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암동 특유의 천변건축물. 철암천에 최대한 바짝 붙여 지은 이 건물들은 이 동네가 땅 한 평이 아쉬울 정도로 번성했던 곳임을 말해주는 증거다. |
1936년 강원탄광이 개발되면서 형성되다시피 한 철암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탄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석탄을 각지로 실어 나르기 위해 1940년 철도가 개통되었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이 마을로 몰려들었다. 소위 ‘잘 나가던 시절’ 철암동은 인구가 3만 명이 넘었다. 요정을 비롯해 각종 유흥업소가 빨대처럼 그들이 번 돈을 빨아들였다. 그래도 차고 넘치는 것이 돈이었다. 오죽했으면 집에서 키우던 개들까지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닐 정도였다고 했을까. 그러나 그 화려한 시절은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조치가 발표되고, 1993년 철암동의 강원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완전히 끝났다. 철암동의 현재 인구는 3500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 많던 사람들이 떠난 마을은 순식간에 생기를 잃었다.
방치되다시피 했던 철암동은 1998년과 2002년부터 각각 시작된 ‘철암공동체운동’과 ‘철암프로젝트’로 한 줄기 희망의 끈을 부여잡았다. 건축가와 사회운동가, 미술가 등이 합세해 철암동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추레한 마을에 벽화라는 옷을 입혔으며, 해마다 프로젝트전시회를 개최해 사회적 관심을 유도했다. 산책로도 따로 조성해 마을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게 만들기도 했다.
철암동의 모습은 그들의 노력으로 크게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한 것들이 있다. 이곳에는 요즘도 철암역 건너편 산자락에 쌓인 원탄을 처리하기 위해 종종 가동되는 철암역두선탄장이 있다. 등록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된 이 시설은 국내에서 최초로 설치된 것이다. 탄광에서 채굴한 원탄을 선별하고 가공하는 역할을 한다.
철암동만의 특별한 천변건축물도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철암천에 최대한 바짝 붙여서 지은 건축물들은 이 마을이 땅 한 평 아쉬울 정도로 번성했던 곳임을 말해주는 좋은 증거물이다. 가슴이 다 철렁할 정도로 위태롭게 보이지만, 천변건축물들은 무심하게 세월을 견디어 내고 있다. 걱정했던 것이 오히려 민망스럽게 말이다.
김동옥 여행전문 프리랜서 tour@ilyo.co.kr
▲문의: 태백시문화관광과 033-550-2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