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野) 송호창 “승리 땐 정치세력 될 것”’이라는 제목에 ‘박(朴) 당선 땐 정치권에 제3세력 본격 등장할 수 있어’라는 부제목이 달린 이 인터뷰 기사는 즉각 민주당에 미묘한 파동을 불러일으켰다. 범야권 후보 경선에서 패한 것도 분한데 마치 박 후보가 당선되면 ‘딴 살림’을 차릴 수도 있다는 발언이 그의 측근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박원순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에게 당내 인사들의 ‘불편한 심기’가 전해졌다. 캠프 내에서 회의가 열렸고 결국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는 이유로 인터뷰 기사는 내용이 수정됐다.
#장면2 지난 11일 박원순 후보 범야권 통합선거캠프 발대식에서도 미묘한 기운이 감지됐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여론조사를 보면 굉장히 박빙인데 결집도는 한나라당이 더 높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세력이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뒤 이어 발언한 한명숙 전 총리도 “만만한 선거가 아니다. 여권의 조직이 무섭게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8~9%포인트 앞서고 있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선거캠프 발대식 격려사였기에 더욱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통합선거캠프가 민주당 중심으로 구성된 데 대한 범야권 일각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이 지난 11일 열렸다. 박원순 후보가 야권 인사들과 파이팅을 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사실 통합선거캠프 구성 때부터 그 삐걱거림은 감지됐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사퇴 선언 후 번복’ 파동이 끝나고 박 후보가 손 대표를 찾아가 상임선대위원장을 제안한 게 시발점이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붙잡아야 할 처지인 박 후보로선 민주당을 예우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상임선대본부장을 맡고 선거 경험이 풍부한 당내 인사들을 선거캠프에 대거 배치하면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정당 밖 친노(친노무현)그룹 일각에서 “민주당 후보 캠프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각 당의 대표급 인사들이 공동선대위원장 또는 공동선대본부장 자리를 꿰찼지만 감투 앞에 ‘상임’자가 붙은 것은 손 대표와 이 최고위원밖에 없었다.
급기야 민노당은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돕겠지만 통합선거캠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표면적으로는 통합선거캠프 구성이 ‘민주당은 연대의 대상일 뿐 통합 대상은 아니다’는 민노당의 당론에 맞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한 민노당 관계자는 “선거캠프 구성이 민주당 중심으로 이뤄졌고 심지어 지역위원회 차원의 선대본부 구성도 민주당 지역위원장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참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편한 심사를 반영하듯 13일 오전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선거 출정식에서 유시민 참여당 대표는 “박원순이기 때문에 범야권이 한데 모였다”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익살을 떨기도 했다. “우리 존경하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하고 저하고 무척 친밀한 관계지만 지난 1년 동안 조금 불편했지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님. 저희 잘해 보려고 하는데 요즘 조금 거시기 합니다. 또 여기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님 요즘 연락도 뜸하고, 문자도 안 받고 그렇습니다.”
범야권 인사들은 최근의 미묘한 분위기에 대해 ‘잽을 주고받는 탐색전’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보선 이후에는 주도권 다툼이 ‘펀치’를 주고받는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통합 과정에서의 갈등은 과거 새천년민주당의 분당, 열린우리당의 분당과 민주당으로의 통합 등에서 벌어졌던 혼란에 비해 훨씬 강도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과거에 비해 통합 대상들의 스펙트럼이 넓은 데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시기적 특성 때문에 모든 정파가 ‘지분 챙기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후보 통합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한 민주당 인사는 “송호창 대변인 인터뷰 소동에서 볼 수 있듯이 향후 범야권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상존하고 있고, 여기에 주도권을 쥐려는 경쟁까지 더해지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이 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정 정당에 속하지 않은 채 박 후보를 도와 온 다른 인사도 “민주당은 범야권 대통합 정당을 추구하고 있는 반면 민노당, 참여당 등은 제3세력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박원순 후보와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교수의 향후 행보에 따라 범야권이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