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 과정 문제 삼아 위헌 판단한 적 없어”…“영장 청구권에 ‘수사’ 포함 여부 쟁점 될 듯하지만…”
헌재에서 근무 중이거나 근무한 적이 있는 법조인들의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일부 재판관들로부터 ‘위헌’이라는 판단은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위헌으로 판단받기 위한 정족수(6명)를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쟁점① 국회 입법 과정 문제
국민의힘과 대검찰청이 청구했거나, 청구하려 하는 헌재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끼리, 혹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권한 범위를 헌재가 판단하는 절차다. 국회에서 이뤄진 법률 제·개정 문제를 놓고 중앙정부기관(검찰)과 국회가 부딪히는 구조다.
이번 헌재 판단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국회 입법 과정의 위법성 여부다. 국민의힘과 검찰은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소수 정당(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법사위 민주당 소속이었던 민형배 의원이 무소속으로 탈당해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헌재 안팎의 의견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헌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판사는 “여태껏 헌재에서 국회의 입법 과정을 문제 삼아 위헌으로 판단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구인들의 주장을 검토하기는 하겠지만, 국회의 입법 과정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는 재판관들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특히 국민의힘이 한 차례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를 했던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역시 헌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변호사는 “헌재 재판관들이 이를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이 기울었다면,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중재안에 합의했던 것이 오히려 청구인(국민의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다소 꼼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회에서 이뤄지는 정치의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도 국회 정치의 맥락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쟁점② 헌법 명시된 검사 권한 어디까지?
대검찰청과 법무부에서 주로 강조하려고 하는 헌법 상 검사 권한 침해도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권한이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침해당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인데, 이는 조금 더 법리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헌재 안팎의 법조인들의 의견이 가장 분분한 지점이기도 하다.
일단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권한이 중요하다. 헌법 12조 3항과 16조에서는 검사를 영장 청구의 주체로 명시하고 있다. 헌법 12조 3항에는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16조에는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여러 해석이 등장한다. 검사에게 영장 청구권을 부여했지만, 수사나 수사권을 부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신청한 각종 영장에 대해 검사가 ‘영장청구’를 단순 대리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과정에서 부족한 지점이나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수사까지 하라는 맥락인지에 대한 해석 여부에 따라 이번 권한쟁의심판에서 얼마든지 ‘위헌’으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검 측은 “검사에게 부여한 역할과 기능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고, 준사법기관의 지위도 침해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앞선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판사는 “결국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수사’ 개념이 포함된 것이라고 봤을 때, 나라면 넓게 해석해 ‘경찰 수사의 보완 지휘와 같은 수사권도 있다’고 볼 것 같다”며 “헌재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단순하게 헌법 속 조항을 문장 그대로 해석해 문장에 맞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문장이 만들어진 배경과 현재 사회 문제 해결에 더 올바른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차 상 과정은 헌재가 문제 삼기 어렵지만 헌법 속 조항에 대해서는 검찰의 주장을 ‘맞다’라고 해 줄 재판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헌재는 권한쟁의심판에서 입법 절차상 하자뿐 아니라, 법률 내용 자체의 위헌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던 바 있다. 역시 헌재에 근무한 적이 있는 또 다른 판사 역시 “검사로 청구권을 명시하고 법관의 발부권을 명시한 것은 각자의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판단하라는 취지 아니겠느냐”며 “헌법재판관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청구권 속에 수사권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헌재 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하는 권한쟁의심판에서 진보 성향이 다수인 지금의 헌재 구조를 고려할 때 얼마나 ‘검찰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여론이 힘을 받는다. 권한쟁의심판은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법안 내용에 대해 위헌 결정까지 하려면 재판관 중 6명의 ‘위헌’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놓고 헌법재판소법에 명시된 규정도 없어, 헌재 입장에서는 모든 과정이 다 신중해야 한다.
#법안 위헌 결정까지 하려면 '6표' 필요
앞서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검찰 논리로 위헌 여부를 주장하려면 6명이 필요하다. 4~5명의 재판관은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다고 보는 게 헌법 상 적절한 해석으로 보인다’고 판단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6명을 채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헌재가 국회를 상대로 위헌을 판단하면 국회가 헌재도 개혁 대상으로 삼을 수 있지 않나. 헌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판단이 될 것이고 이런 분위기까지 내다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헌재는 국회의원이 심의·표결권 침해를 주장하며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을 받아들이면서도 법률 자체에 대해서 위헌이나 무효라는 판단을 한 적은 없다. 노동법 등 날치기 입법 사태와 관련한 1997년 판례와 한국정책금융공사법 심의 중 반대토론 제한을 이유로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제기한 2011년 판례 때 헌재는 “입법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법률 자체에 대해서는 위헌이라거나 법률안 가결을 무효로 판단하지 않았다. 헌재가 국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판단을 하기 주저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의 헌재 관계자는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헌재에서도 이 사안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고, 법조인들의 의견이 여러 통로를 통해 헌재에 많이 전달되고 있다”며 “재판관들도 사안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논의하지 않겠나. 다만 한쪽으로 쏠린 재판관 표결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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