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입증 어려운 ‘부작위에 의한 살인’ 지인 증언 중요…“보험사기” 언급한 친구, 일거리 준 도피 조력자 등 주목
계곡 살인사건에 대한 여론의 흐름과 달리 법조계에선 법정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검찰이 입증하는 게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거액의 수임료를 마련해 대형로펌을 선임하면 팽팽한 법정 다툼이 이어질 수도 있다. 비록 3억 원을 모으기 전에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모아 놓았던 돈 내지는 누군가의 조력으로 거액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이은해와 조현수의 조력자와 지인 등이 중요하다. 그들이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는 등 법정 다툼을 도울 수도 있고, 반대로 법정에 증인 등으로 나와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낼 수도 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 사전 계획 정황 등을 입증하는 게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지인 등 주변인들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계곡 살인사건과 이들의 도피 행각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은해와 조현수의 주변 인물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함께 입건된 조현수의 친구 A 씨
이은해 조현수의 주변 인물 가운데 가장 먼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이는 A 씨다. A 씨는 조현수의 친구로 조현수의 소개로 이은해와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A 씨도 이은해 조현수와 함께 계곡 살인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입건했다. 이후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2020년 12월 A 씨를 살인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 씨는 전과 28범으로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지인들과 함께 프로포폴을 불법 판매한 사건으로 2020년 12월 구속기소돼 2021년 5월 징역 1년형을 받았다. 2021년 12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는데 비슷한 시기인 2021년 12월 14일 이은해와 조현수가 도피했다.
함께 입건돼 검찰로 송치된 A 씨는 이은해, 조현수와 달리 도주하지 않고 변호사를 대동하고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해왔기 때문에 구속 수사는 피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으며, 이은해와 조현수의 검거 과정에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에선 이은해와 조현수가 검거돼 구속됐음에도 여전히 A 씨는 불구속 상태라는 점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비록 도주하지는 않았지만 혐의 자체만 놓고 보면 구속수사 대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아직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자신의 혐의는 부인하며 이은해와 조현수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언을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장 동행인 이은해 친구 B 씨
계곡 살인사건이 벌어진 경기도 가평 계곡 여행 당시 이은해, 조현수, 피해자 윤 아무개 씨, 앞서의 A 씨 등 외에도 이은해의 친구 B 씨 등 몇몇이 더 함께 있었다. 게다가 B 씨는 2019년 2월 복어독으로 윤 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의혹이 불거진 현장에도 있었다.
이은해의 동창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인터뷰에서 B 씨를 이은해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던 사이로 가출팸 무리였다고 밝혔다. 동창은 “고등학교 때 조건만남하고 다니거나 조건만남해서 돈을 훔쳐간다든지, 그쪽 무리들은 너무 질이 나빠서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친구들이었다”며 “친구들과 PC방에 가면 항상 채팅을 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게 (이)은해 생활이 돼버려 생계를 책임지는 수단이었다. 부평경찰서에서 엄청 유명하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열 손가락 넘게 경찰서에 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은해와 고교 시절 같은 가출팸에서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진 B 씨는 한 번의 살인미수 사건 현장과 살인사건 현장에 모두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그는 사건의 실체를 알고 있을까.
‘그것이 알고싶다’는 B 씨에게 직접 계곡 살인사건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는 제보자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허풍이나 허세인 줄 알았는데 계곡 살인사건을 포털에 치니 B 씨 얼굴이 뜨더라. 그제야 ‘함께 계곡에 있었다’는 B씨 얘기가 진짜인 걸 알았다”며 “사고 10개월 뒤 B 씨가 ‘피해자 아내가 보험을 들어놓고 보험금을 타 먹으려고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친다. 그래서 남편을 죽였어’라며 엄청 웃었다”고 말했다. 제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수사 과정에서 결정적 증언이 가능한 인물이 될 수 있다.
#이은해 전 남자친구 보험설계사 C 씨
또 다른 주변인물로는 이은해가 사망한 남편 윤 씨를 피보험자, 자신을 보험금 수령인으로 해 가입한 생명보험의 보험설계사 C 씨다. 게다가 C 씨가 이은해의 전 남자친구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은해는 관련 생명보험료로 매월 29만 5000원을 납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은해는 혼인신고 5개월 뒤인 지난 2017년 남편 윤 씨 명의로 생명보험 4개와 손해보험 2개에 가입했다. 그렇지만 매달 최소 70만 원 이상의 보험료를 납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미납이 많아졌고 실손보험 등은 보험료 미납으로 이미 실효가 됐다. 사망보험금이 나오는 생명보험도 미납되곤 했지만 밀린 보험료(미납금)를 한꺼번에 내 보험계약을 되살려 실효되지 않도록 했다.
