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사설경마 사이트들. 마권 당첨을 놓고 1 대 1 승부를 벌이는 ‘찍’이라는 변종 수법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
김 씨는 지난 5월 초부터 약 두 달간 서울 잠실에서 사설경마장을 운영했다. 그 뒤 김 씨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한 달가량을 쉬고, 지난 8월 6일 서울 송파구 주택가에 위치한 3층짜리 빌라의 옥탑방 사무실을 임대해, 사설경마장을 또다시 만들었다. 김 씨는 이곳에 노트북 컴퓨터 12대와 PC 2대를 설치하고 인터넷 사설경마 사이트를 운영하며 매주 금, 토, 일 한국마사회에서 실시하는 경마게임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김 씨는 여기에 유 씨를 비롯한 3명의 운영 보조자를 두고 ‘롤링센터’를 운영해 마권 구매자들을 모집했다. 이와 동시에 일명 ‘찍새’라고 불리는 도박행위자 이 아무개 씨(50)를 비롯한 5명을 경마판에 투입해 고객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찍’이라는 변형 경마도박을 벌였다.
보통 경마도박은 마권 구매자들이 경기에 앞서 일정 금액을 걸고 마권을 구매해 당첨금을 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찍’은 마권 구매자와 ‘찍새’가 마권 당첨 여부를 놓고 1 대 1로 돈을 걸어 이기는 사람이 당첨된 배당금을 가져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권 구매자들이 사설경마 롤링센터를 통해 ‘1번 말이 우승한다’에 돈을 걸면 찍새는 아니다 ‘1번 말은 우승 못한다’에 돈을 걸고 두 사람이 대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1번 말이 우승을 못하면 찍새가 성공하는 것으로, 이 경우 찍새는 마권 1장당 78%를 챙기고 롤링센터는 1장당 7%를 챙긴다. 그러나 만약 당첨이 되면 찍새가 실패하는 것으로 이 경우에는 찍새 스스로 마권 구매자에게 당첨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김 씨는 당첨에 실패한 마권 구매자들에게도 차비조로 15%를 돌려줬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런 환급제도는 구매자들이 사설경마를 계속 이용하게 만드는 미끼에 불과했다.
찍은 롤링센터의 주요 수입원으로 경찰 관계자는 “찍을 하기 위해 롤링센터를 운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만큼 경마장 업주는 찍과 찍새 관리에 사활을 건다. 소위 경마전문가들로 찍새를 구성하고, 또 경기 전 게임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숙지시킨 후 게임에 투입시킨다. 그러나 일반 마권 구매자들은 사설경마장 특성상 말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받을 수 없다. 때문에 사실상 마권 구매자들이 찍새들을 이기기는 어려운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설경마장을 찾는 이유는 엄청난 배당금 때문이다. 보통 공식 경마장의 마권 1장이 10만 원인데 반해 사설경마장은 베팅 상한선이 없어 1회에 적게는 몇 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베팅이 이뤄진다. 그만큼 당첨될 경우 배당금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 한 달 동안 김 씨의 사설경마장을 다녀간 사람은 대략 100여 명으로 베팅 금액은 총 73억 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잃기만 하고 따지는 못해 남은 돈이 없다”고 발뺌했다. 손님들도 돈을 잃고 경마장 업주도 돈을 잃었다면, 이번에도 돈은 마늘밭에서 찾아야 할까.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