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 고지를 잡을 수 있을까. <일요신문>에서 양팀의 전력을 집중 분석했다.
이만수 VS 양승호
▲ 충분한 휴식을 취한 롯데 포수 강민호(왼쪽),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유장훈 기자 |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갖가지 작전을 내기보단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선수 스스로 펼치길 바라는 지도자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봤듯이 무사 1, 2루에서 희생번트 대신 강공을 선택한다. 투수진 운용도 과거 SK가 ‘벌떼 야구’로 불릴 만큼 경기마다 6~7명의 투수를 총동원했다면 이 감독대행은 3~4명의 정예요원을 상황에 맞게 투입할 뿐이다. 무엇보다 상대팀을 자극하는 신경전은 최대한 지양한다. 경기 시간이 대폭 단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롯데 양승호 감독도 마찬가지다. 양 감독 역시 불필요한 작전을 줄이고, 선수들에게 믿고 맡긴다.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책임지도록 하기 때문에 투수교체도 많지 않다. 이 감독대행처럼 양 감독도 신경전을 유효한 승리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아 이번 플레이오프는 빠른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의 ‘최단 시간 경기’ 언급은 어쩌면 양 팀 감독의 스타일을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표현인지 모른다.
실제로 양 팀 감독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둘 다 ‘준비된’ 초보감독이다. 양 감독은 2006년 LG에서 수석코치를 맡다가 이순철 감독의 사퇴 이후 감독대행을 맡은 바 있다. 말이 초보감독이지 1군 감독을 이미 경험한 셈이다.
이 감독대행 역시 2007년 SK 수석코치에 부임한 이후 4년 동안 김성근 감독 아래서 감독수업을 받았다. 김 감독의 부재 시 직접 1군 경기를 지도한 적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초보감독이지만, 경기운영은 전혀 초보감독 같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스몰볼’ 대신 ‘빅볼’을 지향하는 점에서도 두 감독은 성향이 일치한다. 올 시즌 SK는 희생번트 147개로 이 부분 리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감독대행이 팀을 맡은 이후 희생번트는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강공 비율이 높아졌다. 이 감독대행은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어도 결국 안타가 터지지 않으면 득점할 수 없다. 강공이야말로 아웃카운트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대량득점에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 감독대행은 자신의 야구관을 준플레이오프에서 시험했고,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빅볼 지향에 있어선 양 감독이 이 감독대행보다 한 수 위다. 올 시즌 롯데는 희생번트 61개로 리그 최소를 기록했다. 선수들 스스로 기록한 희생번트를 제외하면 양 감독이 직접 지시한 희생번트는 50개 남짓에 불과하다. 특히나 양 감독은 ‘히트앤드런’이나 ‘런앤히트’ 등 여타 작전도 잘 구사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작전들이 되레 선수들의 플레이를 위축시키고, 득점생산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양 감독은 “야구는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하는 스포츠”라며 “롯데 선수 대부분이 배팅 감각이 탁월하기 때문에 별도의 작전보단 선수 스스로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관중이 감동할 수 있는 ‘통 큰 야구’를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두 감독은 선수들을 질책하고 압박하기보다 칭찬과 격려로 분발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준플레이오프 기간 내내 이 감독대행은 선수들을 칭찬하는데 바빴다. 실책을 범한 선수에게도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투수교체 때마다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고했다”라고 말한 장면은 권위만 내세우던 기존 감독들과는 전혀 다른 리더십이었다.
양 감독도 칭찬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시즌 내내 ‘지면 감독 탓, 이기면 선수 탓’이라고 인터뷰하던 양 감독은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야수에게 질책 대신 ‘내일은 4타수 4안타를 칠 것’이라는 격려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이다.
그런 까닭일까. 양 팀 선수들은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꼭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겠다”는 다짐이다. 팀 화합과 단결력에서 어느 팀이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선발의 롯데, 불펜의 SK
▲ 이대호 홍성흔 손아섭 등 롯데 중심타선은 SK전에서 3할1푼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
정확한 지적이다. 양 팀 마운드는 극명한 차이를 나타낸다. 먼저 선발이다. 올 시즌 SK 선발진은 팀이 거둔 71승 가운데 33승을 책임졌다. 포스트 시즌 진출 팀 가운데 가장 적은 승수였다. 선발진 평균자책도 4.46으로 역시 가장 높았다.
김광현의 부진과 게리 글로버의 부상이 뼈아팠다. 문제는 포스트 시즌에서도 브라이언 고든을 제외하면 5이닝 이상을 책임질 선발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롯데는 선발진이 54승을 거둔데다 평균자책 또한 4.23으로 SK보다 뛰어났다. 송승준-장원삼-크리스 부첵-라이언 사도스키로 이어지는 4인 선발체제는 8개 구단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SK와 달리 선발투수들이 하나같이 건강하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특히나 올 시즌 롯데 선발진은 유독 SK에게 강했다. 에이스 송승준은 SK전에서 1승 평균자책 2.03을 기록했고, 부첵도 1승 평균자책 1.29를 거뒀다. 1, 2차전 선발이 예상되는 장원준은 3승 평균자책 3.32로 ‘SK 킬러’를 담당했다.
이에 반해 SK 선발진은 롯데만 만나면 난타를 당하기 일쑤였다. 김광현의 대 롯데전 평균자책이 9.00에 이르고, 송은범도 5.09로 좋지 못하다. 고든과 글로버가 평균자책 2.25와 3.22로 롯데에 강한 면모를 보였으나 글로버의 플레이오프 등판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불펜진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돌변한다. 시쳇말로 올 시즌 SK 불펜진은 롯데 타선을 갖고 놀았다. SK 필승조 불펜투수들의 롯데전 평균자책이 모두 좋았다. ‘이대호 잡는 SK 아파치’로 불리는 정대현은 대 롯데전 평균자책 0.63을 기록했다. SK 왼손 구원부대의 핵심 멤버인 정우람과 박희수도 각각 2.53, 1.29를 나타냈다. ‘작은 이승호’와 마무리 엄정욱 역시 각각 0.90, 1.17로 철벽 방어를 과시했다.
