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새평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가족. |
신불산은 영남 알프스를 이루는 7개 산 중 하나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등 3개 시도에 우뚝 솟은 가지산, 운문산, 재약산, 신불산, 영축산, 고헌산, 간월산을 일러 영남 알프스라 부른다. 이 산들은 모두 1000m 이상의 고봉들로 능선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런데 이 영남 알프스는 가을이면 억새의 바다가 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억새 바다다.
신불산은 그 억새 바다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30만 평에 이르는 억새 바다는 영남 알프스 중에서도 가장 넓다. 신불산으로 오르는 방법은 여럿이 있다. 보통 배내고개나 가천리 혹은 등억리를 기점으로 삼는 편이다. 그러나 만약 간월재의 새벽을 만나보고 싶다면 신불산자연휴양림 기점을 권한다. 시간이 가장 덜 걸리기 때문이다. 이맘때의 간월재는 황금들녘과 어우러진 기막힌 해오름 풍경을 선사한다.
신불산자연휴양림은 상단부와 하단부가 있다. 두 지점은 무려 5㎞ 가량 떨어져 있다. 간월재로 가기 위해서는 상단부로 가야 한다. 매표소 바로 못 미쳐 왼쪽으로 간월재 올라가는 임도가 나 있다. 평소 개방하던 이 임도는 억새 시즌이 찾아오면서 출입통제하고 있다. 그래서 차량은 휴양림 주차장에 두고 올라가야 한다.
간월재까지는 약 2.5㎞, 50분 거리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인 만큼 그리 힘들지는 않다. 다소 가파른 곳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숨을 헐떡이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요즘의 해오름 시간은 새벽 6시30분 경이다. 최소한 이보다 20~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그 무렵이 해가 떴을 때보다 더 황홀하기 때문이다. 아주 맑은 붉은 빛이 어스름 푸른 기운을 밀어내고 수평선 위에 두터운 띠를 드리우는 그 순간은 언제나 감동을 준다. 간월재는 이따금씩 기막힌 운해를 보여주기도 한다. 일교차가 큰 이 시기에 운해 발생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안타깝게도 계속된 가뭄으로 운해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예년보다 상당히 낮은 편이다.
▲ 신불산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억새평원. |
간월재에서 해오름의 시간을 보내고 신불산으로 향한다. 억새군락은 간월재 부근에도 넓게 분포해 있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으로 오르는 길은 꽤나 가파르다. 내내 오르막이라 다소 힘에 부친다. 신불산 정상까지는 약 1시간쯤 걸린다. 끙끙 대며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에 서면 앞으로 어마어마한 넓이의 억새 바다를 만난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 바다는 은빛 파도를 일으킨다. 눈이 다 부실 정도다.
▲ 간월재의 해오름녘 환상적인 풍경. |
억새산행이라면 여기까지가 딱 좋다. 다시 되돌아가기까지 약 4~5시간. 그러나 만약 신불산의 진짜 매력을 보고 싶다면 공룡등을 타 볼 필요도 있다. 정상에서 공룡등으로 하산하다가 홍류폭포 인근에서 다시 간월재로 올라오는 방법이 있다. 설악의 공룡능선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신불산의 공룡등도 산행의 재미가 있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공룡등은 절대로 얕볼 코스가 아니다. 칼바위를 지나야 하는 구간이 무척 많다. 아찔하다. 그러므로 등산초보자가 함부로 덤빌 구간이 못 된다.
힘겨운 산행의 끝에는 맛있는 음식으로 기운을 보충하는 게 이치다. 다이어트 목적을 겸해 신불산을 오른 사람들도 그 유혹에 참지 못하는 맛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언양읍내의 불고기다.
신불산자연휴양림에서 등억리 방향으로 약 15분 거리의 언양읍내는 골목이 온통 불고기집이다. 약 40곳쯤 된다. 여기저기서 구워내는 불고기 향기에 콧구멍만 ‘벌렁벌렁’. 어떻게 뱃속 아귀들의 아우성을 잠재우랴. 숯불 위에서 석쇠에 올려 구운 불고기는 참나무 향까지 배어 고소한 것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김동옥 여행전문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언양IC→24번국도(밀양, 석남사 방면)→덕현교차로에서 우측 방향(청도, 배내골, 석남사 방면)→덕현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직진→신불산자연휴양림.
▲먹거리: 신불산이 자리한 울주군에는 언양불고기가 유명하다. 언양읍내 큰 길가로 불고기집들이 즐비하다. 기와집불고기(052-262-4884)를 추천한다. 메인메뉴인 불고기의 맛이 뛰어나고, 음식이 정갈하다. 지은 지 80년 넘은 한옥 건물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잠자리: 신불산자연휴양림(052-254-2123)의 경우 주말은 예약이 이미 꽉 차 있다. 주중에는 다소 여유롭다. 신불산 등산의 또 다른 기점인 등억리에 온천지구가 있다. 자수정온천모텔(052-254-0322) 등이 있다.
▲문의: 울산시청 관광과 052-229-3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