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은 여성호르몬만 남성은 남성호르몬만 있다?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이란 명칭 때문에 여성한테는 여성호르몬만 남성한테는 남성호르몬만 있다고 곧잘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남성 체내에는 여성의 절반 정도 양의 에스트로겐이 존재하고, 여성 체내의 테스토스테론 양은 대체로 에스트로겐의 10배 이상이다.
그렇다면 남성은 난소가 없는데 여성호르몬을 어디서 만들까? 실은 성호르몬은 변화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은 모두 콜레스테롤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구조는 비슷하다. 아로마티스(aromatise)라 불리는 효소가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로겐으로 바꿔준다.
2. 성호르몬은 생식을 위해서만 쓰인다?
성호르몬은 여성의 가슴 발육과 남성의 목소리 변화 등 2차 성징을 만들기 때문에 생식에만 관여한다고 종종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의학연구에 따르면, 성호르몬의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성호르몬은 노화를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예컨대 폐경기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해 골밀도가 저하되는 대신 테스토스테론은 증가한다. 그래서 적절한 운동을 하면, 근육량을 쉽게 늘려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 50대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젊을 적에 비해 급격히 떨어져 조금만 먹어도 배가 나오는 등 살이 금방 찌고, 피곤함을 느낀다. 판단력도 약화된다. 따라서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근육을 자주 써야, 테스토스테론 양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다. 40~50대 남성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주 1회 이상 발기가 되지 않을 경우, 이미 노화가 상당히 진행되진 않았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심지어 성호르몬은 인간의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 8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아드리엔 벨츠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받은 성호르몬 영향만으로도 성인이 됐을 때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선천성부신과다형성증(Congenital Adrenal Hyperplasia)을 가진 어머니를 둔 자녀 사례를 추적 조사했는데, 아들이건 딸이건 상관없이 자녀가 기존에 주로 남성 직업군으로 알려져 온 과학, 기술, 엔지니어, 수학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천성부신과다형성증 여성의 경우, 남성 호르몬의 하나인 안드로겐 수치가 비교적 높게 나타난다.
3.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 있다?
미국과 독일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올 7월 말부터 일명 화학적 거세가 시행됐다. 아동성폭력범에게 약물 투여로 남성호르몬을 억제해 바로 발기를 막는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약물 그 자체가 남성호르몬을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성범죄자 등에게 처방해 3개월 정도 거세효과를 보는 류프로렐린(Leuprorelin)은 성선자극호르몬 억제제의 일종이다. 성선자극호르몬이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어 성호르몬이 일정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어하고 조절한다. 남성에게 류프로렐린을 주입하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억제돼 성욕이 눈에 띄게 감퇴하는 것이지 그 자체로 발기부전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류프로렐린은 지금까지 주로 전립선암이나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부작용이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는데, 약물 복용 시 강도 높은 우울증 상태가 지속되어 침대 밖으로 아예 나오지 않으려는 이들이 많다. 더러 간 기능 장애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도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