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수 비해 턱없이 부족한 청소노동자 고용도…“재산 증식에만 힘쓰고 사회적 가치 실현은 외면” 우려
교육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대학 중 국공립대는 15%, 사립대는 85%를 차지한다. 4년제 일반대학(191교)을 기준으로 보면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81.6%(156개교)다. 사립대는 국공립대와 달리 재정의 상당 부분을 입학금·등록금 수입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이 재원만으로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양질의 교육을 보장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사립대들은 입학금·등록금 수입 외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학교법인의 수익사업이 가장 대표적이다.
학교법인은 설립 당시부터 원활한 대학 운영을 위해 의무적으로 ‘기본재산’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은 비과세인 교육용기본재산과 과세인 수익용기본재산으로 나뉜다. 교육용기본재산은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시설·설비 및 교재·교구 등의 재산이고, 수익용기본재산은 대학 경영에 필요한 재산 중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산으로 건물·토지 등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학교법인의 수익용기본재산에서 종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학교법인임에도 불구하고 건물주로서 횡포를 부리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학교법인의 비리 등으로 사학과 그 재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던 터라 횡포 사례가 나올 때마다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4년제 사립대 학교법인 소유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A 빌딩. 이 빌딩 바로 옆에는 해당 사립대 학교법인 이사장의 친족이자 학교 교직원인 M 씨 소유의 B 빌딩이 있다. B 빌딩 세입자에 따르면 해당 학교법인 관계자들이 이삿날부터 찾아와 “회식하게 돈 좀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입자 K 씨는 “이사 당시 모르는 이들이 사무실에 찾아와 갑자기 ‘건물 사람들끼리 회식 좀 하게 2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하길래 이게 무슨 경우인가 싶었다”며 “찾아온 이들이 누군지 나중에 알아보니 학교법인 관계자들이었다”고 말했다. K 씨는 이어 “이삿날 200만 원 요구 이후에도 회식 비용을 달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거절했다”며 “나중에 (우리 사무실에) 나쁜 감정이 생겼는지 ‘차 빨리 빼라’는 등 주차 문제로 괜한 트집을 잡곤 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B 빌딩 인근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학교법인 이사장의 친족 소유 건물이어서 그러는 것 같다”며 “(해당 빌딩의 경우) 굵직한 업체들이 많이 들어선 곳이라 (관계자들) 콧대도 높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학교법인 측이 하청업체 일마저 세세히 간섭하고 노동자들 대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4년제 사립대 학교법인 소유 C 빌딩. 이곳 청소노동자들은 10층 이상인 빌딩을 청소하는 데 청소노동자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인원 충원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당 학교법인은 빌딩 청소노동자를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한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의 임금 책정과 인원 채용 등 하청업체가 결정해야 할 일까지 원청인 학교법인이 직접 손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하청업체도 노동자들의 요구에 어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에 대해 교육부는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학교법인이 수익용기본재산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은 있으나 수익용기본재산과 관련해 '갑질'이 발생할 경우 이를 시정조치 한다거나 시정을 권고하는 조항은 마련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학이라는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건물주지만 사학재단이 고등교육기관임을 망각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립대가 재산 증식에 몰두하고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사립대 수익용기본재산은 크게 늘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사립대 수익용기본재산 확보 현황’을 보면 4년제 사립대의 지난해 수익용 기본재산은 10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6%(9000억 원) 증가했다. 사립 전문대 법인이 보유한 수익용기본재산은 같은 해 2조 3000억 원으로 전년(2조 원) 대비 15% 늘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관계자는 “사립대 수익용기본재산은 갈수록 증가 추세다”며 “다만 이 재산을 증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책임, 윤리경영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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