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한국 대표팀 공격수의 핵심 박주영과 지동원이 나란히 프리미어리그 소속 아스널과 선덜랜드에 입단했다. 박지성을 비롯해 이 두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생활은 어떻게 될까? 프리미어리그 전문 영국 기자들과 함께 이들에 대한 새 시즌을 진단해 봤다.
(마크 아일스는 볼턴뉴스 소속 축구담당 기자로 볼턴을 비롯해 맨유, 리버풀 등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을 담당하는 최고참 기자다. 아담 마셜은 스카이스포츠를 거쳐 세탄타스포츠에서 편집장으로 활동했으며 한국 선수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스티브 바트람은 맨유 인사이드 등 축구잡지 전문 기자로 오랫동안 활약하고 있으며 그 누구보다 박지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박지성
▲ 리터칭=장영석 기자 |
마크 아일스
“경험 많은 박지성의 경우 올 시즌에도 분명 맨유의 활력소로 활약하게 될 것이다. 맨유는 올 시즌 어린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특히 큰 경기에 별로 경험이 없다. 박지성 역시 자신이 매주 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신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매우 중요한 경기에 활용할 것이다. 특히 홈경기가 아닌 힘겹고 어려운 원정 경기에서 말이다. 박지성은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는 습관을 갖고 있다. 맨유는 상대 압박을 대처할 만한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박지성이야말로 큰 경기에 합당한 선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하나이지만 박지성은 앞으로 몇 시즌 동안은 더 맨유에게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아담 마셜
“박지성은 팀의 일원으로 올 시즌 많은 경기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의 경험은 언제나 활력이 된다. 비록 지금 출전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다. 이전 시즌 등의 경험을 통해 선수들이 어느 때에 최고의 컨디션에 오르는지 잘 안다. 박지성은 지난 리즈전을 통해서도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를 재증명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박지성이 신뢰할 수 있는 성실한 선수이긴 하지만 이전 모스크바에서와 같이 선수를 선택하기 어려운 경기에서 또 제외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바트람
“박지성은 보통 시즌이 시작되면 컨디션이 완벽히 올라설 때까지 몇 주 정도 걸린다. 이전 시즌에서는 운 나쁘게도 부상으로 그랬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경우 어느 경기에 투입되건 박지성은 이전 시즌보다 훨씬 날카로워진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변했다. 벤피카와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그의 경험은 충분히 퍼거슨 감독을 만족시켰다. 시즌이 더 진행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경기를 나서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정말 그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자신만의 무기를 지녔다. 그가 주요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축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맨유가 중요한 게임을 앞두고 그것에 대한 계획을 준비해야 할 때면 박지성이 어느 부분을 담당하고 소화해 낼 수 있을지 따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연장 계약을 하게 되면서 맨유에 중요한 선수로 남을 수 있게 돼 내 자신도 너무 기뻤다.”
박주영
▲ 리터칭=장영석 기자 |
“박주영은 일단 프리미어리그에서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다는 점을 빨리 보여줘야 한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건너온 기술적인 강점을 가진 많은 공격수들은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체격이 강한 상대 수비들을 만났을 때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스널의 경우 현재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에 봉착해 있다. 박주영에게 있어 그리 좋은 시간이 아니다. 웽거 감독은 지난 6년 동안 무관이라는 압박 속에서 살고 있는데 무엇보다 몇 가지 부분에서 선수단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 물론 이것이 박주영의 실패는 아니다. 하지만 이렇다 보니 웽거 감독은 새로운 이적생들에 대한 더 많은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상위권에서는 감독의 자리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아담 마셜
“박주영은 좋은 기술과 재능을 갖췄다. 하지만 아스널에 합류한 지금이 썩 좋은 시간은 아니다. 웽거 감독은 이미 공격자원에서 충분한 옵션들을 갖고 있어 박주영의 출전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박주영은 충분히 아스널의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며 상대 수비를 깨기 위한 창조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어려운 경기에서 중요 옵션으로 활용될 것이다. 일단 아스널 홈에서 자신감을 찾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스티브 바트람
“아무래도 박주영에게는 새로운 팀 적응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스널 스타일이 워낙 박주영 선수와 잘 맞기 때문에 적응도 빨리 할지도 모른다. 박주영은 골대 앞에서 상당히 빠른 결정으로 과감한 슈팅을 날리는 것은 일부 구단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하다. 아무래도 아스널은 딱 정해진 공격수가 없는 만큼 아마 앞으로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웽거 감독 스타일에 빨리 적응하고 잉글랜드 축구 스타일의 빠르고 거친 태클에 익숙해진다면 금방 주전 자리로 올라설 수 있다.”
