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 남용…책임 자유롭지 못할 듯”
- 혜화여고, 재단 측근 포진…사실상 친인척이 학교 운영
[일요신문] "그 당시 재단 이사장 조카인 교감(현 교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대구혜화여고 배우절 교장 자녀 과외 교습과 관련해 대구지역 한 사립학교 전직 고등학교 교사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이 교사는 "혜화여고 교장의 자녀 과외 교습은 당시 혜화여고 교사들 사이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항이다. 이런 행태는 비단 이 학교(혜화여고) 뿐만 아니라 다른 곳(학교)도 쉬쉬하며 행해지는 관례적"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대구혜화여고 배우절 현(現) 교장이 지난 2011년(당시 교감) 재직시 같은 학교 교사에게 자신의 딸 배 모양의 수학 과외 교습을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다.
교감의 직무는 학교의 모든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고위직으로, 당시 교감이었던 배 교장은 재단과 친인척 관계로 실질적인 학교 운영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직무를 벗어난 배 교장(당시 교감)의 우월적 지위 남용 가능성이 커 보여 그 책임에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증언에 따르면 배우절 교장이 자신의 딸 배 양이 혜화여고에 재학을 하고 있었던 1학년 때 배 양의 수업 시간에 직접 수학을 가르치고 있던 기간제 A 교사에게 수학 과외 교습을 시켰다.
이 같은 사실은 A 교사가 다른 학교로 근무지가 바뀌면서 자신과 평소 가깝게 지내 온 4~5명의 교사들에게 배 교장의 그동안의 불합리적인 행동 등을 알리면서 드러났다. 이후 이들 교사 중 B 교사가 교장의 자녀 과외 교습의 부당함을 알리려 배 교장에게 직접 따져 물었고, 또 다른 C 교사 역시 배 교장을 찾아가 일련의 일들을 되물으며 사실(과외 교습)을 교장에게 직접 확인한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당시 사태에 대한 내용의 교사들간의 녹취분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C 교사의 설명이다.
현직 교원은 사립학교법 제55조(복무), 국가공무원법 64조(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25조(영리업무의 금지), 교육공무원법 19조의 2(영리업무및 겸직 금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3조(교원의 과외교습 제한) 등에 따라 과외 교습을 할 수 없다.
배우절 교장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해당 교사에게 자신의 딸 과외 교습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측은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고,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교장 자녀의 과외 교습 논란을 일축했다.
배 교장은 최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명백한 허위사실" 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배 교장은 "기억도 없고 사실은 전혀 아니다. 도대체 그런 말을 누가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전화상으로는 해명이 안된다.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자"라며, 전면 부인했다.
이후 기자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배 교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일정이 바쁜 관계로 '일요신문'과 일련의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가 없다"고, 통보하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대구시교육청 감사관실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 같은 사안에 대해 교육청에 민원이 접수되지 않아 감사는 진행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 배우절 교장, 행정 직원에 도 넘은 '갑질' 의혹…도마에 올라
배 교장의 행태는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도를 넘은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의혹의 증언도 불거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증언자는 이 학교 행정직 직원 D씨가 배우절 교장으로부터 수년 동안 폭언과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증언자는 배 교장이 직원 D씨를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모멸감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 업무와는 무관하게 일을 지시하며, 부당한 요구를 해왔으며, 이로 인해 D씨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 우울증 치료까지 받을 정도라고 밝혔다.
특히, 행정직으로 근무하던 D씨는 수년 전 학교의 시설 하자보수, 쓰레기 정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영선직으로 발령을 받았고, 이러한 석연치 않은 인사와 함께 업무일지 양식도 기존 작성 중이던 양식을 변경해서 시간 단위로 업무를 보고하게 했으며, 행정실장의 전결 사항을 교장의 결재까지 하도록 하는 등 업무에 대한 압박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D씨는 지난해 말께 대구교육청을 찾아가 자신이 수년 동안 겪어온 배 교장에 대한 도 넘은 '갑질'에 대해 진술했다. 하지만 D씨는 생계가 걸린 문제이다 보니 본인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교장에 대해 정식으로 민원은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D씨에 대한 배우절 교장의 갑질은 시교육청 감사실에서 5월에 실시될 정기감사에서 "행정 직원의 구두 민원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혀 5월 감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 혜화여고, 재단 이사장 측근 포진…사실상 친인척이 학교 운영
대구시교육청이 혜화여고의 인사권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혜화여고가 국립이 아닌 사립학교로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이유로 재단측 친인척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실제, 배우절 교장은 혜화여고 영춘교육재단 배태민 이사장의 4촌이며, 이 학교 변석균 행정실장 역시 학교 재단을 보유하고 있는 미진주택의 E모 감사의 처남이다. 현재 행정실 직원 F씨도 미진주택 전 감사의 사위인 것으로 취재과정에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사립학교에서 부정·비리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데에는 구조적이고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설립자(이사장)와 그 친인척들이 학교와 학교법인을 좌우하는,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지배구조다"라며, "실제로 교육청 감사나 실태조사 등 결과들을 보면, 학교법인을 틀어쥔 이사장과 그 친인척의 '전횡'은 예산·회계에서부터 법인 운영, 인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고 전언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
-
홍준표 "용병 하나 선택 잘못 했을 뿐…기죽지 말자"
온라인 기사 ( 2024.12.08 22:53 )
-
[인터뷰] 박창범 전 우슈협회장 "이기흥 회장이 당선되면 종신제 간다"
온라인 기사 ( 2024.12.09 10:12 )
-
경북도, 2025 국비예산 역대 최대 11조 8677억 원 확보
온라인 기사 ( 2024.12.10 1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