐쇄만 아니었다면 이미 소속팀이 결정났을 수도 있는 상황. 계속해서 메이저리그에서의 선수 생활을 이어가길 바랐던 그는 비시즌 동안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MLB 추이를 체크하는 중이다.
김광현으로선 류현진처럼 친정팀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기도 부담스럽다. FA 신분이고 SSG와의 관계도 애매한 터라 구단도 선수도 서로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멀리서 응원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김광현의 마음가짐. 다른 코리언 메이저리거들처럼 소속팀을 갖고 한국 또는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것과 소속팀 없이 훈련하는 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진출 첫 해인 2020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단축 시즌을 치른 김광현으로선 올 시즌 또 다시 단축 시즌을 치르거나 MLB 노사 협상이 더 길어진다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사 협상이 타결된다면 김광현은 그를 필요로 하는 여러 구단의 구애를 받을 게 확실시 된다. 최근 미국 통계 전문 사이트인 ‘팬그래프스’가 좌완 투수 김광현이 LA 다저스와 2년 3600만 달러에 계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팬그래프스는 김광현을 선발과 중간 모두 활용할 수 있고 느린 커브의 위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현재 김광현한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인내다.
한편 탬파베이 소속의 최지만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훈련하며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고, 샌디에이고의 김하성은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 중이다. 피츠버그의 박효준 또한 타격 훈련에 집중하며 미국으로 출국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노사 협상이 길어질수록 팬들은 MLB 사무국과 선수 노조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야구를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을 외면하고 서로 더 많은 돈을 갖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냐며 불편한 감정을 노출한다. 한 경기를 보기 위해 주차요금 20불을 지불하고 100불짜리 경기 티켓을 구매 후 야구장에서 먹거리에 150불 정도를 지출하는 팬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야구도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비난을 퍼붓는 팬들도 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스프링캠프가 더 늦어지고 정규시즌 개막이 뒤로 밀리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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