반면 롯데 불펜진은 SK 타선만 만나면 기를 펴지 못했다. 강영식, 김일엽, 이재곤, 김수완 등 불펜투수 대부분이 5점대 이상의 대 SK 전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마무리 김사율 역시 4.82로 SK에 약하긴 마찬가지였다.
양 위원은 “롯데가 이기려면 선발이 최소 6이닝 이상을 던져야 한다”며 “반대로 SK는 불펜투수들이 실점을 최소화해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객관적 지표, 롯데 우위 VS 양 팀 맞대결, SK 타선 강!
“타선의 힘에선 롯데가 한 수 우위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당연한 평가였다. 객관적인 데이터에서 롯데 타선은 SK보다 뛰어났다. 올 시즌 롯데는 팀 타율 2할8푼8리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2할6푼3리의 SK보다 무려 2푼5리나 높았다.
득점권 타율 역시 2할9푼으로 2할6푼3리의 SK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특히나 3, 4, 5번 중심타선의 타율이 무려 3할1푼7리로, 2할6푼6리에 그친 SK 중심타선을 압도했다. 이대호와 손아섭, 홍성흔이 SK전에서 하나같이 3할1푼 이상을 기록했다는 건 롯데로선 좋은 징조다. 무엇보다 좌투수 상대 팀 타율이 2할9푼8리로 거의 3할에 가까웠다. 좌투수가 즐비한 SK에겐 위협 요소다.
하지만, 대 SK전만 분석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올 시즌 롯데는 SK전에서 팀 타율 2할6푼6리를 기록했다. 시즌 팀 타율보다 2푼2리나 낮았다. SK전 3할 타율 이상도 이대호, 손아섭, 홍성흔, 황재균 세 명뿐이고, 나머지 타자들은 대부분 2할대 중반에 그쳤다. 롯데의 강력한 타격이 SK전에선 예외였던 것이다.
SK는 반대였다. 모든 타격지표에서 롯데에 뒤졌지만, 맞대결 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올 시즌 롯데전 팀 타율 2할7푼5리가 이를 증명한다. 이 기록은 시즌 팀 타율보다 1푼2리나 높은 수치였다. 공교롭게도 이 감독대행이 플레이오프 키플레이어로 지목한 안치용과 최동수, 박재홍은 롯데와의 경기에서 하나같이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다.
▲ 왼쪽부터 안치용, 정근우 |
올 시즌 정상호는 96번의 도루 시도 가운데 42번을 저지해 도루저지율 4할3푼8리를 기록했다. 이 부문 리그 1위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KIA의 도루를 번번이 좌절시켰다.
SK 역시 기동력 야구를 기대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2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정근우 밖엔 없다. 최정, 박재상, 조동화가 10도루 이상을 기록했지만, 최정과 박재상은 도루 시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다. 조동화는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합류가 불가능하다. 여기다 SK의 롯데전 도루성공률이 4할5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악재다.
롯데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롯데 타자들이 준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치른 SK 타자들보다 컨디션이 좋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실이다. 롯데 포수 강민호는 “준플레이오프 기간에 훈련과 휴식을 겸했다”며 “체력적으로 완전히 피로가 해소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정규 시즌 말미 SK와 2위권 싸움으로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던 조성환, 홍성흔 등 베테랑 타자들도 휴식을 통해 체력보충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의 우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린 SK 타자들이 실전감각을 잃어버린 롯데 타자들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틀린 말도 아니다. SK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KIA를 상대로 막강한 화력 쇼를 선보였다. 빈타로 허덕이던 최정과 장딴지 부상으로 고전하던 박재상이 살아난 게 결정적이었다. SK 1루수 박정권은 “정규 시즌 막바지에 팀 타선이 부진해 선수들도 걱정이 많았다”며 “그러나 부진했던 선수들이 준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나며 타선 전체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결국엔 경험 싸움
“포스트 시즌은 경험이 가장 큰 무기다. 그런 의미에서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가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롯데보다 우월해 보인다.” SBS ESPN 이광권 해설위원은 경험 면에서 SK의 손을 들었다. 야구전문가 대부분이 이 위원과 같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야구계에서 흔히 말하는 ‘큰 경기 경험’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 걸까. SK 외야수 박재홍은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와 적은 선수는 경기 전날 준비에서부터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한국시리즈 경험이 많은 선수는 경기 전날 얼마나 수면을 취해야 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안다. 구장에 도착해서도 어떻게 몸을 풀어야 하고, 상대팀의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꿰뚫는다. 특히 경기 중 벤치의 지시가 없어도 어떻게 플레이할지 감을 잡는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경기 전날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식사를 거르는 통에 막상 경기 중에 힘을 내지 못할 때가 잦다. 지나치게 긴장해 벤치의 사인마저 놓칠 때도 부지기수다.”
양 감독은 롯데의 경험부족에 동의하지 않는다. “경험이라면 우리도 뒤질 게 없다”는 자세다. “2008년부터 올 시즌까지 4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어떻게 큰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지 알 만큼 안다. 선수들한테 물어보니 ‘지난해 포스트 시즌 때까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이번엔 하루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다’고 했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우리도 경험이 충분한 팀이란 걸 보여주겠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양팀의 전력이 엇비슷해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