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갈등을 가볍게 딛고 유영하는 부류가 있으니, 이른바 ‘부자들’이다. 이들에겐 어떤 족쇄도 소용없는 듯하다.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 할 것 없이 IMF 이후 빈부격차가 심해졌다는 이유로 갖가지 강경책과 억제책, 회유책을 내놓고 덫을 놓아 부자들의 발목을 잡으려 하지만, 이들은 유유히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정부의 각종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더욱더 부를 늘려만 간다. 이들 상위 1%가 현재 전국 토지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조차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걸까.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시장 질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 시스템에서 게임의 법칙은 늘 부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부자들은 이 게임의 법칙을 체득하고 있는 고수들이고, 정부나 일반인은 하수라는 얘기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평등주의적 심리를 가지고 접근하는 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돈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골고루 분배되는 것이지, 대중의 감정 원리에 따라 분배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에서 일반인들이나 정부는 여전히 착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돈을 벌어 부자가 되려면 시장의 원리에 충실해야지, 일반인의 평등주의적 심리에 편승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야말로 일반인들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시기하고 질투하고 욕하는 것뿐이다. 돈 버는 사촌의 능력을 배우려고 하지는 않고, 자신의 무능력을 상대방에게 전가한다. 부자는 이 점에서 다르다. 사촌이 땅을 사면 어떻게 사게 되었는지, 그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그 땅을 사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관찰하고 스스로에게 적용해본다. 왜? 돈 버는 방법을 알고 싶으니까. 부자가 되는 사람과 못되는 사람은 이 부분에서 심리적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여러분은 지금 부자가 되는 심리를 갖고 있는가, 아니면 일반인의 대중 심리를 갖고 있는가.
부자가 되는 심리와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심리는 다르다. IMF의 어려운 와중에서 우리나라에 ‘부자’ 열풍이 불면서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심리는 엄청나게 커졌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하는 매력적인 여배우의 광고 멘트가 전국을 휩쓸면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책도 덩달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광고의 목적이야 카드를 많이 긁어서 소비 많이 하게 만들려는 데에 있었지만, 어쨌든 다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신드롬을 낳았다.
신드롬은 한마디로 대중의 이상심리 증후군이다. 정상심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부자 신드롬은 모두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심리 증후군이다. 문제는 부자는 원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라는 데에 있다. 통계적으로 한 명의 부자가 있으려면 다수의 일반인이 있어야 한다. 부자란 돈의 흐름이 한곳에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과도하게 쏠려 있을 때 나오는 용어 아닌가.
돈이 흘러다니는 시장을 내려다본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를 포함하여 사람들은 모두 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개체들이다. 서로를 연결하는 것은 사고파는 시장행위다. 직장에 다니든, 자영업을 하든 모두들 각자의 능력과 서비스를 제공해서 그 대가로 돈을 받아 생활을 영위한다. 부자는 그런 상호 관계에 따라 흘러다니는 돈을, 다른 사람보다 축적하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말한다. 자본주의 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으로 비유하자면, 다른 사람들이 작은 매듭에 불과하다면 부자는 엄청나게 큰 매듭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지금 큰 매듭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다시 말해서 현재 부자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부자란 ‘되는 것’이고,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20~30대 젊은이가 60~70대 나이의 부자를 보면서 “난 부자가 아니야. 정말 살맛 안 나. 앞으로도 난 부자가 될 자신이 없어” 하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 있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부자가 못 될 게 무엇인가. 부자란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 나이와 돈을 버는 능력에 비해 돈을 많이 모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얼마나 모아 놓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여기 자신이 현재 부자인지 아닌지, 부자의 길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옆길로 새고 있는지 판별할 수 있는 ‘방정식’이 있다. 부자란 상대적인 개념임을 명확히 하고, 그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만든 모형인데, 자신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데에 아주 유용하다.
‘재산 기대치=나이×상속재산을 제외한 모든 연간 소득÷10’. 이를 ‘나이에 따른 기대 재산 방정식’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A가 30세이고 연봉이 2천만원이면, 그의 재산 기대치는 30×2000÷10 해서 6천만원이다. 즉 30세에 연봉 2천만원을 버는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현재의 부동산이나 은행예금, 주식 등의 가치가 6천만원이 되어야 평균 수준이라는 말이다. B가 40세이고 연봉 3천6백만원이라면 재산 기대치는 1억4천4백만원이고, 같은 나이에 연봉이 5천만원인 C라면 그의 재산 평균 수준은 2억원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부자란 대체로 평균 기대 재산의 세 배를 갖고 있는 사람, 또는 토마스 스탠리의 통계에 따르자면, 그 연령대의 기대 재산 분포도에서 상위 25%에 든 사람을 말한다. 즉 위에서 든 30세의 A의 경우 1억8천만원을 갖고 있어야 그 나이와 연봉에 비해 부자인 것이고, 40세인 B의 경우는 4억3천2백만원, C의 경우는 6억원을 가지고 있어야 부자인 것이다. 여러분도 스스로 계산해 보기 바란다.
부자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은 철저히 착각하고 있다. 절대적인 개념이라면, 빌 게이츠 말고는 다 가난하다는 평가도 나올 수 있고, 5억 이하 갖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가난뱅이라는 논리도 나올 수 있다. 한때 ‘35세에 10억 벌기’ 같은 유행어가 나돈 적이 있는데, 이런 식의 절대화된 개념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이다. 자기 능력에 맞게 돈을 모아라. 그리고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하라. 그게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엉뚱하게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몇십억, 몇백억 모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자칫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 쉽다. 투기적인 심리가 발동하여 ‘한탕’하겠다고 그동안 모아놓은 금싸라기 같은 돈을 걸었다가 패가망신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다. 내가 만나본 부자들은 하나같이 근면하고 또 근면한 사람들이었다. 자나 깨나 어떻게 하면 일하면서 모을까 생각하지, 어디에 투자해서 한탕하고 또 어디로 가서 투자할까 생각하지 않는다. 근면하게 모아서 장기적인 생각으로 ‘묻어두어야지’ 하고 사놓은 땅들이 세월이 흘러 크게 올라가는 경우들뿐이다. 지금 하는 일에 열중하는 게 최선이다.
나이에 따른 기대 재산 방정식
재산기대치=나이×상속재산을 제외한 모든 연간 소득÷10
예) 연봉 2천만원의 30대 남자
30×2000(만원)÷10=6000(만원)
⇒ 부동산 예금 주식 등 6천만원 보유해야 평균.
⇒ 부자는 평균 기대 재산의 3배.
1억8천만원 보유해야 ‘부자’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부자도 모르는 부자학개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