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트포토 익명게시판에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
그런데 양측의 진흙탕싸움 때문에 주목받고 있는 ‘덴트포토’ 문제가 다른 쪽으로 그 불똥이 튀고 있다. 덴트포토의 익명게시판에는 간호조무사와 치위생사 등 여성 병원노동자들을 상대로 하는 성희롱성 발언이 난무하는가 하면 구인 기피 대상자들을 모아 놓은 ‘블랙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과의사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덴트포토’의 익명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성희롱 및 신상유출 실태를 추적해 봤다.
<일요신문>은 지난 10월 13일, 한 치과의사의 도움으로 치과의사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덴트포토’에 접속해봤다. 덴트포토는 원래 치과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를 표방하고 있는 사이트지만 사실상 치과의사들의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커뮤니티에 가까웠다. 가입자만 1만 5000명에 이른다. 사이트에서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카테고리는 치과의사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 ‘익명게시판’이었다. 덴트포토는 치과의사 서면인증과 파노라마 퀴즈 등으로 치과의사인 것을 확인해야만 익명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자격을 제공한다.
익명게시판에 간호조무사와 치위생사 등 여성 병원노동자들을 가리킨다는 ‘막내’라는 키워드를 쳐봤다. 그러자 놀랍게도 낯 뜨거운 성희롱성 게시물들이 수두룩하게 검색됐다.
이 가운데 한 치과의사가 쓴 글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그는 ‘땡긴다’라는 저속한 표현과 함께 “자신의 여성 직원과 성관계를 맺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적어 놨다. 글 밑에는 입에 담기도 힘든 댓글들이 올라왔다. 여성 병원노동자들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의미로 ‘벤딩 머신’에 비유하는가 하면 명품 가방 하나면 뭐든 가능할 것이라는 모욕적인 성희롱성 발언들도 즐비했다. 한 댓글에는 “막내를 잘 키워놨는데 먹을 만하니 회사를 그만뒀다”는 질 낮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런가 하면 병원에서 행했던 자신의 성희롱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올려놓은 의사들도 있었다. 한 의사는 “어시스트 여직원과 엔도(신경치료)를 하고 있는데 그 여직원의 치마가 올라갔다. 유심히 치마 속을 봤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또 다른 의사는 치료 도중 여직원 가슴을 만졌다는 경험담을 올려놓으며 당시 야릇한 기분을 저속한 표현으로 적어놓았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성희롱 경험담 밑에는 한바탕 선정적인 댓글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예 자신의 직원과 관계를 맺은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내용도 많았다.
간호조무사나 치위생사에 대한 성적 조롱과는 관련 없지만 자신의 성매매 혹은 스폰 개념의 성적 거래의 경험담과 상담을 요청하는 일부 의사들의 비도덕적 글들도 수두룩했다.
기자와 만난 한 치과의사는 “나도 의사지만 의사들 사이에서는 간호조무사나 치위생사들을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다. 자신을 우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돈만 있으면 이들과 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의사들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덴트포토의 익명게시판에서 간호조무사나 치위생사들은 성적 대상으로 치부 받으며 ‘안줏거리’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일부 의사들의 그릇된 시각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더 놀라운 것은 병원 여성노동자들의 신상정보가 그대로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익명게시판에는 취업시켜서는 안 될 간호조무사와 치위생사들의 명단을 일컫는 이른바 ‘블랙리스트’까지 공유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조무X’ ‘위생X’과 같은 욕설로 불리고 있었다. 게시판에 올라온 블랙리스트 중에서는 기피 대상자들의 신상을 엑셀파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경우도 있었다.
부산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의사는 자신에게 대들고 병원을 나간 여성 치위생사의 실명과 출신학교까지 거론하며 다른 의사들에게 ‘취업을 시키면 안 된다’는 부탁을 남겼다. 글 밑에는 이에 호응하는 치과의사들의 댓글이 올라와 있었다. 서울 양천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의사는 자신과 결별한 간호조무사의 실명은 물론 가족관계까지 거론하며 상식 밖의 욕설을 퍼부어 놨다.
게시판에 올라온 기피 대상자들의 블랙리스트는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쉽게 공유되고 있었다. 개인의 신상정보와 사적인 정보까지 털린 퇴직자들은 다른 곳에 재취업하기도 어려워보였다. 아무리 익명게시판이라고 하지만 개인의 민감한 신상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더욱이 같은 직군에서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상대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여성 병원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과 신상정보 유출이 난무하는 커뮤니티의 정화작업 및 재정비가 절실해 보였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진상 환자 치료하지 말자” 똘똘
한 의사는 게시판을 통해 환자의 실명거론은 물론 파노라마 사진까지 게시하며 “미수금 문제로 모욕적인 말을 했다. 절대 치료해주면 안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또 천안에서 병원을 하는 다른 의사 역시 환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깨진 라미네이트 책임을 물라고 난리를 치더라”며 입에 담기도 힘든 심한 욕설을 써 놨다.
일부 의사들은 익명게시판을 통해 자신이 겪은 까다로운 손님들을 ‘진상’으로 명명하며 모욕적인 언행은 물론 민감한 개인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정보가 노출된 환자들은 다른 치과를 찾아도 기피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올바른 치료를 받는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기자와 만난 한 치과의사는 “아무리 환자가 문제가 있다 해도 개인정보까지 유출하며 피해를 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