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100억 야구장 건립”
“전북에는 그 어디와도 견줄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있다. 전북도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참이다. 지역균형 안배 차원에서도 전북도민의 희망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얼핏 들으면 전북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전에 나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전북이 뛰어든 건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전이었다. 8월 29일 전북과 전주·군산·익산·완주 등 도내 지자체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KBO 회관을 찾아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의향서를 내고 본격적인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날 김완주 지사와 4개 지자체 관계자는 유치의향서 외에도 ‘전북지역 신설 프로야구단 지원계획’을 제출하며 “10구단 창단 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전북도 등의 10구단 지원계획은 ‘전폭적인 지원’ 그 이상이었다. 먼저 10구단 유치가 확정되면 2015년 3월까지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 또는 전북 혁신도시 가운데 한 곳에 1100억 원을 투자해 최고수준의 야구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야구장 건립비용을 전액 지자체가 부담하고, 신생구단엔 25년 동안 장기임대형식으로 야구장을 빌려주겠다는 방침이다.
전북은 한 발 더 나아가 신생구단이 2013년부터 2군 리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 군산 월명야구장에 200억 원을 들여 증·개축 공사를 시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월명구장 역시 시설유지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하고, 부대수익사업 운영권은 10구단에 맡기겠다는 조건이다.
이때만 해도 전북도의 10구단 유치는 낙관적이었다. 하지만, 얼마 뒤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경기도 수원이었다.
#수원 “지원혜택 안뒤진다”
사실 KBO에 10구단 유치의향서를 먼저 제출한 쪽은 수원이었다. 수원은 지난 3월 KBO에 신생 프로야구단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지난 7월엔 평택시 화성시 안성시 오산시 의왕시 안양시 지자체장들이 공동지지 성명서를 채택했고, 염태영 수원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면담을 통해 10구단 수원유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전북처럼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안을 내놓지 않아 ‘과연 수원이 10구단을 유치할 의사가 있느냐’는 의심을 샀다.
그러나 9월 들어 수원이 10구단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기 시작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수원은 “우리도 전북처럼 파격적인 지원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수원은 2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기존 수원구장을 고치겠다는 계획이다. 수원시의 한 관계자는 “관중석 정비 및 스탠드 바닥방수, VIP실, 스카이박스, 풀컬러 동영상 전광판 설치, 조명 교체로 수원구장을 신설구장에 준하는 수준급 야구장으로 만들겠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합시(수원, 화성, 오산시)의 새로운 부지를 물색해 새 구장 건립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원시 고위관계자는 “전북도의 유치 공약과 비교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 조건이다. 프로야구단 유치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문제가 절대 아니다”라며 전북도의 이른바 ‘지역 안배론’을 꼬집었다.
#유치위 파워는 ‘전북’ 기업 선호도는 ‘수원’
전북도와 수원의 유치 공약은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야구계는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두 지역 10구단 유치위원회의 싸움”이라고 평한다. 유치위의 조직력과 로비력만 따진다면 전북이 앞선다.
지난 8월 전북은 이용일 전 KBO 총재대행을 유치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 위원장은 야구 불모지였던 전북에 군산상고 등 많은 학원야구부 창단을 이끌어내며 ‘전북야구의 대부’로 불려왔다. 1982년 KBO 초대 사무총장을 맡으며 쌍방울 레이더스 사장, 회장 등을 역임해 KBO 행정과 구단 운영에 일가견이 있다. 특히나 최근까지 KBO 총재대행을 맡으며 10구단 창단작업에 누구보다 깊숙이 관련돼 있었다.
전북도지사와 4개 지자체장의 당적이 모두 민주당이라는 것도 이점이다. 지자체간 지원과 협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북 유치위는 잡음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평을 듣는다.
반면 수원은 유치위 활동이 미미하다. KBO 내부에선 “수원시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며 “이 때문에 유치위 활동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경기도지사의 당적이 한나라당인 반면, 수원시장은 민주당이라는 것도 유치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일부 야구계 인사들은 “유치경쟁에서 수원이 앞서고 있다”고 평한다. 10구단 창단 기업이 전북보단 수도권인 수원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로 야구계에 회자하는 10구단 창단 유력기업들은 수도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몇몇 기업 관계자들이 “전북도보단 수원을 연고지로 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는 후문도 들린다. 10구단 창단 작업에 관련된 모 야구인은 “기업은 프로야구단을 통해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고, 수익도 내고 싶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북도보단 수원을 더 큰 시장으로 보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전북은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새로운 지원안을 구상하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