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수익 좌우하는 효자상품 이제 취식 가능…개봉 미룬 대작에 칸 출품작까지 줄줄이 공개 예정
#5분의 1토막 극장가, 부활하나
4월 18일 기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제됐다. 2020년 3월 시행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25일부터는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최고 단계인 1급에서 홍역·수두와 같은 2급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실내 취식이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팝콘을 먹는 풍경이 돌아왔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대형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덩치를 키우던 극장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2시간 이상 불특정 다수와 실내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극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관객이 줄어드니 ‘한국형 블록버스터’라 불릴 만한 영화들의 개봉도 미뤄졌다.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안 간다’던 관객들은 이제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극장 안 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수치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 3월 총 관객 수는 1467만 명. 하지만 이듬해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인 2020년 3월에는 183만 명으로 90%가량 급감했다. 2021년 3월에는 325만 명으로 소폭 회복했으나, 올해 3월은 281만 명으로 다시금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와 2019년 3월을 비교했을 때 5분의 1 수준이다.
극장 내 취식 허용은 단순한 관람 문화가 바뀐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극장 운영자 입장에서는 팝콘과 음료수를 비롯한 매점 이용이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원가 대비 가격이 비교적 높게 형성되어 있는 팝콘은 극장 수익을 좌우하는 효자 상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장 내 취식 금지로 인한 팝콘 판매 급감은 극장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이에 CGV는 관람을 마친 관객들이 팝콘을 사서 귀가하도록, 엄청난 크기의 봉투에 담긴 포대 팝콘을 팔고, 다른 멀티플렉스는 배달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하지만 선순환을 위해서는 관객 수 순증을 통한 팝콘 판매량 회복이 절실했다.
팝콘이 팔린다는 것은, 좋은 영화가 개봉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극장 내 취식이 가능해졌다손 치더라도, 팝콘을 구매할 관객이 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장가는 5월 어린이날을 앞두고 개봉하는 마블 시리즈 ‘닥터 스트레인지’를 비롯해 배우 마동석이 주연을 맡은 영화 ‘범죄도시2’ 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팝콘 판매는 극장업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팝콘 판매량의 증가는 곧바로 극장업계의 부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면서 “아직은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일반적이라 극장 내 팝콘 취식을 꺼리는 관객이 있다. 하지만 점차 관객이 늘고, 극장이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예전의 호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1000만 감독·배우들의 귀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개봉을 미뤘던 대작들이 바빠졌다.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 속에서 가장 유리한 개봉일을 선점하기 위한 눈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런 영화들은 영화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7~8월에 관객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 선봉에는 1000만 감독과 배우들이 선다.
가장 먼저 칼을 빼든 영화는 김한민 감독의 영화 ‘명량’의 속편인 ‘한산: 용의 출현’이다. 7월 개봉을 못 박았다. 17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명량’의 속편인 데다 김 감독이 ‘명량’ 이후 선보이는 첫 연출작이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다.
이에 맞서는 ‘비상선언’은 1000만 배우 두 명을 보유한 영화다. 배우 이병헌과 송강호가 나란히 출연하는 ‘비상선언’은 2021년 칸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았던 작품이다. 남다른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들이 참여한 데다 작품성까지 갖췄다는 의미다. 당초 지난 설 연휴에 맞춰 개봉을 준비했으나 미뤄진 바 있다.
쌍천만 감독들도 돌아온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연출했던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웅’의 촬영을 일찌감치 마쳤다. ‘도둑들’과 ‘암살’로 두 번의 1000만 관객 고지를 밟았던 최동훈 감독은 400억 제작비가 투입된 ‘외계+인’으로 출사표를 던진다. 이 영화는 2편이 동시 촬영됐다. 이 때문에 2편의 시리즈로 2668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는 5월 칸에서 날아오는 낭보는 극장 나들이를 고민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자극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018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듯, 경쟁 부문에 진출한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가 수상 소식을 전하면 이를 직접 확인하려는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헤어질 결심’은 탕웨이·박해일, ‘브로커’는 송강호·강동원·아이유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작품성과 상업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작품으로 손꼽힌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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