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대 대선에서도 적지 않은 위력을 발휘한 1인 미디어들. 유권자들은 개인 동영상을 마음껏 업로드 할 수 있는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대선 후보들의 뉴스를 다양한 시각으로 만날 수 있었고 그곳에 댓글을 달거나 실시간 토론에 참여하며 콘텐츠를 소비했다.
그야말로 1인 미디어 전성시대고 인기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유튜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현실. 이런 와중에 지난 2021년 2월 한 유튜버가 방송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가족은 사건 당시 초보 유튜버였던 최 씨가 자신을 비난했던 한 유튜버와 그를 따라 심한 비방 댓글을 올린 구독자들 때문에 몹시 괴로워했고 그로 인해 라이브 방송 중 극단적 선택까지 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1년 뒤인 2022년 이번엔 유명 유튜버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또한 최 씨처럼 사망 직전까지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비난의 화살은 구독자 120만 명의 유명 이슈 유튜버 B씨에게 향했다. B씨가 A씨를 비방하며 이른바 ‘저격’하는 영상을 3차례나 올려 악성 댓글을 유도했다는 것. 유튜버 A씨의 사망을 안타까워한 사람들은 유튜버 B씨를 처벌해달라며 국민청원까지 올렸고 일주일 만에 20만 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하기도 했다.
제작진에게도 취재요청이 이어졌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튜버들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유튜브 생태계에 비방, 비하, 조롱 등이 난무하는 정글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기성 언론을 떠나 뉴스를 유튜브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유튜브에는 각종 이슈를 빠른 시간 안에 짧은 영상으로 정리해 올리는 이른바 '이슈 유튜버'도 생겨났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입담과 흥미로운 영상을 통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슈 유튜버들. 그런데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이슈들을 흥미롭게 정리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누구보다 앞서 영상을 업로드하려는 특성만이 강조되는 부정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사이버 렉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사이버 렉카'란 이슈나 사건이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리려는 이슈 유튜버들을 교통사고 현장에 누구보다도 빨리 출동하는 렉카에 비유해 만들어진 단어다.
이슈나 사건에 대해 깊은 취재나 사실 확인 없이 빠르게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일에만 몰두하는 유튜버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튜버 A씨의 죽음과 관련해 비난을 받고 있는 유튜버 B씨도 '사이버 렉카로 불리는 유튜버였다고 한다.
과연 사이버 렉카, 그들의 정체는 누구이며 그들의 행동은 어떤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까.
유튜브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로 돈을 벌겠다 하시는 분들은 이슈, 렉카 이런 거 많이 하시죠. 대중의 속성을 파악하면 조회수 올리기는 너무 쉬워요"라고 말했다.
빠른 시간에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다보니 잘못된 정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사이버 렉카'들.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위해 누군가를 먹잇감으로 삼아 도를 넘은 인신공격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혐오의 감정을 증폭시켜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한편 먹잇감이 된 사람들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와 상처를 남기고 있다는 것. 먹잇감의 대상은 연예인과 셀럽은 물론 유튜버나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먹잇감이 된 사람들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명예 훼손을 한 유튜버들에게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힘든데 자극적인 콘텐츠에 영향 받은 대중들까지 비방, 비하는 물론 욕설의 댓글까지 올리면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토로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젠더 갈등, 세대 갈등, 계층 갈등 등을 이용해 혐오 장사를 하고 있는 일부 이슈 유튜버와 사이버 렉카들. 그들은 '더 많은 조회수, 더 많은 구독자' 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분란을 일으켜 관심을 끄는 '어그로' 전쟁을 서슴없이 벌이고 있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죽음을 선택할 만큼의 고통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 과연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일까.
곽정은 작가는 "예전에는 한 줄, 두 줄 댓글 정도가 공격이었다면 이제는 소리와 영상과, 내 사진들과 댓글까지 굉장히 입체적으로 잘 짜여진 악의 향연이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사이버 렉카'의 세계를 파헤쳐보고 그들의 메커니즘과 진짜 목적을 분석해보는 한편 무분별한 비난과 조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위험한 유튜버 문화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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