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학교 ‘대학생 창의 전시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손 근육 움직임으로 구동되는 전산 입력 장치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천재다. 천재가 나타났다.”
연세대의 경우 창의인재 30명 선발에 1817명이 지원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특목고 출신이 뽑힐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내신 8등급인 차석호 군(17) 등 독특한 천재들이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6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에 합격한 차 군은 딱정벌레목의 산맴돌이거저리라는 곤충의 배(背) 끝마디가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쳤는지를 규명해 내 한국의 ‘파브르’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밖에도 잘못 동정된 곤충 6종이나 찾아내 심사를 맡은 교수 전원이 “이 학생은 천재다. 반드시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경제학 천재도 당당히 합격을 거머쥐었다. 2년 전부터 ‘복잡계 경제학’이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김민준 군(17)이 그 주인공이다. 김 군은 이미 블로거들 사이에서 ‘천재 경제박사’로 유명하다. 경제학 전문서적 리뷰 등 수준 높은 김 군의 글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직 교수나 경제학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김 군의 블로그에 들러 정보를 얻어가고 댓글도 남길 정도다.
또한 그는 매경TEST 등 국내 유명 경제 관련 대회에서 청소년으로서는 최초로 일반인을 누르고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공식적으로도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군은 조만간 경제학 책도 펴낼 예정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라는 문장을 보고 연상되는 단어 5개 이상 나열하고, 각각 이유를 설명하시오.” 당신이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영화감독 출신 김남윤 군(17)은 ‘실패, 마음, 운명, 반전, 성공’을 키워드로 상호보완 연계성을 내포한 답안을 제출해 철학과에 합격했다. 중학교 때부터 카메라를 잡은 그는 어엿한 영화감독이다. 총 3편의 영화와 1편의 연극, 다수의 시나리오를 창작해 업계에서 인정받은 베테랑이다. 이처럼 평소 영화 제작을 하며 습득한 철학적 성찰은 그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일례로 ‘세종대왕과 외계인의 만남’에 대한 질문에 김 군은 세종대왕과 외계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시나리오를 답변으로 제출했다. ‘다원화 사회의 사회통합’이라는 주제를 풀어나간 이 시나리오는 61:1의 높은 경쟁률을 단번에 뚫었다.
천재들의 나래 속에 왠지 평범해 보이는 구멍가게집 딸 A 양도 합격의 문을 통과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돕기 위해 구멍가게 일을 봤다는 A 양은 K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몇 년간 구멍가게를 직접 운영해보면서 시도해본 마케팅 전략과 프로모션을 적은 일기장이 A 양의 잠재력을 증명해주는 자료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창의인재 전형의 전신 격이라 불릴 수 있는 ‘특기자 전형’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서류와 면접만으로 진행되는 파격적인 절차는 없었다. 그 결과 이색적인 천재들이 수능 점수 없이 명문대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최대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 운영자인 윤민웅 텐볼스토리 대표는 “창의인재 전형을 통해 숨겨져 있던 ‘보석’들이 발굴돼 기쁘다”면서 “각계 분야의 천재들이 사회인재로 양성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교육당국과 대학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소설가 귀여니, 저 교수 됐어요 ^^
중학생 때 도메인 사업을 시작해 어느새 벤처업계 12년 경력을 쌓아올린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27)는 2004년 ‘벤처’ 특기자 전형으로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특기자 출신이다. 표 대표는 대학시절 다양한 블로그위젯을 제공하는 ‘위자드웍스’를 설립해 선풍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최근에는 루비콘게임즈를 새로 설립해 소셜게임사업으로도 진출했다.
▲ 필명 ‘귀여니’로 유명한 인터넷 소설가 이윤세. 사진출처=이윤세 씨 미니홈피. |
아직 졸업은 안했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특기자들도 있다. 고교 시절 도로 가드레일에 심는 식물, 중앙분리대 등 조경 특허를 6개나 딴 박병찬 씨(21)가 그 첫 번째 주인공이다. 2009년 특기자 전형으로 서울대 자율전공학부에 입학한 박 씨는 지난 6월 개최된 ‘대한민국 조경박람회’에서 최연소 참가자로서 ‘녹색토담’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올 초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금을 받아 ‘그린스테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박 씨는 녹색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왕성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밖에도 1년 반 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서울버스’ 개발에 성공한 유주완 씨(19)도 눈여겨볼 만한 특기자 출신이다. 유 씨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개발한 ‘서울버스’ 앱은 한 달 만에 4만 명 이상이 다운을 받아 화제가 됐다. 당시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광고를 붙이면 월 3000만∼4000만 원 정도의 매출은 거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기자 전형으로 연세대에 합격한 유 씨는 글로벌융합공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이다. 당시 어린 유 씨를 두고 이석채 KT 회장은 ‘새로운 스마트시대를 상징하는 젊은이’라고 치켜세웠을 정도로 그에 대한 각계의 기대는 뜨거웠다. 유 씨가 앞으로 펼쳐나갈 ‘스마트’한 아이디어가 기대된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