이은해는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윤 씨의 보장은 낮추고 사망보험금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보험 설계를 변경했다. 결정적으로 55세 이전에 사망하면 사망 보험금으로 8억 원을 수령하고 그 이후에 사망하면 보험금이 급감하는 구조로 보험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다.
결국 이은해는 윤 씨가 사망한 뒤 8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하려고 했다. 보험사 보험사기 특별 조사팀(SIU)은 무리한 설계 변경 등을 이상하게 여겼고, 이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보험금 지급 거부가 수난사고에 의한 익사로 종결된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재수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보험설계사 C 씨는 이은해와 같은 가출팸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17세 때 잠깐 교제를 했던 전 남자친구이기도 하다. ‘그것이 알고싶다’ 인터뷰에서 C 씨는 “(윤 씨가) 갑자기 익사를 했다고 해서 의심은 좀 들었다. 바로 물어봤는데 (이)은해는 아니라고 했다”라며 “보험회사에 입사해 한 달도 안 됐을 때 (이)은해가 보험을 들어준다고 했는데 그땐 (내가) 설계를 할 줄 몰라 선배한테 얘기해서 설계해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은해는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니까 보험료가 비싸더라도 보장금액이 크도록 설계를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보험료가 70만 원대로 설계가 됐는데 부담이 된다고 해서 40만 원대로 낮춰 설계를 다시 했다. 당시 이은해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사안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보험 설계 변경을 주도했다고 한다.
#이은해가 항상 고마워하는 존재 D 씨
이은해와 조현수가 도피 중인 상황에서 연락이 됐다는 이은해의 지인은 ‘그것이 알고싶다’ 인터뷰에서 이은해가 항상 고마워하는 존재라는 D 씨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이은해는 변호사 선임 비용 3억 원을 모으면 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앤장을 직접 언급했지만, 정확히는 김앤장 같은 대형로펌에 자신의 변호를 맡기기 위해 3억 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이은해가 D 씨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D 씨가 운영하는 도박 등의 불법 사이트와 관련해 시키는 일을 배당 받아서 하고 그 대가로 현금을 받아왔다는 것. 또한 D 씨 밑의 직원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텔레그램으로 연락하고 있는데 D 씨 감시 아래에서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은해의 친구 E 씨가 도피 중인 이은해를 만나러 일산에 왔을 때에도 D 씨가 동행했는데 60만 원짜리 비싼 술을 산 D 씨는 E 씨에게 이은해를 보러 와줘서 고맙다며 현금으로 100만 원을 주기도 했다. 아직 D 씨의 실체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이은해 지인의 증언대로라면 이은해와 조현수의 도피 행각에 가장 결정적인 도움을 준 사람이 D 씨인 것으로 보인다.
#은신처를 제보한 이은해 절친 E 씨
앞서 언급된 E 씨는 이은해의 중학교 동창으로 가장 친한 친구로 알려진 인물이다. 윤 씨 사망 이후 이은해와 조현수가 택배업체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이름과 계좌 등을 빌려줬을 만큼 가까운 사이다. 이은해는 2021년 12월 14일로 예정된 검찰 2차 조사를 안 받고 도피할 것이라는 사실도 E 씨에게는 미리 알렸고, 도피 생활을 시작한 뒤인 2022년 1월 말 E 씨에게 연락을 취한 뒤 세 번가량 직접 만났다.
E 씨는 ‘그것이 알고싶다’ 인터뷰에서 “1월 말 연락이 왔다. (이은해가) ‘자기 일 다 해결됐다, 조사받고 있다’고 말했다”며 “평상시와 다름이 없었다. 공개수배 되기 전까지는 도주 중인 걸 몰랐다”고 주장했다. E 씨는 이은해와 조현수의 검거 과정에서도 도움을 줬다. E 씨의 지인이 E 씨로부터 얻은 이은해의 위치와 자수 계획 등을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알렸고, 제작진은 이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전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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