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큰돈 번 보도방 업주가 룸살롱 접수 사례 적잖아…손님에게 오히려 성매매 강요하는 분위기도
#중단된 불법영업 신고…정말 내부 총질이었나
유흥업계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업소 가운데 하나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집합금지명령으로 오랜 기간 아예 영업이 불가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집합금지명령은 해제됐지만 밤 9시 내지는 10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됐는데 10시 이후가 진정한 영업시간인 유흥업소 입장에선 영업금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간판 불 끄고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가 급증했고 그만큼 경찰의 단속 성과도 계속 올라갔다.
2022년 1월 영업 제한시간이 밤 9시에서 밤 10시로 완화된 뒤 3월에는 밤 11시, 4월 초에는 밤 12시가 됐다. 이렇게 서서히 숨통이 트이다 4월 18일부터 영업시간 제한이 풀렸다. 집합금지명령과 영업시간 제한 시절엔 경찰이 ‘방역 지침 위반’으로 손쉽게 단속 성과를 올렸다. 영업 자체가 불법이라 우선 방역 지침 위반으로 적발한 뒤 불법 유흥접객원 고용, 불법 성매매, 탈세, 주류법 위반 등도 같이 잡아냈다.
불 끄고 대피로까지 확보해 놓고 몰래 불법 영업을 해도 경찰 단속이 거듭된 배경은 신고 전화였다. 누군가 경찰에 불법 영업 업소를 신고하며 도피로까지 자세히 알려주곤 했기 때문인데 업계에선 같은 지역 유흥업소 관계자들이 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물론 불법 영업 업소 방문 손님의 신고인 경우도 있지만 영업을 중단한 경쟁 업소에서 신고하는, 소위 내부 총질이 많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왔었다.
아무래도 실제로 내부 총질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업시간 제한이 풀려 정상 영업이 가능해진 뒤 이런 신고전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찰은 단속이 어려워졌다. 기본적으로 신고가 급감했고 이젠 단속을 나가면 “방역 지침을 따르느라 어렵게 버티다가 이제야 영업하는데 왜 이러냐”며 업소들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막강해진 보도방…시위 나선 유흥업소 종사자들
강남 유흥업계는 우선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과거 강남 유흥업계를 주름잡던 인물들이 대거 업계를 떠났다. 거듭된 집합금지명령과 영업시간 제한으로 정상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 자발적으로 업계를 떠난 이들도 있지만 계속된 영업 중단으로 월세를 못내 보증금까지 다 까먹고 명도소송 당해 권리금도 없이 가게를 내준 이들도 많다. 그렇게 빈 업소는 다른 업주들의 몫이 됐는데 권리금은 물론이고 추가 인테리어 비용도 필요 없는 상황에서 건물주에게 좀 더 높은 임대료만 약속하고 업주가 된 셈이다.
특히 유흥업소에 유흥접객원을 공급하던 보도방 업체와 보도방 관계자들의 도약이 눈길을 끈다. 이미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호프집이나 일식집 등에서 불법 유흥업을 이어가며 큰돈을 번 몇몇 보도방 업주들이 최근 명도소송 등으로 나온 빈 룸살롱을 접수하는 방식으로 세를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흥접객원들도 대거 유흥업계를 떠나 영업이 재개됐지만 보도방 도움 없이는 정상 영업이 어려운 룸살롱들이 많다. 이런 상황을 기회 삼아 보도방 업체들은 보도 단가를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 보도방에서 보내준 유흥접객원을 두고 불만을 표시하면 다음날부터 아예 유흥접객원을 보내주지 않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최근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일까지 발생했다. 한국유흥음식점중앙회 대구수성지회 업주 및 종사자들은 5월 2일 오후 수성경찰서 앞에서 ‘보도방 불법 영업 규탄’을 외치며 경찰의 적극적인 단속을 요구했다.
#2차도 OK? 이젠 2차 안 가도 되나 먼저 물어야
기본적으로 유흥업소는 합법이다. 1종 유흥업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유흥업소만 유흥접객원을 두고 영업할 수 있으나 2차 등 성매매는 불법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영역은 1종 허가를 받지 않은 곳에서 유흥접객원을 두거나, 1종일지라도 성매매를 하는 경우다. 이런 부분을 그동안 경찰이 단속해 왔는데 요즘 경찰 단속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 불법 영업이 판을 치고 있다.
코시국에는 영업시간을 넘겨 영업을 하면 그 자체로 불법이라 방역 지침 위반으로 먼저 단속을 한 뒤 추가 불법 행위도 적발할 수 있었는데 이제 그게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보조적인 역할을 하던 보도방이 유흥업계의 주류가 되면서 유흥접객원을 통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성매매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업상 목적의 접대 자리가 많아 룸살롱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40대 사업가는 “접대할 분의 취향에 맞춰 2차가 필요하면 예약할 때 2차 가능 여부를 물어봤다. 좋은 업소일수록 2차가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에이스 급 유흥접객원은 2차를 안 나가는 업소도 있기 때문”이라며 “요즘엔 판도가 달라졌다. 2차를 나갈 필요가 없는 자리인데 업소 측에서 2차를 안 간다고 그러면 무조건 가야 한다며 강요할 때가 많다. 이제는 예약할 때 2차를 안 가도 되는지 물어봐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한동안 이런 불법 영업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 업주는 “오랜 만에 영업이 정상화된 데다 선거철까지 맞아 유흥업계는 상당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경찰이 특별단속 등 강력 카드를 꺼내들 때까지 유흥업계는 무법지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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