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물론 야권과 경실련 등 시민, 교원단체들의 도덕적인 차원의 사퇴 공세가 쏟아졌다. 이런 공격에 대해 곽 교육감은 자신은 “두려울 게 없고, 어떤 부끄러움도 없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응대했다. 교육감직의 막중한 책임감, 신중함 때문에 사퇴가 아닌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곽 교육감이 어떤 사람인지, 현재 그의 심리가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는 행동이다.
굳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고집스럽게 사퇴한 오세훈 전 시장의 행동과 사퇴할 상황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고집스럽게 내세우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곽노현 교육감의 차이는 무엇일까?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두 사람은 각자 이 사회의 리더가 어떻게 살아가며, 또 서로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 전 시장은 스스로 ‘잘난 사람이라 믿고 또 잘난 사람’으로 살아가는 모습이다. 곽 교육감은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 믿고 또 착한 사람인 척하는 사람의 심리를 반영한다.
오 전 시장이 주민투표에 시장 자리를 굳이 걸었을 때, 시민들은 의아해했다. 시 정책에 대해 주민의견을 물을 수는 있지만, 시장자리까지 걸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보다 더 큰 시 재정 안건에 대해서도 시민의사와 관계없이 추진했던 오 전 시장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투표결과에 시장직을 건 그의 진정성이 대중의 공감을 자아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행정책임자가 행정문제를 정치이슈로 만들었을 뿐이다. 아마, 이런 이유로 한나라당 홍 대표는 열을 받았을 것이다. 정치인인 당신보다 더 큰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 내고, 시장이 아닌 정치인 오세훈의 정체가 뚜렷이 부각되고 또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곽노현 교육감의 사퇴 거부는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 믿는 사람의 전형적인 행동이다. 곽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에서부터 스스로를 ‘법치주의의 전사(戰士)’라고 주장했다. 사교육과 부패비리를 꽉 잡는 ‘반부패 혁신 전문가’라고 스스로 자처했다. 자신을 ‘도덕적 전사’로 표현하면서, “서울시 교육행정을 밀실 행정으로 규정하고, 부패의 곰팡이에 햇볕을 비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사교육과 교육부패와 관련된 문제를 제대로 지적도 못하고 해결할 능력도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그가 교육감으로 가장 뚜렷하게 부각시킨 일은 교육부패와 사교육 문제가 아닌 ‘학생체벌’이나 ‘무상급식’과 같은 윤리와 정치 논쟁이었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 곽 교육감의 모습은 지난해 10월 사립초등학교의 ‘입학장사’ 비리와 올해 여름, 학교 단체행사에 업자로부터 돈을 받아 온 교장 비리 사건에서 잘 파악된다.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교육계의 비리에 대해 그는 “징계위원회를 개편해 (비리 교장들에 대한) 공정한 판단을 하겠다”는 형식적이고 규범적인 반응만 했다. 비리에 대해 판관처럼 판단만 하지, 정작 비리 문제 해결 노력은 없었다. 물론, 시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교육 비리척결이나 부패방지 노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취임 1년이 지났지만, 서울시민과 교육계가 아직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그의 문제 해결 능력을 잘 알려준다. 무능하다!
‘착한 사람’은 무능하게 보이기 쉽다. 이유는 바로 깨끗한 몸으로 진흙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자신이 여전히 깨끗하기를 기대한다면, 바로 바보가 되곤 한다. 진흙탕에 들어가는 순간 그 사람은 깨끗할 수 없다. 아니, 깨끗한 사람으로 자신의 정체를 규정할 수 없다.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겪어야 했던 굴레다.
곽 교육감은 이런 단순한 사실조차 몰랐던 것 같다. 스스로 깨끗하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서울시민들에게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그의 더러워진 몸이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자신을 깨끗하다고 믿기에 사퇴할 수 없다. 착한 곽 교육감의 심리다. 이런 사람이 착하게 말을 잘 듣는 경우는 진보 세력의 결정이나 법원의 판결 정도다.
‘사퇴를 무작정 한 남자’ 오세훈과 ‘사퇴하지 않겠다는 남자’ 곽노현은 서울시민 모두에게 ‘잘난 사람’과 ‘착한 사람’이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겉으로는 번듯하게, 남들에게 멋있게만 보여주려는 우리 리더의 수준이다. 향후 서울시민들은 오세훈을 분명한 자기 이미지를 만들려고 나름 고집을 부린 잘난 남자로 기억할 것이다. 이에 비해, 곽노현 교육감은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 믿으면 모두 자신을 착하게 볼 것으로 기대하는 교육계의 ‘어린’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연세대 심리학 교수 황상민
황상민 교수는 온화한 미소 속에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는 셜록 홈즈와 같은 심리학자다. 그의 관심은 대중문화, 디지털 매체, 소비자 행동, 사이버 공간, 온라인게임, 광고, 이미지, 신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연구는 이런 다양한 관심사를 통해 우리들이 믿고 있는 것과 통념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탐색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후, 하버드대학 사이언스 센터와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연구활동을 했다. 현재 연세대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