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무혐의 처리 “어쩔 수 없는 결정” 평가…정치적 수사 논란에 무죄 판결 시 후폭풍 예고
하지만 공수처의 수사 능력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된다. 손 검사에게 적용한 혐의는 실명이 담긴 판결문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공무상 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위반)인데 이마저도 ‘공개된 자료’로 볼 경우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윤 당선인과 한동훈 검사장 등을 모두 무혐의 처리하고 손 검사만 기소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확실한 증거도 없이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로 외통수에 빠진 공수처의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선 이후 떨어진 수사 동력
손준성 검사는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시절, 휘하 검사들에게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정보 수집을 지시하고, 이를 김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공모 혐의로 수사를 해왔다.
공수처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관련 지시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동훈 검사장과 함께 피의자로 입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두 차례의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대선 이후에는 수사 동력이 확연히 떨어져 보였고 결국 공소심의위원회는 4월 19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손 검사와 김 의원에게 불기소를 권고했다. 공소심의위 결론에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 대해 기소를 권고한 공소심의위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공수처가 기소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공수처는 고심 끝에 공소심의위 의견을 뒤집고 손준성 검사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렸다. 공수처는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 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이 ‘손 보호관→김 의원→조 씨’에게 순차 전달됐다고 봤다.
공수처는 “수사정보 등이 담긴 고발장을 입수하는 경우 직무상 이를 누설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1차, 2차 고발장을 김웅 의원에게 각 전송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고,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공무원에게 지시해 열람·수집한 제보자 지 아무개 씨의 실명 판결문을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함께 기소한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고발장이 2020년 4월 총선 기간에 실제 접수되진 않았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련의 행위가 ‘추상적 위험범’에 해당된다고 봤다. 실제 공소심의위에서도 상당수 위원이 일부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웅 의원은 기소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공직선거법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손준성 검사와의 공모관계가 인정하면서도 공수처법상 기소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에 이첩했다. 또,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 모두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은 무혐의 처분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수사 과정
법조계에서는 손준성 검사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벌인 점과 윤석열 당선인에 대해 입건해 놓고 서면으로 조사조차 못했던 점 등을 지적한다.
수사 시작부터 잡음이 일었다. 보통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확인되면 피의자로 입건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공수처는 고발장이 접수된 지 사흘 만인 2021년 9월 10일 윤 당선인 등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또 곧바로 손 검사와 김웅 의원 등을 상대로 속전속결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손 검사가 조사에 불응한다며 체포 영장 및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하며 ‘부실 수사 논란’도 제기됐다. 공수처 공수심의위가 손 검사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하며 “증거가 빈약한 부분이 있다”고 우려한 점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 기자 및 민간인에 대한 인권침해 수사·통신사찰 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 공수처는 손 검사가 지 아무개 씨의 명예훼손 사건 실명 판결문을 전달한 것을 기소 이유로 삼았지만, 정작 고발장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즉, 사건의 핵심인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사건의 본질에는 해당하는 직권남용 혐의는 무혐의 판단을 내려야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수사했지만 고발장 작성자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지 못했고 법률적으로 검사의 직무 범위에 고발장을 작성하는 것이 포함되는지 부분 등을 고려해 무혐의 처분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윤 당선인에 대해서는 서면조사조차 실시하지 못했고,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만 처벌한 셈이다. 사건 실체에 접근하지 못한, 정치적 수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된 셈이다.
손 검사에 대한 공수처의 기소가 유죄 입증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구할 수 있는 실명 판결문을 전달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며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얻은 ‘업무 관련된 비밀 사항’에 대해서는 공무상 기밀누설을 적용할 수 있지만, 손 검사가 판결문을 구한 과정을 업무 관련한 비밀사항이라고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공수처 조직이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입건 때부터 공수처가 ‘윤석열 잡기’를 목표로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았냐. 그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를 했다가 영장이 기각되는 등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무죄가 나올 경우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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