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 앞서 현영민(왼쪽)과 김정우가 승부조작단절을 서약하고 있다. 김정우는 지난 9월 21일 제대해 소속팀 성남으로 복귀했다. 사진제공=FC서울 |
#선수에 웃고, 선수에 울고
실업축구 시절만 해도 상무는 최강 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의 클럽으로 변모한 것은 K리그에 참가한 이후부터였다.
올해에도 전반기 중후반부까지 한 자릿수 순위를 유지했다. FC서울과 수원 삼성 등 전통 강호들이 맥을 못 추고 있을 때,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 등 쟁쟁한 클럽들과 선두 경쟁까지 벌인 적이 있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입까지도 노려보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순위는 급락했다. 뒤늦게 알려진 일이지만 상무 부대가 이전하기로 결정된 경북 문경시와 구미시도 상무의 예상치 못한 올 시즌 초반부의 상승세에 혀를 내두르며 전남 광주에서 연고지를 이전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을 후회할 정도였다고 한다. 오히려 지금은 ‘받아들이지 않은 게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
더욱 서글픈 사실은 거짓말 같지만 이러한 상황이 프로 참여 이후 매 시즌 반복되는 일이라는 점이다. 가을만 되면 상무 코칭스태프는 골치가 아프다. 현역 군 복무 기간이 대폭 줄어들면서 벌어진 사태다. 선수들이 11월 중순 입대해 9월 말에 전역하는 통에 정상적인 전력을 구축하기 어렵다.
올해는 더욱 심각하다. 정상적으로 복무 기간을 마친 15명의 선수들이 9월 21일부로 전역 신고를 했고, 9명이 승부조작 가담이란 불미스러운 사태에 휘말렸다. 5명은 예정대로 전역했으나 4명은 축구계의 징계 조치에 의해 선수 신분을 벗어나면서 전방 부대로 10월 전출됐다. 10월 말까지 잔여 라운드를 소화해야 하는 남은 인원은 정확히 19명. 매 경기마다 프로축구연맹에 제출하는 출전 선수 엔트리가 18명이니, 한 명만 뺀 채로 스쿼드를 작성하면 된다. 만약, 경고누적이나 부상 등 불의의 상황까지 고려하면 18명조차 채우기 어려운 상황까지 맞이할 수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딱한 처지를 탈피하고자 상무는 군 복무 기간을 바꾸는 방안까지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초에 입대 절차를 진행한 뒤 1월 초에 입대하면 11월 중순 전역하는 방식이다. 상주 구단은 ‘상무에 우선적으로 우수 선수 수급이 가능한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것과 ‘각 구단에서 소속감을 갖고 선수들이 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8월에 이미 발송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상무도 이에 적극적이다. 상주 구단(선수단 관리 책임은 국군체육부대 ‘상무’가 가지고 있으나 리그 참가와 시즌 운영에 대해선 상주 사무국이 직접 진행하고 있다)이 주도적으로 안건 상정에 나서자 상무 역시 선수단 운영의 어려움을 알기에 중지를 모았다. 다만 프로연맹 측의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지면 충분히 군 복무 기간 변경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게 상주 구단의 시각이다.
#2부 리그로 강등?
보는 시각에 따라 딱하다는 쪽과 당연한 일이라는 쪽으로 극명히 엇갈렸다. 2013시즌부터 시행하기로 결의한 1, 2부 리그 운영과 맞물린 승격-강등 제도에 대한 시선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13년부터는 무조건 2부 리그를 운용하고, 승강제를 시행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2부 리그를 운용한다고 해서 딱히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행하지 않을(또는 못할)’ 경우에 대한 피해는 분명 존재한다. 당장 아시아 클럽 최강자를 가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숫자가 줄어들 수도 있다. K리그는 현재 4장의 출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3장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프로연맹이 주도적으로 나서 K리그 각 구단들의 법인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인 것도 장차 2부 리그의 시행을 위함이었다. 이미 몇 해 전에도 내셔널리그가 중심이 된 2부 리그 창설을 계획했으나 우승한 실업축구 고양 KB국민은행이 K리그 승격을 거부하면서 승강제의 시행이 유야무야된 적이 있어 이번만큼은 어떠한 일이 닥치더라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연하지만 상주 구단은 두 번째 의견들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발하다. 대전 시티즌, 대구FC, 경남FC, 인천 유나이티드, 광주FC 등 대다수(실상은 전부) 시(도)민 구단들이 2부 리그 강등이란 시나리오가 작성되면 팀 해체까지도 검토될 수 있다고 서슴지 않고 부정적 입장을 내세우는 것처럼 상무 역시 2부 리그가 달가울 리 없다. 더욱이 성적과는 관계없이 무조건 2부 리그로 내려앉는다는 것은 필요할 때는 한참 이용해먹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서니까 버려도 된다는 식의 토사구팽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상주 구단 관계자는 “프로연맹이 구단들의 뜻을 모아 상무를 K리그에 참여하도록 해놓고선, 이제와 입장이 난처해지니 무조건 대책도 없이 2부 리그로 가야 한다고 권고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다른 관계자도 “K리그에 남을 기존 구단들의 쿼터를 늘리기 위해 상무를 무조건 K리그의 구상에서 배제한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상무의 K리그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는 한 축구인은 “상무가 우수 선수 확보보다는 기존 원칙에 맞춰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육성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그나마 20대 중후반대 나이의 기존 프로 선수들이 군 복무를 ‘축구까지 하며’ 마칠 수 있는 경우가 대폭 적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해결과제도, 고민거리도 많은 상주 상무다. 뚜렷한 해답이 없다는 게 더욱 아플 뿐이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