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주식·코인에 넣었다가 시장 급랭하면서 회수 못해…내부 감사 통해 연이어 적발
이번에는 아모레퍼시픽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영업담당 직원 3명이 회사 돈 30억 원가량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거래처에 상품을 공급한 뒤 대금을 착복하거나 상품권을 현금화하고, 허위 견적서나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해왔다. 이들은 횡령 금액을 주식과 가상자산 등에 투자했으며 사내 일부 직원들과 함께 불법 도박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횡령은 아모레퍼시픽 내부 감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적발됐는데 다행히 횡령 금액 대부분을 이미 회수한 상황이라는 게 아모레퍼시픽 측 입장이다. 횡령 금액이 자기자본의 5% 이상에 해당하지 않아 의무공시 사항이 아닌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 측이 경찰에 고소하지 않아 별도의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었다.
화장품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이 쉬쉬하며 이번 횡령 사건을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회계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이 5월 16일 아모레퍼시픽 분기보고서 감사의견 및 핵심감사사항에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표기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그렇지만 5월 13일 아모레퍼시픽이 사내 감사를 통해 내부 임직원의 횡령을 적발했다는 내용을 사내 인트라넷에 공유하면서 업계로 소문이 퍼져 나갔다. 결국 17일 아시아경제에서 이를 단독 보도하면서 횡령 사건이 공론화됐다.
클리오에 이어 아모레퍼시픽에서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화장품 업계가 침울해지는 분위기다. 5월 13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클리오의 영업부서에서 과장급으로 일했던 40대 남성 A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A 씨는 2021년 초부터 2022년 초까지 1년 동안 홈쇼핑 화장품 판매업체에서 받은 매출액 일부를 자신의 통장에 빼돌리는 수법으로 18억 9000만 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횡령 금액 대부분을 이미 인터넷 도박 등으로 탕진해 추징이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진다.
2022년에는 유독 횡령 사건이 잦다.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계양전기, LG유플러스, 우리은행, 신한은행, 클리오, 아모레퍼시픽 등의 기업에서 연이어 횡령 사건이 적발됐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 강동구청에서도 횡령 사건이 터졌다.
그 시작점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선 자금관리 부서 팀장이던 이 아무개 씨가 무려 2215억 원을 횡령했다. 그 액수가 자기자본을 뛰어넘는 규모였던 터라 회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거래가 중단되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어렵게 4월 28일 거래가 재개됐다.
이 씨는 횡령 금액 가운데 335억 원을 회사에 돌려놓아 실제 피해액은 1880억 원이다. 이미 회수했거나 회수 가능성이 있는 액수는 921억 원 정도다. 이에 따라 오스템임플란트는 958억 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다.
2월 16일 밤 경찰은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 30대 김 아무개 씨를 긴급 체포했다. 하루 전인 15일 계양전기가 김 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인데 김 씨는 2016년부터 6년 동안 은행 잔고증명서에 맞춰 재무제표를 꾸미는 수법으로 회사 자금 245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았다.
김 씨는 횡령 금액 대부분을 해외 가상화폐거래소 선물옵션 투자와 주식투자에 쓴 것은 물론이고 해외 도박사이트, 유흥비, 게임비로 탕진했다. 김 씨가 회사에 자진 반납한 횡령 금액은 245억 원 가운데 37억 원뿐이다.
3월에는 LG유플러스에서 직원이 수십억 원을 횡령하고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IPTV 등 홈 상품 B2B 영업을 담당한 팀장급 직원 A 씨가 대리점들과 공모해 고객사와 허위 계약을 맺은 뒤 회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을 편취했다. A 씨는 이미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횡령액이 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횡령액은 이보다 적은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으로 알려진 은행업계에서도 연이어 횡령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줬다. 우리은행 직원이 회사 돈 614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내부 감사 과정에서 기업구조개선 관련 업무 담당 직원 B 씨가 은행자금 614억 원을 횡령한 사실을 인지해 4월 2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잠적했던 B 씨가 이날 밤 늦게 자수해 긴급 체포됐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50억 원가량의 추가 횡령 혐의가 드러났다. 우리은행이 주관한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에서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이 지불한 계약금(578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 B 씨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약 70억 원 가운데 50억 원가량을 횡령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 것.
이후 올해 2월에도 우리은행에서 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시내의 한 점포 근무 직원이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약 4억 9000만 원가량을 횡령한 것.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이 사실을 적발해 횡령 금액 전액을 회수하고 해당 직원을 면직 처리했다.
이어 5월 12일에는 신한은행의 부산 한 영업점 직원이 시재금 2억여 원을 횡령한 정황이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파악돼 자체 감사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 횡령 사건 이후 자체 감사를 펼친 결과 이 같은 횡령 정황을 감지하고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업의 직원 횡령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결정적인 계기는 무려 횡령 금액이 2000억 원대인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과 600억 원대 우리은행 횡령 사건 이후 기업들이 자체 감사를 벌이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가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사례처럼 이 과정에서 직원 횡령 사건의 실체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한편에선 코시국 주식과 코인 열풍을 잇따르는 횡령 사건의 배경으로 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상황에서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식시장과 코인시장에 열풍이 불었고, 젊은 직원들이 몰래 회사 돈을 횡령해 투자하는 사례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호황기에는 투자금을 회수해 다시 횡령 금액을 회사에 돌려놓고 수익을 챙길 수 있었지만 2022년 들어 시장이 급랭하면서 투자금을 날려 횡령 금액을 다시 회사로 돌려놓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기업들은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직원 횡령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데 일부 기업에선 인사팀이나 감사팀이 직원의 주식 및 코인 투자 현황까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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