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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외탈세 혐의로 사상 최고 금액인 4101억 원을 추징당한 ‘한국의 오나시스’ 권혁 시도상선 회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10월 17일, 기자가 시도상선 권혁 회장(61)을 만난 장소는 서울 서초구의 한 청국장 집이었다. 선박왕이라는 별칭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점심식사였다. 반 년 만에 다시 만난 권 회장은 오랜 기간 탈세와 횡령 혐의로 인한 강도 높은 조사 탓에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권 회장은 그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놨다. 그는 “혐의 조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말이 ‘원격경영’이지 홍콩에 있는 본사의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부 일에서부터 외부 세일즈 활동까지 거의 직접 관여했었는데 출국이 금지되다 보니 회사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최근 홍콩 현지 은행이 부채상환을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보유한 뱅크선 30척을 팔았다”고 말했다. 그는 넌지시 검찰과 국세청이 ‘페이퍼컴퍼니’로 보고 있는 홍콩 현지 법인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본격적인 인터뷰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시도상선 한국대표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지난 4월에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보다 사무실은 축소되어 있었다. 그는 경영사정으로 인해 일부 사무실 공간은 세를 논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권 회장을 불구속기소한 상태다. 지난 8월 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권 회장에 대해 2200억대 탈세혐의와 더불어 조사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900억대 횡령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후 한 차례 더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다시 영장을 기각해 결국 불구속기소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권 회장은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 혐의에 대해 여전히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는 우리 회사의 본사다. 출국내역을 보면 알겠지만 나의 본거지는 해외다. 국내 체류기간이 많지 않다”라고 말하며 책상에 쌓여있는 두터운 자료를 가리켰다. 책상 위에는 두터운 그의 입증자료들이 쌓여있었다.
이제 권 회장의 혐의 내용은 법정 공방전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아마도 사건의 특성상 2~3년에 걸친 장기간의 법정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권 회장은 “법정에서 다 밝혀질 것이다. 법정싸움은 장기전으로 갈 것 같다. 법정싸움이 길어지는 만큼 이제는 내 본업을 병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덤덤히 자신의 본업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최근에는 권 회장 아들의 병역문제까지 튀어나왔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권 회장의 부인 김 아무개 씨(55)를 불구속기소했다. 아들 병역면제를 대가로 병무청 직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였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아들이 공익요원으로 복무 중이던 2006년 1월경, 자신의 제부인 시도상선 박 아무개 전 상무(49)를 통해 병무청 간부에게 4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아들은 복무기간을 수개월 남긴 지난 2006년 9월경 정신과적인 소견을 이유로 소집 해제됐다.
검찰은 지난 9월 권 회장을 조사하던 중 병무청에 제출된 동료 공익근무요원의 자술서가 조작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해왔다. 검찰은 중간에서 병무청에 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상무의 진술을 통해 권 회장 부인 김 씨의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상무는 지난 10월 11일 권 회장 아들의 병역비리에 직접 개입한 혐의와 회사공금 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권 회장은 이에 대해 부인과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그는 “난 당시 일본에 체류해 있었다. 아들은 군 복무중 이모부인 박 전 상무 밑에 있었다. 우리는 아들의 병역면제 사실을 전혀 몰랐다. 혹시나 해서 아내에게 몇 번을 물었지만 아내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박 전 상무 차원에서 병무청 관계자에게 아들 병역과 관련해 자문을 받았을 뿐이다. 건넨 돈이 회사공금이라는 것이 문제가 있지만 이 역시 병역면제 대가가 아닌 개인 차원에서 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외국생활을 해왔다.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다. 때문에 한국에 와서도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아들은 군복무 전후에도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번 아들 병역비리 문제와 관련해 검찰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번 일은 검찰이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던 박 전 상무를 꼬드겨 허위진술을 받아낸 것 같다. 검찰이 내가 개입했다는 단서를 찾지 못하자 박 전 상무를 회유한 것으로 보인다. 나 대신 아내를 걸고넘어진 것이다. 두고 보라.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이번 일을 해결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한국 내에서 사업을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인터뷰 때보다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수주해 간 배가 꽤나 많다. 이런 내가 되레 안타까운 일을 겪고 있지만 한국 내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 어려운 상선회사를 인수할 생각도 있고 회사를 세울 생각도 있다. 지켜봐 달라”고 강조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