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에게는 시작점이 된다. 여덟 번째 여정은 국민 남동생으로 출발해 국민 훈남으로 자리 잡은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가수 이승기와 함께 '뉴트로' 성지로 거듭난 매력적인 문화도시 목포로 떠난다.
'이승기'라는 길의 시작점이 되어준 이선희. 그 두 사람의 '길'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금희. 그리고 이제는 그 두 사람에게 어느새 든든한 언덕이자 미더운 '지표'가 된 이승기. 이들이 함께 한 목포의 하루가 선물처럼 반갑다.
대한민국 99개의 국도 중 1번 국도가 시작되는 기점이 목포대교다. 바다 위에 우아하게 날개를 펼친 두 마리의 두루미 형상을 한 목포대교를 달려 이선희와 이금희가 찾아간 첫 번째 장소는 옛 어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서산동 시화골목이다.
정겨운 풍경에 반해버린 두 사람에게 반갑게 손을 흔드는 옛날 교복 차림의 한 남자 가수 이승기다. 다함께 옛날 교복을 빌려 입은 세 사람은 복고 감성 가득한 문구점과 영화 '1987' 속 무대가 됐던 ‘연희네 슈퍼’를 둘러보며 '그 시절' 감성에 흠뻑 빠져본다.
본격적으로 골목 탐방을 시작하는 이선희, 이금희, 이승기. 첫째, 둘째, 셋째로 이름 붙여진 세 개의 골목을 따라 각자 발걸음을 옮긴다. 담벽에 붙은 소박한 글과 그림들이 들려주는 마을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오르다보니 어느새 눈앞에 알록달록한 지붕과 시원스런 목포 앞바다가 펼쳐진다.
지금의 삶을 밝혀준 지나간 시간들을 이야기하는 세 사람은 '우리의 1987'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이야기를 나눈다. 이승기에겐 태어난 해, 이선희에겐 '알고 싶어요'로 당 해의 가요상을 휩쓴 전성기, 이금희에겐 KBS 아나운서 시험에 재도전을 준비하는 해였던 1987년. 각자 다른 시간을 지나왔지만 그 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라고 세 사람은 공감한다.
세 개의 골목을 올라와 결국 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시화골목처럼 말이다.
신나게 목포를 누비다 보니 출출해진 이선희, 이금희, 이승기. 목포에만 있다는 간식을 맛보기로 한다. 한 입 크기의 쑥떡 새알에 하얀 거피 팥고물을 입힌 후 조청을 부어 먹는 '쑥굴레'. 생소한 이름과 달리 맛은 더없이 친근하다.
가까이서 봐도 예쁜 목포는 멀리서 보면 더 예쁘다. 155m 상공에서 목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목포 해상케이블카로 향한다. 수많은 섬들이 보석처럼 박혀있는 다도해의 황홀한 풍경과 멋진 목포의 영산 유달산은 물론 목포의 집들과 지붕, 뒷산과 텃밭까지, 삶의 정겨운 풍경들이 손에 잡힐듯 발아래 보인다.
자연은 때론 조각가보다 위대하고 예술가보다 뛰어나다. 바다의 파도와 바람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빚어낸 걸작이 목포에 있다. 천연기념물 제 500호 '갓바위'다. 마치 갓을 쓰고 있는 듯한 사람의 모습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서글픈 전설을 품고 있는 갓바위를 보며 세 사람은 누구에게도 선뜻 하지 못했던 마음 속 이야기들을 하나 둘 꺼내 놓는다.
목포의 대표곡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따라 들어간 한 카페에서 세 사람은 따뜻한 커피와 유달산 모양의 케이크를 맛보며 잠시 멈추어 간다. 카페에 비치된 엽서에 서로에게 듣고 싶은 말을 적어보는 세 사람. 진심이 담긴 그 말들을 서로 확인하고 이선희 이금희 이승기는 서로에게 다시 한 번 위로받는다.
어느새 목포에 저녁이 찾아오고 노을이 지는 목포대교를 바라보며 무지개 방호벽을 따라 걸으면서, 이선희, 이금희, 이승기는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어떤 날은 햇빛 가득하고 또 어떤 날은 바람 불고 비도 오겠지만 소중한 사람과 고마운 인연, 한번쯤 멈추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래도 괜찮다고 세 사람은 서로를 향한 응원의 말을 맘속으로 건넸다. 목포의 아름다운 저녁 바다 위에서.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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