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울 교체론’ 대선에 달려, 부산 안철수 몫 초미 관심…민주 서울 김동연 다크호스, 부산 김영춘 설욕전 주목
3·9 대선에 가려졌던 지방선거 대혈투 막이 오른다. 핵심은 대선 승패에 따른 ‘공천 퍼즐’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대선 3개월 후인 오는 6월 1일 열린다. 대선 결과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 만큼, 그간 각 당의 주류와 비주류는 숨죽인 채 물밑 행보만 이어갔다. 대선 직후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지방선거 레이스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대 격전지는 ‘소통령’인 서울시장 선거. 이 지점의 관전 포인트는 대선판을 한 차례 휩쓸고 간 ‘후보 교체론’이다.
“호사가들의 얘기다” vs “그래도 변수다”
3·9 대선 전 여의도에선 ‘오세훈 교체론’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국민의힘 주류 일각에서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아닌 ‘플랜B’를 거론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서울시장 공천권은 당 주류가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 시장은 이미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앞서 오 시장은 2월 7일 신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오는 6월 1일)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은 안 계실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후보 교체론’이 끊이지 않는다. 가능성이 제로(0)인 시나리오가 아니란 얘기다. 정가에선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변수로 꼽는다. 당장 차기 ‘부산시장 공천’ 문제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물밑거래 수단으로 작용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2월 23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사퇴하고 이를 전제로 합당하면, 선거 후 특례 조항으로 최고위원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공천심사위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 본부장이 지목한 야권 단일화 딜 거래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였다. 이 대표가 제안한 공천은 서울 종로와 함께 부산시장 선거로 전해졌다. 현 부산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준.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임기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된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런 이유로 ‘부산시장 제안설’을 놓고 “배달 사고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이 대표조차 “안 후보에 그런 것을 도전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며 딜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주류 측이 포스트 대선 정국 대비용으로 ‘야권발 권력지형의 새판 짜기’ 준비에 들어갔다는 전망과 맞물린 지점이다. 이 대표는 “공천을 주겠다는 건 제가 할 수 없는 말” “그분(박 시장)의 경쟁력을 의심치 않는다” 등의 발언을 통해 원론적인 의미였다고 해명했지만, ‘야권발 후보 교체론’의 군불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여권 한 인사도 “국민의힘이 오 시장 말고 다른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야권발 서울시장 후보 교체론의 진원지는 국민의힘 주류 내부다. 일각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다른 주자를 원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이른바 ‘윤심(윤석열 의중)’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 위해선 최소 전제조건이 있다. 윤 후보 당선이다. 대권 고지에 오른 윤 후보가 ‘자신의 후계자’를 임기 초부터 키우려는 작업에 들어가야만 야권발 서울시장 후보 교체가 현실화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포스트 윤석열 심기→서울시장 후보 교체’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제아무리 대선 후보라도, 민주적 절차인 경선이 있는데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시대냐”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권력투쟁 과정에서 일부가 ‘오세훈 흔들기’를 해도 현역 프리미엄을 장착한 오 시장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간 40조 원을 만지는 서울시장은 ‘소통령’으로 불린다. 서울시장이 대권의 급행열차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외부의 인위적 충격이 오 시장의 현역 프리미엄을 누를지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되레 내상만 클 수 있다. 정권 초 ‘인위적인 외부 충격’을 단행할 경우 내부 권력투쟁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 최악 땐 새 정부가 초반부터 권력누수에 빠질 수 있다. 야권발 후보 교체론의 명분과 실익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변수는 대선 패배다. 이 경우 상황은 백팔십도 달라진다. 패배한 쪽은 즉각 폭풍전야에 휩싸인다. 패배 책임론, 진공상태인 차기 권력 등을 놓고 내부 암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제1야당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당 인사들이 오 시장에게 ‘서울시장 이상의 역할론’을 요구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각 계파는 ‘6·1 지방선거 공천권’을 놓고 대혈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군에 오른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박진 박성중 의원, 윤희숙 오신환 전 의원 등이 몸풀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3월 3일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 행보도 변수다. 다만 서울시장보다는 차기 국무총리나 당권 도전이 유력해 보인다.
이에 맞서 여권에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 이 밖에 여권 세대교체 중심에 선 박용진 박주민 의원은 물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등도 하마평에 올랐다. ‘이철희 카드’는 한때 여의도 정가에서 급부상했으나, 친문계 한 인사는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여권의 변수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대선 전 ‘통합정부’에 합의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김 전 부총리가 3월 1일 이 후보와 정치교체를 고리로 손을 맞잡자, 여권 내부에선 “지방선거 다크호스로 부상할 것”이란 반응이 쏟아졌다. 다수 인사는 “서울시장 카드밖에 더 있겠냐”고 했다. 김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든다면, 여권 경선도 야권 못지않은 별들의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이 후보 교체 지역으로 꼽았던 부산의 경우 박형준 부산시장의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 국민의힘에선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김도읍 하태경 박수영 의원 등이 후보군에 포함됐다. 이 밖에 박민식 이언주 이진복 김정훈 전 의원 등도 도전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에게 패한 김영춘 전 의원 도전이 예상된다. 이 경우 ‘박형준 vs 김영춘’ 간 리턴매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부산 친문(친문재인)계인 전재수 최인호 박재호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무주공산인 곳도 있다. 경기도와 경상남도가 대표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대선 도전으로 공석이 된 경기도지사를 놓고는 조정식 안민석 의원을 비롯해 김태년 박광온 박정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에선 정병국 심재철 전 의원과 김성원 김은혜 의원 등이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외에도 3선을 지낸 주광덕 전 의원과 정미경 현 최고위원, 김영환 전 의원도 자타천으로 거론된다.
경남 역시 공석이다. 전임자는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다. 여권에선 민홍철 김정호 의원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당 내부에선 ‘김두관 카드’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여야 텃밭인 호남과 대구·경북(TK)에서는 대선 기여도에 따라 공천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광주의 경우 이용섭 시장에 맞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남에선 김영록 지사에 맞서 이개호 서삼석 의원 등이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에선 송하진 지사가 3선 도전을 천명했는데,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출마 여부가 최대 변수다.
대구에선 권영진 시장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꼽힌다. 경북도지사는 이철우 지사 독주 속에서 김광림 강석호 박명재 전 의원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선 탓에 깜깜이 지방선거가 장기간 지속됐는데, 3월 10일부터 지방권력을 둘러싼 시계추가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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