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준비단 주영환·신자용 등 ‘특수통’ 합류 의미심장…취임 때까진 ‘검수완박’ 가시밭길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반려되는 일도 있었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내용이 담긴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김 총장의 책임성 사의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검수완박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이르면 5월, 늦어도 6월에는 이뤄질 인사를 놓고 ‘윤(尹) 라인’ 혹은 ‘한(韓) 라인’ 특수통들이 대거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한동훈 청문회 준비단 속 숨겨진 메시지
청문회 준비단장은 통상 관례에 따라 주영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사법연수원 27기)이 맡게 됐다. 주영환 기획조정실장은 한동훈 후보자와 가까운 관계다. 한 후보자와 연수원 동기인 주영환 실장은 서울 휘문고등학교 출신으로, 서울 현대고등학교를 졸업한 한동훈 후보자와 같은 ‘강남 8학군’ 출신이다. 휘문고를 중심으로 한 강남 8학군 출신 검사들끼리 가깝게 지내는 터라, 주영환 실장과 한동훈 후보자는 다른 동기들에 비해 인연이 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2019년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 함께 일한 적도 있다.
통상적으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점하는 준비단 총괄팀장에는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28기)이 선임됐다. 신 부장검사는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검에서 한 후보자와 함께 파견돼 호흡을 맞춘 적이 있고,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엔 특수1부장을 역임했던 ‘특수통’이다. 한 검사장이 중앙지검 3차장일 당시 특수1부장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특수1부장은 보통 기수에서 가장 ‘특수 수사를 잘한다’는 평을 받는 이들이 가는 곳이다.
공보팀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19년 검찰총장에 취임했을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에 발탁됐던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29기), 신상팀장은 윤 당선인의 총장 청문회 준비단에서도 신상팀장으로 활동했던 김창진 창원지검 진주지청장(31기)이 맡게 됐다. 과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윤석열 검찰총장-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이들이 불려간 셈이다.
#조금씩 커지는 ‘인사 우려’
윤석열 당선인이 5월 10일 취임하면 이르면 6월 늦어도 7월 초까지 고검장·검사장급, 차·부장검사, 평검사 인사가 모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 시절 정치적인 외풍에 흔들렸던 검찰을 윤석열 당선인의 ‘철학’에 맞게 다시 손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윤석열 사단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후보자가 기수나 보직을 건너뛰는 ‘파격’ 인사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됐고, 준비단에 ‘근무 인연’을 중심으로 한 검사들이 합류하면서 검찰 내에서는 벌써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처럼 근무 인연이 있거나 특수 수사를 주로 담당했던 이들이 대거 중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려되긴 했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지면서 ‘윤석열 사단’으로 검찰 지도부가 완전히 꾸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기획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이던 때, 대외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형사나 기획 등 비특수통 라인들은 인사에서 ‘소외받았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며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특수통들만 너무 중용해서 그 외의 라인들의 불만이 상당했는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이제 인사를 주도하게 되면 또 다시 ‘윤석열 시즌2’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 폐지에 따라, 검찰 내 인사 역할과 권한을 법무부에 완전히 넘기게 된다. 한 후보자도 이런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서울고검에 마련한 준비단에 출근하는 자리에서 편향된 검찰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누가 봐도 수긍할 만한 인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후보자와 가까운 검찰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주도 하에 선거-안보 사건을 주로 전담하는 공안 라인이 완전히 배척되고 그 자리에 특수통들이 대거 중용돼 지금은 공안통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도 얼마 없다”며 “법무부 장관이 돼 검찰 인사를 사실상 마음껏 할 수 있게 됐으니 선거와 안보 사건 도맡았던 공안 라인들을 다시 적재적소에 중용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검수완박 변수 앞에 요동치는 검찰
한동훈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낙점된 뒤, 민주당에서는 “그래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더욱 필요하다”며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 후보자가 검수완박에 반대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지만 5월 10일 취임 때까지는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작 검찰 안팎에서는 ‘한동훈 후보자’이기 때문에 검수완박을 더욱 막을 수 없게 됐다는 탄식도 나온다.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 국민이 입게 될 피해가 너무나 즉각적이고 심대하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동훈 후보자는 언론 앞에서 “이제는 지난 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극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께서 많이 궁금해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카드가 오히려 민주당을 자극한 꼴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한동훈 장관 후보자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한 후보자를 낙점한 이후 민주당이 기를 쓰고 검수완박을 강행하려 하지 않느냐”며 “이게 과연 검찰을 위한 인사였는지, 차라리 정권 3년 차일 때 장관이나 총장으로 임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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