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0년 9월 29일 박상규 목사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한 선배 목사를 만난다. 선배 목사는 대뜸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며 어렵게 입을 뗀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사람 한 명만 좀 숨겨줄 수 있나?"
긴 고민 끝에 박 목사는 선배의 부탁을 수락한다. 그때부터 한 남자의 도피 생활을 은밀히 도와주게 되는데 파마머리를 앳된 그의 정체는 놀랍게도 '지명수배자'였다.
청년의 이름은 윤석양(24). 얼마 전 군대에서 무단으로 탈출했다. 4개월 전 그는 막 자대배치를 받은 이등병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도로 보수작업을 하던 중 의문의 지프차 한 대가 그의 앞으로 다가온다. 소령의 지시로 윤 이병은 얼떨결에 지프차에 올라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빙고호텔이었다.
'없던 죄도 자백하게 만든다'는 이 무시무시한 곳에서 윤 이병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군대 문서를 정리하던 중 의문의 캐비닛을 발견하게 된다. 캐비닛을 여는 순간 윤 이병은 깜짝 놀란다.
빼곡히 꽂혀있는 1303장의 기밀 카드. 그리고 그 안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충격적인 내용이 쓰여 있었는데 윤 이병은 곧장 이곳의 실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다.
목숨까지 걸고 나온 캐비닛 속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청년의 고통과 고뇌가 가득했던 그날 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며 충격적인 진실이 세상에 공개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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