지동원
▲ 리터칭=장영석 기자 |
“박주영에 비한다면 지동원의 상황이 더 낫다. 왜냐하면 1군 스쿼드 경쟁이 박주영보다 덜한 편이다.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그의 핵심 공격수를 잃었고 예상보다도 빨리 지동원을 영입했다. 지동원은 공의 움직임을 잘 보고 굉장히 영리한 움직임을 갖고 있다. 선덜랜드의 경우, 팬들은 골을 넣는 득점자를 매우 좋아한다. 만약 그가 인상적인 플레이를 더 많이 보여주고 지난 첼시전처럼 자신을 입증할 만한 골을 넣는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이적이 될 것이다.”
아담 마셜
“지동원은 이전까지 봤던 한국 선수들보다 훨씬 강하다. 첼시를 상대로 득점을 했고 그것으로 인해 강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지동원은 앞으로 많은 경험과 90분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낸다면 충분히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선덜랜드 팬들은 그에 대해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어린 선수에 대한 기대도 잔뜩 갖고 있다.”
스티브 바트람
“출발을 잘했다고 본다. 특히 첼시를 상대로 골을 넣어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었다. 공격수가 골이 터지지 않는다면 상당히 자신감을 잃게 할 수도 있는데, 첼시전 데뷔골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본다. 좀 더 과감한 몸싸움이 필요하다. 체격 좋은 수비수들이 그를 둘러싸거나 집중적으로 수비를 펼치게 되면 어렵게 된다. 그 전에 몸싸움을 통해 상대 수비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영국 기자들은 한국 선수들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박지성의 성공사례, 특히 그가 보여준 성실함은 한국 선수들을 대변하는 하나의 이미지가 됐다. 또한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적응력도 좋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한국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많은 신뢰를 쌓았다. 이들은 박지성을 걱정하지 않는다. 출전 기회가 줄어든 것은 위기가 아닌 맨유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본다. 박주영과 지동원에 향한 기대도 크다. 소속팀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해야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갖고 있는 재능으로 경쟁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영국 런던=조한복 EPL전문기자
아쉬운 데뷔전 ‘할말 없슴다’
지난 21일 런던 에미레이츠 경기장에서 아스널과 슈루즈버리의 칼링컵 3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취재증을 받아 경기장 미디어실로 들어섰는데, 이미 안에는 일본 기자들로 가득했다. 평상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 2006년 여름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에서 이나모토 준이치가 터키로 떠난 이후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명의 일본선수도 뛰지 않았다. 자연히 일본 취재진들도 경기장을 찾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웽거 감독이 전날 박주영과 더불어 미야이치 료의 출전을 언급했기 때문. 미야이치는 지난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아스널로 이적했고 지난 반 시즌 동안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임대되어 12경기를 소화했다. 미야이치의 출전 소식이 전해진 탓에 경기장 내에서 미야이치의 이름이 새겨진 일본팬들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박주영은 선발 출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경기를 펼치고 말았다. 후반 박주영이 교체를 원하는 듯했고 이내 아스널 코치진은 몸을 풀고 있는 미야이치에게 교체 신호를 보냈다. 기자석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던 일본 취재진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에미레이츠 경기장을 밟는 미야이치의 움직임을 포착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후반 26분 박주영이 나오고 그 자리를 미야이치가 대신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곧장 믹스트존으로 향했다. 영국 기자들은 이날 골을 넣은 깁스와 인터뷰를 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지 40분이 넘도록 박주영과 료는 나오지 않았다. 슬슬 취재진들이 퇴장을 하는 찰나, 박주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스널 댄 톨허스트 미디어 담당자와 함께 나왔다. 혹시 보지 못할까봐 수차례 그의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뒤돌아 선 채 손만 들어 올린 그는 금세 한국 취재진들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졌다. 댄은 머쓱한 듯 다가와 “오늘은 박주영이 할 이야기가 별로 없고, 집에 빨리 가고 싶다고 한다. 미안하다”고 전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미디어실로 돌아오니 믹스트존에 들어가지 못한 일본 취재진들의 애가 타고 있었다. 들어오기가 무섭게 붙잡으며 왜 다른 일본 취재진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다. “왜냐고? 미야이치는 아직도 라커룸에서 안 나왔거든.”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