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과 양양군에 걸쳐있는 해발 1400m의 점봉산. 그 산자락에는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곰배령'이 있다. 퉁퉁한 아빠 곰이 벌렁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답게 완만한 경사를 자랑하는 곰배령. 그곳에는 자연과 사랑에 빠진 산 사나이 지어룡 씨(60)가 산다.
도시의 치열함이 싫어 젊은 나이에 곰배령에 들어와 정착한 지 어느덧 26년째. 취미로 암벽등반을 다니다 곰배령의 포근한 매력에 빠져 집을 짓고 살게 됐다. 직접 흙을 발라 지은 집은 여느 시골집과 달리 큰 창을 내 곰배령의 자연을 가득 담고 있다.
깊은 산속이지만 적막하거나 외롭진 않다. 어룡 씨네 집에 활기를 가득 불어넣어 주는 존재 그의 반려견 '짱'이와 '땡'이가 있기 때문이다. 적적한 곰배령 생활에 변화를 주고자 지인에게서 땡이를 데려오던 날 파양의 아픔이 있는 엄마 짱이가 눈에 밟혀 결국 함께 데려오게 됐다.
요조숙녀 짱이와 선머슴 땡이는 성격은 다르지만 모녀견 답게 넘치는 에너지와 사랑스러운 성격은 똑 닮았다.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어룡 씨의 하루는 정신없이 돌아간다.
어룡 씨는 원래 곰배령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살았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즈음 교육 문제로 아내와 아들만 도시로 보내고 홀로살이를 선택한 것. 곰배령이 좋아 자발적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지만 문득문득 밀려오는 그리움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찾아가는 건 집 앞 계곡의 작은 그네 두 개. 가족을 생각하며 어룡 씨가 직접 만든 '아내 그네, 아들 그네'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그리운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외로움의 시간도 잠시다. 곰배령의 두 딸인 짱이와 땡이 덕에 적적할 새가 없다. 함께 골프도 치고, 축구도 하고, 계곡 수영도 능수능란한 두 녀석. 매 순간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를 깨달으며 가슴 뭉클해진다고 한다.
매일 아침 어룡 씨는 짱이 땡이를 앞장세우고 마을 산책에 나선다. 10가구 남짓 되는 마을 사람들과 아침 인사 나누러 가는 길. 매일 보는 얼굴에 특별한 인사말을 나누는 건 아니지만 그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이 어룡 씨는 행복하단다.
곰배령의 제1경을 '곰배령 사람들'로 꼽을 정도다. 거기에 마을 주민 모두가 짱이 땡이를 예뻐해주니 저절로 '딸 바보'가 된다.
어느 오후 짱이, 땡이를 유독 예뻐하는 이웃이 놀러왔다. 어룡 씨와 마음이 척척 맞는 곰배령 생활 15년 차 영혼의 파트너다. 밀린 수다를 나누러 오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짱이와 땡이의 숨겨진 장기를 보기 위해서다.
곰배령이 떠나가라 웃게 만든 두 녀석의 재주는 무엇일까. 사람 냄새 나는 곰배령에 푹 빠진 산 사나이 지어룡 씨와 귀여운 두 딸 짱이, 땡이의 힐링 라이프를 함께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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